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정부 시절 공영방송은 국가정보원이 ‘좌파 연예인’이라고 낙인찍은 방송인들을 퇴출시키는 데 앞장섰다는 비판을 받는다. ‘라디오 시사프로 편파방송 실태 및 고려사항’, ‘문화예술체육인 건전화 사업 계획’ 등 원세훈 국정원이 2009년~2011년 작성한 문건에는 김미화, 김제동, 권해효, 신해철 등 인기 연예인들이 대거 방송에서 퇴출돼야 할 인물로 등장한다. 이른바 ‘국정원 블랙리스트’다.

“미화씨는 좌요? 우요?”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김인규 전 KBS 사장 재임 시절(2009년 11월~2012년 11월) 3년치 임원 회의록에서 김미화씨는 김 전 사장에 빈번하게 보고됐던 인물이다. 2010년 ‘KBS 블랙리스트’ 의혹을 제기했던 김미화씨에 대한 대응은 김 전 사장의 관심 사안 가운데 하나였다. 김 전 사장은 김씨에 대한 법적 조치는 물론 KBS 보도를 통한 압박을 주문했으며 KBS 임원들은 몸소 나서서 김씨를 압박하기도 했다. 당시 김미화씨는 MB 국정원이 편파 방송으로 지목한 MBC 라디오 프로그램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진행자였다.

김미화 이름 석 자가 KBS 임원회의에서 첫 등장한 때는 2010년 4월5일. 이틀 전 방송된 KBS 교양 프로그램 ‘다큐멘터리 3일’에서 김미화씨가 내레이터를 맡은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KBS 심의실에서 올라왔다. 김인규 전 KBS 사장은 “자꾸 얘기가 나오는데 내레이터 선정은 누가하느냐”며 “문제가 됐는데도 쓴다는 것은 문제다. (내레이터) 선정위(원회)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 중요한 아이템은 선정위에서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MB 정부 국가정보원 블랙리스트에 오른 방송인 김미화씨가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에서 피해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 MB 정부 국가정보원 블랙리스트에 오른 방송인 김미화씨가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에서 피해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에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KBS 새노조)는 다음날인 6일 성명을 통해 “임원회의에서 제기한 지적이 ‘임원회의 결정사항’이라는 형태로 제작 현장으로 하달됐다”며 “심지어 임원회의에서 듣도 보도 못한 ‘내레이터 선정위원회’ 구성까지 논의했다. 도대체 누가 무슨 기준으로 김미화씨를 ‘논란의 대상’으로 낙인찍는단 말인가. KBS에 연예인들의 동향이나 성향을 기록해 출연 여부를 가늠하는 블랙리스트라도 존재한단 말인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KBS 새노조에 따르면, 김씨는 2009년 12월2일 방송된 ‘환경스페셜’ 내레이터를 맡아 당시 심의위원으로부터 “정감 있는 따뜻한 목소리로 효과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4개월 사이 평가가 180도 달라진 것이다. 

김씨도 노조 성명 이후 이정봉 당시 KBS 보도본부장을 만났다. 김씨는 “사장님께서 직접 주재하는 임원회의에서 ‘임원회의 결정사항’이란 문서를 만들어 제작 현장 PD들에게 직접 하달하셨다는데 개구리는 무심코 던진 돌에 맞아 죽는 거다”라고 말했고 이 본부장은 “김미화씨가 억울하게 됐다”며 “노조 놈들이 나쁜 놈들”이라며 책임을 노조에 돌렸다. 

김씨가 2012년 11월 펴낸 책(‘웃기고 자빠졌네’)에 따르면, 이때 방으로 들어온 박영문 KBS 스포츠국장은 “김미화씨한테 단도직입적으로 내가 한 가지만 물읍시다. 미화씨는 좌요? 우요?”라고 황당한 질문을 던졌고 김씨는 “연기자가 좌가 어디 있고 우가 어디 있습니까? 좌도 우도 아니”라고 답변했다. 그러자 박 국장은 “그렇다면 우쪽으로 좀 더 붙으시라”고 ‘경고’했다.

