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겸 MBC 사장 체포영장 발부에 대해 자유한국당 뿐 아니라 조중동이 “감정적” “무리수”등의 표현을 쓰면서 거센 비판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과거 자신들의 주장은 정반대였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지고 있다.

조중동은 9년 전 정연주 전 KBS 사장 해임과 체포영장 발부에 이은 체포에 대해 비판은커녕 ‘눈치보지 말라’, ‘방송권력에 대한 저자세야 말로 법원칙을 훼손하는 것’, ‘언론탄압이라는 주장이야말로 구시대적’이라며 검찰을 두둔했다. 더구나 조선일보는 정연주 체포와 김장겸 체포영장 사건이 판박이라면서 자신들이 과거 어떤 태도를 취했는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조중동의 이중잣대 논리는 전형적인 ‘내로남불’(내가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조선일보는 지난 2일자 사설 ‘지금 법원과 검찰이 정상이 아니다’에서 김장겸 체포영장 발부에 대해 “굉장히 이례적”이라며 “법원·검찰이 정치에 물들어 이념 실현장(場)화하고 승진에 목을 맨 판사·검사들이 그 눈치를 보기 시작한다면 사회가 어떻게 되겠나. 정말 보통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조선은 같은 날짜 3면 ‘KBS 정연주 해임땐… 野였던 민주당·진보진영 “방송장악 쿠데타”’에서 “김장겸 MBC 사장에 대한 법원의 체포영장 발부는 지난 2008년 벌어진 정연주 KBS 사장 해임 논란의 판박이”라며 “야당 시절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을 공격했던 현 정부와 지지 세력들이 집권 후엔 자신들이 비판했던 이명박 정부보다 더한 방식으로 공영방송 장악에 나서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4일자 사설 ‘정치는 최악 위기에도 저질 政爭 여념 없다’에서 “현직 공영방송 사장을 부당노동행위를 이유로 체포 영장을 발부한 것은 처음”이라며 “누가 봐도 무리하고 감정적”이라고 비난했다. 조선은 “MBC와 KBS를 장악하려는 여권의 시도가 본격화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며 “그렇다면 공권력이 사적 폭력의 도구가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시각은 중앙일보에서도 나타난다. 중앙은 2일자 사설 ‘MBC 사장의 체포영장까지 꼭 발부해야 했는가’에서 “적법절차에 따라 선출된 현직 방송사 사장을 강제수사할 만큼 긴급성이 요구되는 사안인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은 “지난 20여 년간 정권이 보수와 진보를 오갈 때마다 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이라는 명분 하에 정권 입맛에 맞는 인사로 경영진이 교체되곤 했다”며 “이렇게 자기 편이 아닌 언론인을 핍박하고 쫓아내는 것은 언론 탄압이지 방송 개혁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 주장했다.

▲ 김장겸 MBC 사장이 직원들의 보호를 받으며 지난 9월1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방송의날 기념 행사장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김장겸 MBC 사장이 직원들의 보호를 받으며 지난 9월1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방송의날 기념 행사장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조선일보 2017년 9월4일자 사설
▲ 조선일보 2017년 9월4일자 사설
▲ 중앙일보 2017년 9월2일자 사설
▲ 중앙일보 2017년 9월2일자 사설
▲ 동아일보 2017년 9월4일자 35면
▲ 동아일보 2017년 9월4일자 35면
동아일보는 사설은 게재하지 않았으나 4일자 김갑식 문화부장의 칼럼 ‘[오늘과 내일/김갑식] 씁쓸한 TV 다시 보기’에서 “방송사 사장이라고 해서 초법적 존재는 아니다”라면서도 “그럼에도 생일날, 부당노동행위를 이유로 현직 지상파 방송사 사장에게 처음으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은 어색한 무리수”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방송사 사장 체포영장 발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9년 전 이명박 정부 초기 정연주 전 KBS 사장 때 더 큰 논란을 낳았던 적이 있다. 정 전 사장은 2008년 8월5일 감사원의 사장해임요구안 제출, 사흘뒤인 8월8일 KBS 이사회의 해임제청안 강행, 이틀 뒤인 8월10일 이명박 대통령의 해임안 서명에 따라 KBS 사장에서 해임됐다. 정 전 사장은 해임된 지 이틀만인 그해 8월12일 세금소송 관련 배임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돼 곧바로 자택에서 체포됐다. 향후 이 사건은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이 났다.

정 전 사장이 체포되는 과정에서 방송사 사장에 대한 부당한 탄압이나 무리수와 같은 비판을 조중동은 당시 단 한 마디도 언급한 적이 없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오히려 정 전 사장의 체포와 같은 강제구인 수사를 종용하는 기사나 사설, 칼럼을 실었다.

