국가정보원이 4년 전 미디어오늘 기자를 사칭해 재미 잠수함전문가 안수명 박사를 해킹하려한 사건에 대해 2년 여 만에 재조명될 전망이다.

국정원은 RCS 사건과 관련해 국정원이 안수명 박사를 점거(해킹)하기 위해 이메일을 보낸 사실과 안 박사가 이를 열지 않아 실패했다는 사실은 시인했다고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가 24일 전했다. 그러나 국정원은 미디어오늘과 미디어오늘 기자를 사칭해 가공의 메일을 작성한 경위와 배경, 책임자 등에 대해서는 개혁위원회 회의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개혁발전위는 전했다.

이에 따라 미디어오늘은 이 사건이 폭로된 지 2년이 넘도록 아무런 해명조차 하지 않고 있는 국정원에 대해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 적폐청산 TF에 26일 진상조사와 책임자처벌 등을 촉구하는 제고신고서를 발송했다.

이 사건의 요지는 지난 2013년 10월 국정원이 해킹 팀에 보낸 메일의 첨부파일에 ‘천안함 1번 어뢰 부식 사진 의문사항 문의(미디어오늘 조현우 기자)’가 포함된 것으로, 이 파일이 미디어오늘과 해당 기자(조현호 기자임)의 의사와 무관하게 작성됐다. 당시 대상은 안수명 박사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안 박사가 이 파일을 열면 그의 컴퓨터가 감청당하게 되는 해킹 공격 방식이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 대변인을 맡고 있는 장유식 변호사는 24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서울대 동창회 명부가 포함된 해킹 메일과 관련해 “서울대 동창회건은 재미동포 안수명에 대해 보고가 됐다. (점거 대상에) 포함돼 있었다. 점거를 시도하려고 했다는 게”라며 “‘재중 북한 연계’ 관련해서 점거를 시도한 것으로 돼 있었고, (안 박사가) 이메일을 실제로 열어보지 않아서 결국은 점거를 못한 것으로 보고가 됐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이 안 박사에 대한 해킹 공격을 했다고 재차 시인한 것이다.

왜 안수명 박사를 공격 대상으로 삼았는지에 대해 장 변호사는 “안수명 박사가 천안함 관련해 글도 쓰고, (의혹을 제기한) 사람인 것 같은데, 그게 꼭 천안함 때문(이라고 보고한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며 “보고서에는 재중 북한 연계 관련해서 조사가 점거를 실시한다고 왜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 국정원이 지난 2013년 10월 이탈리아 해킹팀에 보낸 메일에 첨부된 문서파일. 미디어오늘은 이 같은 파일을 작성한 일이 없다. 사진=위키리크스
▲ 국정원이 지난 2013년 10월 이탈리아 해킹팀에 보낸 메일에 첨부된 문서파일. 미디어오늘은 이 같은 파일을 작성한 일이 없다. 사진=위키리크스
장 변호사는 다만 천안함 “천안함의 이런 부분들은 비슷한 유인 것 같은 데 그 자체가 그런 게 있었다고 해서 사찰했다고 보기 어렵고, (공격대상이) 열어보라고 하기 위해 여러 가지 파일들을 만들었는데, 아주 다양한 파일을 만들었다”며 “이런 파일을 쓰기 위해 213개의 점거 시도가 있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오늘 기자 사칭 건도 보고가 됐는지에 대해 장 변호사는 “회의에서 4건에 대해 보고가 한꺼번에 올라왔으나 그 건에 대한 보고는 없었고, 위원들이 일일이 체크하지 않았다”며 “의문이 있고, 해명을 원하면 보내라. 답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디어오늘은 26일 국정원 적폐청산 TF 사서함 명의로 보낸 제보신고서(진상조사 요구서)에서 “국정원이 이 이메일을 보냈을 때 안수명 박사가 이 파일을 열어봤다면 그들의 컴퓨터나 스마트폰은 해킹됐을 것”이라며 “또한 미디어오늘과 미디어오늘 기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해킹 감청 범죄를 저지르는 결과를 낳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디어오늘은 “실제로 해당 이메일이 전달됐는지, 어떤 문제를 일으켰는지, 이 같은 계획은 누가 세웠는지, 이 문서파일은 누가 작성했는지, 누구의 지시에 의한 것인지, 왜 안수명 박사에 접근하고자 했는지, 왜 기자의 이름을 사칭했는지, 사칭해서 활용할 언론을 왜 미디어오늘로 정했는지, 천안함 사건 자체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인지 등에 대해 국정원은 여전히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디어오늘은 “특정언론사의 기자를 사칭한 문서가 버젓이 공개돼 있고, 문서에 악성코드를 심어달라는 요청 메일 역시 만천하에 공개 돼 있는데도 국정원은 지난 2년 여 동안 본사와 해당 기자 뿐 아니라 국민에게도 진상에 대한 아무런 설명과 해명조차 하지 않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진상을 밝히는 것은 물론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을 묻는 조치를 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 안수명 전 안테크 대표. 사진=이치열 기자
▲ 안수명 전 안테크 대표. 사진=이치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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