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겸 MBC 사장이 25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출근길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항의에 “민주당 문건대로 잘 돼 가고 있는 것 같은데 잘 안 되느냐. 왜 이리 조급한가”라고 발언했다. 

MBC 총파업을 여전히 ‘정치 파업’으로 규정하며 사퇴 의사가 없음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출근길에서 김 사장을 만난 김연국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청와대나 국정원 지침을 받아 보도한 적 있느냐”면서 “극소수를 제외하면 누구도 당신 지시를 따르지 않는다”, “사장이 물러난다면 우리도 파업을 접고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 지난 5일 오전 서울 마포 고용노동부 서부지청에 출석한 김장겸 MBC 사장. 그는 MBC 언론인을 대상으로 한 부당노동행위 혐의를 받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지난 5일 오전 서울 마포 고용노동부 서부지청에 출석한 김장겸 MBC 사장. 그는 MBC 언론인을 대상으로 한 부당노동행위 혐의를 받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최근 공개된 MB 정부 국가정보원의 MBC 장악 문건(‘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 방안’)에서 드러난 MBC 언론인 사찰 및 인사 배제 방침에 대한 김 사장 입장을 물은 것.

김 사장은 “사장이 부당노동행위 했다고 온갖 고소와 고발을 해놓고 이렇게 불법 행위를 저지르면 어떡하느냐”, “내가 알기로는 민주당 문건대로 잘 돼 가고 있는 것 같은데 잘 안 되나. 왜 이렇게 조급해”라며 노조를 자극했다.

지난 8일 조선일보를 통해 존재가 알려진 더불어민주당 비공개 검토 보고서를 ‘방송 장악 로드맵’으로 규정하는 자유한국당 논리대로 파업 사태의 본질을 외면하는 모습이다. 

‘공영방송 사장과 이사장 퇴진 운동’ 등 민주당 문건이 담고 있는 내용은 이미 정부·여당에서 공식적으로 밝힌 내용이거나 KBS·MBC 양 언론노동조합, 언론·시민단체에서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해 일찍부터 추진·계획했던 일들에 불과했다.

▲ 김장겸 MBC 사장이 25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출근길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항의에 “민주당 문건대로 잘 돼 가고 있는 것 같은데 잘 안 되느냐. 왜 이리 조급한가”라고 발언했다. 사진=언론노조 MBC본부
▲ 김장겸 MBC 사장(오른쪽)이 25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출근길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항의에 “민주당 문건대로 잘 돼 가고 있는 것 같은데 잘 안 되느냐. 왜 이리 조급한가”라고 발언했다. 사진=언론노조 MBC본부
김 본부장이 이날 사장 출근길에서 노조 저항을 무릅쓰고 사옥에 들어서려 한 김 사장에게 “현재 당신은 피의자 신분”이라고 하자 김 사장은 “김연국 위원장이 언제부터 조사관이 됐느냐”고 맞섰다.

“김장겸은 물러나라” 구호를 사내에서 외쳤다가 ‘출근정지 20일’ 징계를 받은 김민식 MBC 드라마 PD도 “사장님이 저를 드라마국에서 쫓아냈다는 의견이 있다”며 자신의 좌천에 대한 입장을 요구했지만 김 사장은 답변을 거부했다.

김 사장은 현재 MBC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부당노동행위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6월 말부터 MBC 특별근로감독을 벌인 고용노동부는 25일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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