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적기지’ 반대합니다. 강정마을, 구럼비 바위 지켜냅시다.”

2012년 3월 당시 통합진보당 청년비례대표 후보였던 김지윤(33) 노동자연대 기자는 자신의 트위터에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 글을 올렸다가 최윤희 전 해군참모총장에게 명예훼손과 모욕 혐의로 고소당했다.

해군의 이 같은 법적 대응 외에도 국방부는 군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을 동원해 불법적인 사이버 비방 공작 활동을 펼쳤다. 그동안 의혹만 무성하다가 지난 26일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찾아낸 사이버사 요원들의 인터넷 ID를 통해 수많은 증거가 드러났다.

이명박 정부 사이버사 요원들은 공지영 작가와 김미화 방송인, 진중권 교수, 김지윤씨 등 정부 정책에 비판적 의견을 냈던 유명인들에 대한 욕설을 포함한 비방 이미지들을 만들어 온라인상에 유포했다. [관련기사 : 국정원 이어 군 사이버사도 유명인 등 ‘블랙리스트’ 공격]

▲ 이명박 정부 국군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에서 만든 민간인 대상 비방 공작 이미지. 사진=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 이명박 정부 국군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에서 만든 민간인 대상 비방 공작 이미지. 사진=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사실상 국방부 ‘블랙리스트’로 지목돼 무차별 공격을 받았던 김 기자는 “국가정보원만 아니라 군에서도 국가기관이 전방위로 공작했음이 확인돼 너무 분노스럽고 어처구니가 없다”며 “너무 저질스러운 내용으로 국가기관이 국민 세금을 써가며 정치적 반대자를 공격할 목적으로 유포했다는 건 용납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당시 해군 측은 김 기자의 트위터 게시물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해군참모총장 등을 비방할 목적으로 악의적으로 쓴 것이 분명하다”며 검찰에 고소했다.

그러나 검찰은 “김씨의 ‘해적’ 표현은 주관적 평가에 불과해 명예훼손죄로 인정되지 않는다”며 “모욕 혐의도 해군이라는 집단을 예비역을 포함한 수십만 명 개개인으로 보면 법익 침해가 희석돼 모욕죄로 보기 어렵다”고 무혐의 처분했다.

미디어오늘은 이명박 정부 군 사이버사 심리전단 요원들의 민간인 대상 비방 공작 피해자였던 김지윤 기자를 지난 27일 인터뷰했다.

-군 사이버사에서 만든 비방 이미지를 인터넷에서 자주 봤을 것 같은데, 사이버사가 만들었으리라 예상했나.

“당시는 내가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며 ‘해적기지’라고 표현해 해군참모총장(최윤희)이 나를 고소하고 강용석 의원도 고발에 동참하면서 조선·중앙·동아일보에서 1면에 내세워 공격하는 상황이었다. 그런 이미지를 비롯해 트위터와 개인 메일로도 비방과 욕설, 인신공격을 굉장히 많이 받았다. 보수우익 단체가 관련됐을 거라고 예상했고, 국정원 대선 개입 정황이 박근혜 정부에서 처음으로 드러났을 때 이 중의 하나였겠구나 짐작했다. 그런데 이번 보도를 보고 국정원만 아니라 군에서도 국가기관이 전방위로 공작했음이 확인돼 너무 분노스럽고 어처구니가 없다. 너무 저질스러운 내용으로 국가기관이 국민 세금을 써가며 정치적 반대자를 공격할 목적으로 유포했다는 건 용납하기 어려운 일이다.”

2012년 3월9일자 조선일보 1면.
2012년 3월9일자 조선일보 1면.
-‘제주 해적기지’ 비판 발언을 해군이 고소한 사건은 최종 무혐의 처분된 것으로 안다. 군에서 가한 공식적 압박도 무리였다고 보나. 

“2013년(1월)에 무혐의로 결론 났다. 당시 해군참모총장이 고소한 건을 검찰이 불기소 처분했다. (2012년 3월) 군이 나를 고소했을 때 참모총장이 나서고 국방부 대변인도 나를 비난하는 언론 브리핑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명백한 공격이라고 생각했다.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을 국가기관이 소송의 주체로 나서 (개인을) 고소하는 것 자체가 정부 비판적인 사람과 단체를 국가 권력을 이용해 입막음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 같은 시도는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본보기 효과’의 일환이라고 생각해 나도 그때 군의 대응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당시를 돌이켜보면 이명박 정부의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자들에 대한 공격은 전방위적이었던 것 같다.

“이명박 정부가 굉장히 무력으로 제주 기지 건설을 강행해 당시 강정마을 주민들이 엄청난 고통을 받았다. 그런 폭력에 대해 전혀 책임지지 않고 반대 운동을 찍어내기 위해 나에 대한 고소도 그중 하나의 도구로 삼았다는 게 더더욱 문제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제주 강정마을 주민들은 구상권 청구 등 벌금 폭탄으로 매우 고통받고 있다. 국가가 그런 악랄한 짓을 계속하면서 반대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해 나를 고소했다고 생각해 당시 내가 굽히지 않고 대응해 싸우겠다고 했다. 그게 여전히 맞았다고 생각한다.”

지난 2012년 3월 당시 김지윤 통합진보당 청년비례대표 후보가 제주 해군기지 건설과 구럼비 폭파를 반대하는 1인시위를 하는 모습.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지난 2012년 3월 당시 김지윤 통합진보당 청년비례대표 후보가 제주 해군기지 건설과 구럼비 폭파를 반대하는 1인시위를 하는 모습.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사이버사 비방 이미지엔 본인에 대한 모욕적인 표현도 있다. 작성자 등 관련자 처벌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분노스럽고 충격적인 사실이 다시 확인됐고 최근 국정원 ‘블랙리스트’ 문제 등도 모두 밝혀지고 있다. 끝까지 철저히 수사하고 관련자에 대해 명확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부정한 짓을 저지르고도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지난 이명박 정권의 민간인 사찰 문제 등 여러 문제를 철저히 파헤쳐야 하고 그중엔 이번 (사이버사) 문제도 포함돼야 한다. 일단은 나와 관련된 내용을 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향후 구체적 대응은 좀 더 고민해봐야 할 것 같지만 할 수 있다면 나도 기꺼이 같이 (피해자들의 대응에) 힘을 보태고 싶다. 나에 대한 인신공격이 분명히 있었기 때문에 개인으로서도 대응할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은 국가기관 정치 개입 책임자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사이버사 민간인 비방 공작의 책임도 청와대까지 물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일단 꼬리 자르기는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건 단순히 몇 명의 일탈적 행위가 전혀 아니고 정부 차원에서 나서서 하지 않았다면 지금 밝혀지고 있는 것들이 전혀 해명이 안 된다. 개인이 사상의 자유를 표현하고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걸 국가가 나서서 철저히 공격하고 탄압했던 행위는 엄벌해야 할 테고, 당연히 최종 책임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있을 거로 생각한다. 지금 자유한국당 등에서 정치 보복 운운하며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는 식의 적반하장 태도를 보이는 것에 대해서도 묵과할 수 없다. 정치적 책임뿐만 아니라 사법적 책임까지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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