김인규 전 사장은 4월7일 임원회의에서 “김미화 블랙리스트 건과 관련, 여기서(임원회의) 얘기한 것이 미리 오픈되는 일이 많다”며 내부 단속을 강조한 뒤 “블랙리스트라는 없는 말을 지어서 말이지. 2노조(KBS 새노조) 성명서가 문제된다면 일간지에서 인용 보도한 것도 걸린다”고 언론 대응을 주문했다. 

“해설 다루고 추적60분에서도 다뤄라”

KBS 임원회의록에 김미화씨가 다시 등장하는 건 2010년 7월7일이다. 전날인 6일 김씨는 트위터에 “어제 KBS에서 들려온 이야기가 충격적이라 참담한 마음을 금치 못하고 있다. ‘김미화는 KBS 내부에 출연금지 문건이 존재하고 돌고 있기 때문에 출연이 안 된다’고 한다”며 “KBS에 근무하시는 분이 이 글을 보신다면 처음 그 말이 언론에 나왔을 때 제가 믿지 않았던, 정말 한심하다고 생각했던 ‘블랙리스트’라는 것이 실제로 존재하고 돌아다니고 있는 것인지 밝혀 달라”고 썼다.

시사평론가 진중권씨도 6일 트위터에 “KBS ‘TV, 책을 말하다’의 높으신 분께서 진중권 나왔다고 프로그램 자체를 없애버리라고 했다”며 “그래서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했다가 영원히 못 뵙게 됐다”고 주장했다. 시사평론가 유창선씨도 2009년 느닷없이 하차 통보를 받았다며 ‘KBS 블랙리스트’ 의혹을 제기했다. 

▲ 김인규 전 KBS 사장이 2012년 7월26일 아시아태평양방송연맹(ABU) 회장 자격으로 평양 방북 상황을 보고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김인규 전 KBS 사장이 2012년 7월26일 아시아태평양방송연맹(ABU) 회장 자격으로 평양 방북 상황을 보고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김미화씨 표현을 빌리면, 김씨 트위터 글은 ‘국영언론사와의 대첩’을 예고한 사건이었다. KBS는 6일 즉각 명예훼손을 이유로 김씨를 고소했다. 이정봉 KBS 보도본부장은 이날 김씨와의 통화에서 “우리 KBS 기자들이 MBC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인터뷰를 좀 해달라”고 요구했고 김씨가 거부 의사를 밝히자 “(김인규) 사장이 김미화를 조지라고 했다. 우리 기자와 인터뷰를 해서 내보내야 사장님이 화를 가라앉힐 것 아니냐”고 압박했다.

KBS 메인뉴스 ‘뉴스9’은 6일 리포트에서 “(블랙리스트를 직접) 목격한 것도 아니고 들었다는 이야기를 그렇게 유포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개탄을 금치 않을 수 없다”는 조대현 KBS 부사장까지 등장시키며 ‘김미화 조지기’에 심혈을 기울였다. 최창근 해설위원은 7일 오전 KBS뉴스해설에서 “김미화씨는 자신의 말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후에도 김씨에게 KBS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사과성 발언을 해달라는 압력은 계속됐다.

김 전 사장은 7월7일자 임원회의에서 김씨에 대해 “(KBS에선) 고정 출연은 없었고 ‘다큐 3일’ 등 내레이터 활동(만 했을 뿐)”이라며 “행적을 풀어줘라. MBC는 고정 프로지만 KBS는 깔끔하다. 김제동의 경우와 다르다”고 말한 뒤 “MC 출연 문제는 시스템으로 돌아가지 누구 입김으로 되지 않는다. 김제동도 개편 때 바꿨다. 현 사장 때는 아니지만. 만일을 대비해 당사자 녹취 확보 필요”라고 강조했다.

