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알려진 고 김광석의 부검감정서
20년 만에 알려진 고 김광석의 부검감정서
[미디어 현장] 전형우 SBS 시민사회부 기자

커트 코베인, 이소룡, 장국영. 사람들이 열광하던 스타가 젊은 나이에 갑작스럽게 숨졌다. 안타까움과 당혹감만큼 죽음의 이유를 설명하려는 여러 의문들이 제기됐다. 수사기관의 공식발표에도 미스터리는 풀리지 않는다. 가수 고 김광석의 타살설도 항상 떠돌았지만, 수면 위로 다시 올라온 건 20년 만이다. 영화 ‘김광석’이 개봉돼 타살의 정황들을 보여줬고, 비난의 화살은 그의 전 부인 서해순 씨에게 꽂혔다. 서 씨가 딸 서연 양의 죽음을 오랫동안 숨겨왔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의혹은 더욱 증폭됐다.


궁금한 부분들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을 때 의심이 자라났다. 영화를 만든 이상호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고 김광석의 부검소견서를 보면 영화에서 제기하는 의혹들과 100% 일치할 것이다. 부검소견서 열람이 필요한데 서해순 씨가 열람을 막아놓았다”고 말했다. 부검소견서는 사망 당시에도 서해순 씨만 봤을 뿐, 친형 등 친가 가족들조차 볼 수 없었다고 한다. 논란이 커지자 서해순 씨는 김광석의 부검소견서를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개하지 않았다. 딸의 부검소견서 일부를 언론에 공개했지만, 이마저도 마지막 장만 공개해 왜 전부 공개하지 않는지 의문은 꼬리를 물었다.

김광석 씨의 죽음이 이슈가 되고 딸의 사망사건은 경찰의 재수사가 시작된 이상, 취재를 통해 진실의 조각들을 모아야했다. 다만 20년 전과 9년 전 일어난 사건에 대해 증거들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서해순 씨의 말과 영화감독, 친가 유족들의 말이 부딪혔다. 주장과 주장 사이에서 어느 쪽이 진실인지 팽팽하게 맞섰다. 이 상황에서 죽음의 원인에 관해 비교적 명확하고 과학적인 기록인 부검감정서가 하나의 증거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몇 주 동안 여러 가지 통로로 취재한 결과, 김광석 씨와 서연 양의 부검감정서를 입수했다.

▲ 고 김광석 씨
▲ 고 김광석 씨
정말 타살로 볼만한 정황이 있을까. 서울대 법의학교실로 찾아가 법의학자들과 부검감정서를 분석했지만 타살 혐의점을 찾는데 실패했다. 독극물은 검출되지 않았고, 타살을 말해주는 흔적들은 보이지 않았다. 부검감정서를 본 한 법의학자는 보통은 이정도로 자세하게 부검을 하지 않을 텐데, 당시 유명인이었던 김광석 씨의 경우라 그런지 더 꼼꼼하게 부검을 진행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연 양 부검감정서의 경우는 폐 전체가 심하게 망가져 죽음에 이르렀다고 서술돼, 어머니 서해순 씨가 서연 양을 어떻게 돌보았는지 수사를 통해 더 밝혀져야 할 부분이 있었다.

▲ 전형우 SBS 시민사회부 기자
▲ 전형우 SBS 시민사회부 기자
입수한 부검감정서를 토대로 고 김광석 씨의 목에 줄을 맨 방식을 자세히 보도했고, 손목에 나 있는 선 모양의 상처들의 의미도 살펴봤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의 과정과 방법을 자세히 보도하는 건 사실 ‘자살보도 권고기준’에 부합하지 않았다. 하지만 20년째 떠돌다 다시 본격적으로 제기된 타살설에 대해 짚고 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다. 의혹 제기의 과정에서 서해순 씨는 살인의 책임이 있는 것처럼 몰렸고, 서 씨는 그 사실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20년 전 작성된 부검감정서가 공개됐지만, 고 김광석의 노래가 사랑받는 만큼 그에 대한 타살 의혹도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 다만 부검감정서가 그의 안타까운 죽음을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또 하나의 증거와 정보가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기사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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