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바다에 아직 국민이 있다
그 바다에 아직 국민이 있다
[미디어 현장] 유영 뉴스앤조이 기자

스텔라데이지호가 침몰한 지 다섯 달이 지났다. 한국인 선원 8명과 필리핀 선원 14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다. 150일.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생환을 기다리는 가족들의 마음으로 보자면 너무 길지만, 실종자의 생사를 판단해 수색을 포기하기에는 너무 짧은 기간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선사 폴라리스쉬핑과 합의하라고 가족들을 설득하고 있다. 가족들은 “선사와 합의하라는 말은 실종 선원들이 사망했다고 인정하라는 꼴”이라며 거부하고 있다. 침몰하는 배에서 선원들이 탈출할 시간도 충분했고, 아직 발견되지 않은 구명벌도 한 척이 남은 상황에서 실종 선원의 사망을 인정할 가족은 없다.

실종 선원 사망을 인정하라고 요구하는 정부를 보고 있자면 영화 ‘터널’이 생각난다. 무너진 터널에 갇힌 주인공의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황, 정부는 가족에게 사망을 인정하라고 요구한다. 인근 지역 다른 터널 공사가 수색으로 지연되는 상황에서, 실종자 수색이 국가 경제에 타격을 준다는 이유다.

▲ 정부가 지난 7월11일 수색종료를 선언하자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선원 가족들은 지난 7월11일 저녁 강경화 외교부장관 면담을 요청하며 노숙농성에 들어갔다. 지난 7월12일 가족공동대표 허경주 씨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정부가 지난 7월11일 수색종료를 선언하자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선원 가족들은 지난 7월11일 저녁 강경화 외교부장관 면담을 요청하며 노숙농성에 들어갔다. 지난 7월12일 가족공동대표 허경주 씨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가족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듣는다. 수색할 예산은 부족하고 실종 선원 생존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다. 모든 상황을 마칠 시기라고 종용하기도 한다. 박근혜 정부 시절 이야기가 아니다. 실종 선원 가족들과 많은 국민이 기대를 걸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서 나오는 말이다.

“실종 선원들은 정부와 회사에 버려진 상황이다. 실종 선원 가족들도 마찬가지로 버려진 것 같다.”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가족들을 처음 만났던 4월17일 들었던 말은 아직 유효하다. 이날 가족들은 총리 공관에서 경찰에게 폭력적인 대응을 당했다. 가족들은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황교안 전 국무총리에게 면담을 요청하기 위해 총리 공관을 찾았는데, 공관 앞에 있던 경찰이 실종 선원 가족이라는 말에 격한 반응을 보였다.

이전 정권의 무관심과 폭력적 대응은 현 정권이 들어서면서 희망 고문으로 변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100일이 지나도록 가족들이 납득할 행동은 없다. 외교부 예산으로 진행한 수색도 생색내기에 그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1호 민원인으로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들은 세간에 알려졌지만, 지금은 정부와 대화도 중단된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8월16일 세월호 가족들을 청와대로 초청했다. 그 자리에서, 세월호 참사 당시 정부가 무능했다며 세월호 가족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했다. 그동안 국민이 감동한 문 대통령의 진정성을 다시 느낄 수 있는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세월호 가족들은 스텔라데이지호 참사를 제2의 세월호라고 부르며 돕고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세월호 가족들에게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가족들이 보내는 편지를 전달받았다.

▲ 8월9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선원 가족들이 침몰해역 인근 섬 수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가족대표 허경주 씨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8월9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선원 가족들이 침몰해역 인근 섬 수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가족대표 허경주 씨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이제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들도 ‘사람이 먼저다’라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 철학을 맛볼 수 있어야 한다. 참여정부 시절, 태안 지역에 기름 유출 사고에 대처한 고 노무현 대통령 모습이 떠오른다. 현장을 찾아 브리핑을 받던 대통령은 책임자에게 “불가항력이라는 말 나오지 않도록 (자원을) 모두 동원하라. 나중에 비용을 받고 못 받고는 재판에 맡길 일이다. 이제는 국민이 용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비서실장으로 동석했다.

▲ 유영 뉴스앤조이 기자
▲ 유영 뉴스앤조이 기자
당시 대통령이 지시한 말을 이제는 국민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말해야 할 때이다. “국민 생명을 구하는 일에 모든 자원을 총동원하라. 필요하면 인근 섬 수색도 진행해야 한다. 나중에 비용을 받고 못 받고는 재판에 맡길 일이다. 이제는 사람의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일을 국민이 용서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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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맨 2017-09-19 17:18:47
선동의 요인과 표가 되지않으면 아무도 신경안쓴다
같은 사고도 이렇게 관심이 없을수 있을까?

국민 2017-09-05 17:14:51
시신 아니 유품이라도 찾아야지..세월호만 국민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