김 전 사장은 이날 ‘강력 대응’을 주문했다.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 기자들을 불러라. 방송계의 판을 흐리게 하려는 의도 막아야 한다. CP(책임 프로듀서), EP(제작 총괄 프로듀서) 합세하라. 회견문 쓰고 MC 교체된 평균 기간 파악하라. 외국 사례, MC 교체 방법, 개인 불만에 대한 대응 방법은 뭔지 조사가 필요하다. 이 사건은 PD의 제작 자율성을 침해하는 파렴치한 행위다. 교체 불만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의도다.”

그러면서 김 전 사장은 보도에 개입하는 모습도 보였다. 김 전 사장은 “(KBS뉴스)해설로 내일 또 다뤄라. 아주 중요한 일이다. (뉴스 코너 가운데 하나인) 이슈&뉴스, 추적60분에서도 다뤄라. KBS 사활 건 문제”라면서도 “내가 지시했다하지 말고. 가만히들 있으니 내가 아이디어 차원에서 하는 말”이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김 전 사장은 또 “경찰에 수사 의뢰해 (블랙리스트 발언) 진원지 찾아야 한다”며 “김미화, 진중권, 유창선, 김제동 (등과 관련해) CP, EP, 국장, 심의실장, 홍보실장 간 공조가 필요하다. (중략) 민사 문제도 제기하라”고 주문했다. 

이후 경찰의 집요한 추궁에도 김미화씨가 누구로부터 블랙리스트 문건 이야기를 들었는지 밝히지 않자 경찰은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아 통화기록 목록을 조회하는 등 ‘발설자 색출’에 나섰다. 이는 “경찰에 수사 의뢰해 진원지 찾아야 한다”는 김 전 사장 지시에 따라 KBS 관계자들이 경찰을 압박한 것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측된다.

또 영화배우 문성근씨도 KBS 출연 취소 사례를 트위터에서 언급한 사실이 9일 임원회의에서 보고되자 김 전 사장은 “담당 PD 외에 아무도 모르는 얘기를 회사가 조직적으로 거부한 것처럼 얘기하느냐”며 “PD들 자신들이 결정해놓고 누가 압박했다는 것이냐. 일부 PD들 비겁하다. 정의롭지 않은 행동이다. 그렇다면 당당하게 요청해야지. (김미화 섭외가 잘못되지 않았다면, 일선 PD들이) ‘(김미화) 발음은 별로 안 좋아도 소구력 있으니 쓰겠다’고 해야 할 것 아닌가. 유형의 블랙리스트가 이제 무형의 블랙리스트가 된 느낌”이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 김미화씨가 지난 2010년 7월 서울 여의도 메리어트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BS 블랙리스트 의혹을 제기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 김미화씨가 지난 2010년 7월 서울 여의도 메리어트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BS 블랙리스트 의혹을 제기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정치판 놀아본 내가 출연 중지 지시했겠나”

그러면서 김 전 사장은 “진중권은 교체 위해서가 아니라 시청률 때문”이라며 “저쪽에서는 창으로 찌르려는데 평상복 입고는 대응이 안 된다. 편성 독립권이 가장 중요하다. MC 때문에 편성에 손을 못 대다니. 당시 책임자가 확실히 해명하라. 편성 프로 죽일 땐 반드시 근거 남겨둬라. 옛날처럼 ‘꼴리는 식’으로 하던 시절은 지났다”고 지적했다.

김 전 사장은 당시 민경욱 KBS 기자(현 자유한국당 의원)에 대해서도 “(시사 토론 프로그램 ‘심야토론’을 진행하다 교체된) 민경욱이도 억울하다고 하더라”며 “교체될 땐 가만히 있다가 나중에 (사람들이) 무언의 압력을 받았다고들 하니까”라고 말했다.

7월12일자 임원회의에서도 김미화·진중권씨가 언급됐다. 김 전 사장은 “진중권 교체가 위에서 지시 떨어진 것이냐”라고 물은 뒤 “정치판에서 놀아본 내가 김미화 출연 중지 지시했겠느냐. (진중권과 관련해) 지시가 아니라 진중권씨 진보 성향 때문에 우려한 것 아닌가. 담당 PD 등 당시 사람들은 파일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MC나 패널 등에 대한 정보나 자료를 갖고 있어야 무탈한 대응을 할 수 있다는 취지로 읽히는 대목이다.