김홍진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2008년 8월5일자 35면 태평로칼럼 ‘눈치 보기는 검찰 중립 아니다’에서 정 전 사장 사건에 대해 “검찰은 재판에서 어느 정도 사실 관계가 정리됐다고 보고 정 사장을 5번이나 소환했으나, 정 사장은 그때마다 공영방송 중립을 주장하며 불응했다”며 “피의자 조사도 못해 수사는 답보상태”라고 썼다. 그는 “이번 수사는 언뜻 봐서도 일반적인 수사와 다른 모습”이라며 “검찰은 피의자가 3차례 소환에 불응하면 즉각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붙잡아오고 자료제출을 거부하면 압수수색을 해왔다”고 전했다.

김 위원은 “다른 건 다 수긍이 가도 왜 사건을 수사 결과대로 제때 처리하지 않고 기다리며 눈치를 보는지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정 사장 사건은 ‘수사가 어느 정도 됐지만 정 사장이 출석하지 않고 언론사 대표라는 점 때문에 강제 수사하기 어려우니 법원이 판단해달라’고 발표하고 기소해버리면 되는데도 머뭇거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 지난 2012년 10월28일 정연주 전 KBS 사장이 세금소송 관련 배임 혐의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고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지난 2012년 10월28일 정연주 전 KBS 사장이 세금소송 관련 배임 혐의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고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앙일보도 2008년 8월20일자 2면 ‘방송사는 성역? 불만 커지는 검찰’에서 소환에 불응한 정 전 사장과 핵심 참고인, ‘PD수첩’ 제작팀 등과 관련해 “두 달 이상 검찰의 소환에 응하지 않고 있다”며 “일선 검사들 사이에선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 수사 검사는 “출석 요구에 거듭 불응하는 사람은 바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강제 구인해야 하는데 이 같은 수사 원칙이 ‘방송 권력’ 때문에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고, 서울중앙지검의 한 간부는 “요즘엔 정치인보다 방송사 관련 사건이 더 부담스럽다”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특히 당시 검찰의 방송사 사장 및 언론인 강제수사를 가장 정당화했던 곳은 동아일보였다. 동아는 2008년 8월20일자 사설 ‘검찰 소환 9번 무시한 문국현 의원’에서 정 전 사장의 검찰 소환 불응에 의해 체포영장을 통해 강제 구인된 것과, MBC PD수첩 제작진이 소환에 불응하고 있는 사례를 들어 비판했다.

동아는 “잘못이 없다면 검찰에 나가 소명하고 무혐의를 입증하면 된다”며 “소환에 불응하며 ‘야당 탄압’ ‘언론장악 음모’라고 주장하는 것은 구시대적 행태다. 지금은 검찰이 누구든 마구잡이로 소환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라고 썼다. 특히 검찰에는 아래와 같이 ‘법대로’ 집행하라고 아예 대놓고 주문하기까지 했다.

“검찰도 정당한 사유 없이 소환에 불응하면 법원의 체포영장이나 구인장을 발부받아 법대로 집행해야 한다. 검찰이 정치인이나 사회지도층 인사에 대해 저자세로 나가는 것은 공정하고 엄정한 법 집행의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다. 이래서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 조선일보 2008년 8월12일자 1면
▲ 조선일보 2008년 8월12일자 1면
▲ 조선일보 2008년 8월5일자 35면
▲ 조선일보 2008년 8월5일자 35면
▲ 중앙일보 2008년 8월20일자 2면
▲ 중앙일보 2008년 8월20일자 2면
▲ 동아일보 2008년 8월20일자 사설
▲ 동아일보 2008년 8월20일자 사설
MBC 해직기자 출신으로 지난달 언론학 박사학위(고려대‧‘공영방송의 불편부당성’)를 취득한 박성호 한국기자협회 부회장은 4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애초에 조중동이 공영방송 정상화에 대해 긍정적 입장이나 관심을 보일 것이라 생각한 적 없다”며 “MBC 내에서 드러난 온갖 부조리에 대해 완전히 눈을 감아오다 구미에 맞는 기사가 나오니 대서특필을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 부회장은 “보수건 진보건 지향성을 갖고, 그 관점에서 사안을 분석하면 되는데, 문제는 모든 사안에 대해 이중잣대 갖고 있다는 것”이라며 “진보든 보수든 제대로 하려면 잣대는 일관돼야 하며, 그것이 한국 신문이 극복하고 풀어야 할 과제인데도 뻔히 알면서 지키지 않고 있으니 신뢰를 잃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부회장은 “너무나 예측 가능한 보도를 하니 굳이 사서볼 신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라며 “보수진보와 관계없이 이중잣대만이라도 거둬들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요즘 말로 전형적인 ‘내로남불’에 이중잣대이며, 이건 보수냐 진보냐와 같은 이념이 개입할 수준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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