7월21일 임원회의에선 KBS 측 고소로 경찰 조사를 받은 김미화씨 동정이 보고됐다. 김 전 사장은 “(김미화씨가) 1차 (경찰) 조사 몇 시간 받았느냐”며 “PD들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다. 제작권 침해다. 이념적 측면으로 김미화 지지한다는 것은 한심한 일”이라고 폄훼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9월24일 임원회의에서 김 전 사장은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인간 심리를 어떻게 아느냐. 자기 와이프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 판에. 담당 부서에 정말 블랙리스트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말 있었다’는 답변이 어떻게 나오나”라며 블랙리스트 존재 자체를 부인했으며 “(KBS에서) 윤도현씨가 조영남씨 프로에 나와 노래 부르는 것을 봤다. 누가 (출연을) 말리나?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퍼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10월8일 임원회의에선 김 전 사장은 ‘언론 플레이’를 주문했다. “김제동이 언제 (KBS 예능 프로그램 ‘승승장구’에) 나오느냐”며 “그런 것은 특정 신문에 찔러줘라. 국회에서도 얘기 나오고 그럴 것 아니냐. 그러면 답변하기 좋은 소재다. 아이구 속 터져”라고 임원들을 질책했다.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블랙리스트 논란으로 KBS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는 것을 ‘김제동 KBS 출연’ 이슈로 무마하려는 움직임으로 간주된다.

“KBS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인식 중요”

KBS로부터 명예훼손 고소를 당한 김씨에 대한 경찰 조사도 계속됐다. 김씨는 10월26일 오전 피고소인 조사를 받기 전 기자회견에서 “(경찰이 블랙리스트에 관해) 처음 발설한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고 나는 ‘말할 수 없다’고 버텼지만 결국 경찰이 내 전화기록을 뒤져 ‘연예가중계’ PD와 작가를 알아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이날 작가 이아무개씨와 블랙리스트 유무를 두고 대질신문을 했고 이씨는 “김씨에게 그런 말을 한 적 없다”고 밝혔다.

김씨는 친구인 ‘연예가중계’ 작가 이씨에게 남편의 재즈 음반 관련 쇼케이스 취재 의사를 타진했고 그로부터 “PD와 회의해보니 김미화는 출연금지 문건이 있어서 출연이 어렵겠더라. 윗사람들과 오해를 풀어야겠더라”는 취지의 답변을 받았다는 것이 김씨 주장이었다.

김 전 사장은 10월27일 임원회의에서 김씨 주장을 중심으로 보도된 신문 기사에 격노하며 “대응에서 완패한 것”이라며 “대질신문으로 김미화의 거짓말 드러났다. 조중동에 나게 해야지. (중략) 오늘 아침 신문 보면 김미화는 개정의 정이 없던데”라고 말했다.

김 전 사장은 ‘이아무개 작가가 격앙돼 있는 상태다. 자기가 나서겠다고 해서 자제하라고 했다’는 보고에 대해 화를 내며 “답답한 소리를 하고 있어. 맞불을 놨어야지. 그래야 김미화가 주춤하지”라고 비난한 뒤 “김미화 소 취하하려면 확실한 우위를 확보해야 가능하다. 약자일 때 취하하면 더 죽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전 사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다들 프로 정신이 부족하다. 이런 식으로 대응하면 소 취하 못한다고 전해라. 김미화 같은 사람 하나 홍보 대응 못해서 되겠어? 법무실 곰바우 플레이한 거다. 이건 아니야. 한가할 때나 하는 거야. 도꾸다이(단독 보도를 의미하는 언론계의 일본식 은어, 다른 매체에 단독 보도로 쓸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라는 취지로 읽힌다) 주는 작업해야 한다. ‘김미화의 진실은?’ 식으로 말이야. 김미화 기자회견 몇 번 했지? (이에 길환영 KBS 콘텐츠본부장이 ”4번했다“고 말하자) 저쪽에서 4번할 때 뭐했어? KBS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인식 갖게 해야 한다. 콘텐츠, 홍보, 법무 다시 한 번 검토해보라.”

KBS 간부들이 ‘블랙리스트 발설자’가 누군지 밝혀달라며 경찰을 압박하고 직간접적으로 김씨에게 사과성 발언을 거듭 요구했던 까닭에 대한 궁금증이 풀리는 대목이다. 

KBS가 먼저 고소를 취하하고 김미화씨가 ‘유감’이라는 단어를 넣은 글을 트위터에 올리는 조건으로 사건은 일단락되는 모양새를 갖췄다. KBS는 2010년 11월9일 고소를 취하했고 김씨 역시 트위터에 “본의와 다르게 사회적 파장을 일으켜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다음날인 11월10일 임원회의에서 김 전 사장은 임원들에게 “김미화 사건이 얼마나 됐느냐”고 물은 뒤 “궁금하지도 않느냐. 자기 소관에 대해서는 1원까지 챙겨야 한다. (연예가중계) 이아무개 작가에게 식사라도 하자고 해라. 김제동 사건 마무리 잘못돼 두고두고 문제였다. (김미화 건이) 잘 마무리된 데 대해 관련 부서 치하하라”고 지시했다.

▲ 이명박 대통령이 2013년 2월6일 청와대에서 열린 디지털방송 전환 유공자 포상에서 김인규 전 KBS 사장에게 훈장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이명박 대통령이 2013년 2월6일 청와대에서 열린 디지털방송 전환 유공자 포상에서 김인규 전 KBS 사장에게 훈장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정원 “김미화 하차, 핵심 성과”

김미화씨는 자신의 책에 다음과 같이 ‘KBS 블랙리스트 논란’을 정리했다. “힘 있는 자들, 돈 있는 자들과의 소송은 꼭 이기기 위해서만 하는 게 아니란 걸 이 사건을 통해서 알게 됐다. KBS라는 인격이 존재하지 않는 국가기관이 국민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때, 그들은 명예를 회복하려 했다기보다는 ‘너 끌려다니면서 엿 좀 먹어봐’라는 심보라는 걸 실감한 것이다. 이런 소송은 무고한 개인을 피폐하게 만든 후 판결이 날 시점 직전 쯤 가서는 슬그머니 고소 취하로 마무리하기 마련이다.”

김미화 블랙리스트 논란은 당시만 해도 KBS와 김미화 간의 분쟁으로 사안이 축소됐다. 하지만 국정원이 2009년부터 김미화 등 MB 정권의 실책을 비판했던 연예인들을 ‘좌파’로 규정하고 방송 퇴출과 프로그램 폐지 지침을 담은 문건을 작성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배후에 MB 정권이 있었음이 드러났다. 국정원은 2012년 1월 ‘부서핵심성과사항’이라는 문서에서 “김미화 등 방송하차 조치”를 핵심 성과로 꼽기도 했다.

지난달 19일 국정원 블랙리스트 문건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김씨는 KBS 새노조 파업뉴스팀과의 인터뷰에서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그 당시 서류 등을 통한 국정원의 많은 보고가 있었음을 (검찰에서) 직접 확인했다”며 “KBS 내부와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서 국정원이 이런 서류를 작성했을 리 없다. KBS 안에서 누군가가 함께 (국정원 문건을) 공유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MB 정부 공영방송 장악과 관련해 추석 연휴 이후 김재철 전 MBC 사장 등 공영방송 전직 경영진을 소환할 방침이다. 김 전 사장은 김미화씨를 라디오 방송에서 하차하도록 하는 등 국정원이 만든 블랙리스트에 오른 연예인들의 출연을 봉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김 전 사장 외에도 당시 KBS 핵심 경영진도 여러 명 불러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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