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실제로는 자본주의화돼 있다는 내용의 책을 인용보도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에 대해 날조, 모독했다며 기자와 사장을 거론하며 극형에 처하겠다는 거친 표현을 쏟아냈다. 북한의 사법부 명의로 내놓은 담화문을 통해 두 신문 보도의 주요 내용을 제시한 것 뿐 아니라, 기자와 사장 실명까지 거론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는 언론자유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를 규탄한다고 반발했다. 동아일보는 정확한 보도를 했기 때문에 북한이 과민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 중앙재판소는 지난달 31일 조선중앙통신에 발표한 담화문에서 두 명의 영국 기자가 집필한 도서 ‘North Korea Confidential(북조선내부실상-국내 출간 제목은 ‘조선자본주의공화국’)’의 서평 보도를 문제삼았다.

재판소는 “최근 괴뢰보수신문들인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것들은 두놈의 영국기자나부랭이들이 써낸 모략도서 ‘North Korea Confidential(북조선내부실상)’의 불순한 내용들을 가지고 우리 공화국의 존엄을 엄중히 모독하는 특대형범죄를 감행하였다”고 주장했다. 재판소는 이 책에 대해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와 로이터통신 남조선특파원이였던 다니엘 튜더와 제임스 피어슨이라는 놈팽이들이 2년전에 탈북자쓰레기들을 비롯한 어중이떠중이들의 망발을 그러모아 써낸것으로서 ‘북주민들의 생활은 100% 자본주의적’이라느니 뭐니 하며 우리의 현실을 악랄하게 헐뜯고 외곡(왜곡)날조한 궤변들로 꾸며져있다”고 비판했다.

재판소는 조선 동아일보가 인용한 이 책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재판소는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의 쓰레기매문가들은 이 모략도서에 근거하여 ‘북은 자본주의국가보다 돈의 힘이 더 막강하게 작용하는 나라’, ‘손전화가 없는 젊은이들은 패자취급을 받는다’, ‘군대는 무보수로동부대’, ‘돈이 많은 사람은 언제라도 신분이 높은 사람과 결혼할 수 있다’는 등 온갖 악설들을 마구 늘어놓으면서 그것이 사실이나 되는 것처럼 ‘북을 알고 싶어하는 이들이 부담없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입문서’라느니 뭐니 하는 수작질까지 해댔다”고 썼다.

재판소는 또 책 이미지에서 북한의 국장인 ‘붉은 별’ 대신 달러 기호로 표시하고, 국호인 ‘조선민주주의 공화국’을 ‘조선자본주의공화국’으로 바꾼 것을 두고 “(이렇게) 마구 장난질하여, 날조한 사진까지 거리낌없이 기입하는가 하면, 본래 ‘북조선 내부실상’으로 돼 있는 책제목도 ‘조선자본주의공화국’으로 왜곡하는 치떨리는 악행을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 조선자본주의공화국-맥주 덕후 기자와 북한 전문 특파원, 스키니 진을 입은 북한을 가다! 책 표지. 사진=비아북
▲ 조선자본주의공화국-맥주 덕후 기자와 북한 전문 특파원, 스키니 진을 입은 북한을 가다! 책 표지. 사진=비아북
그동안 조선 동아일보 북한 관련 보도에 대해 북한은 “대결망동의 대가가 얼마나 처절한 것인가에 대하여 엄중히 경고하였다”며 “하지만 괴뢰보수언론들은 반공화국 모략 소동에 집요하게 매여달리면서 우리 공화국의 신성한 국호와 국장까지 중상모독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비판했다. 재판소는 이를 두고 “천추에 용납 못할 특대형 반국가 범죄, 극악무도한 망동”이라고 썼다.

이에 따라 재판소는 북한(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형법 60조를 들어 “반국가적 목적으로 공화국의 존엄을 모독한 자는 그 정상이 무거운 경우 사형에 이르기까지 극형에 처한다고 규제되여있다”며 “공화국의 존엄을 악랄하게 중상모독한 괴뢰 동아일보 기자와 사장 김재호, 조선일보 기자와 사장 방상훈을 공화국형법에 따라 극형에 처한다는 것을 선고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재판소는 “범죄자들은 판결에 대해 상소할수 없으며 형은 대상이 확인되는데 따라 임의의 시각에 임의의 장소에서 추가적인 절차없이 즉시 집행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같이 북한이 문제를 삼은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기사는 서평 및 저자 인터뷰 기사였고, 기사를 쓴 기자 모두 문화부 기자였다.

동아일보는 지난달 19일자 17면 머리기사 ‘휴대전화에 스키니진…달라진 북한 주민의 일상’에서 “북한을 자본주의 국가보다 돈의 힘이 더 막강하게 작용하는 나라로 만든 계기는 1994∼98년에 벌어진 대기근이라는 게 이들의 분석”이라며 “정부 배급에 의존하던 주민들은 스스로 살 길을 찾아야 한다는 걸 처절하게 깨달은 것”이라고 소개했다. 북한이 문제 삼은 대목은 다음과 같다.

“자녀가 학교에 가고 남편이 출근한 사이 데이트하는 연인에게 빈집을 몇 시간 빌려주고 돈을 받는 여성들은 대도시 어디나 있다. ‘무료 노동 부서’나 마찬가지인 군부대 인력을 활용해 건물을 지은 후 막대한 이익을 챙기기도 한다. 출신성분이 여전히 사회 진출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지만 돈이 많은 사람은 언제라도 신분이 높은 사람과 결혼할 수 있다…평양에서는 휴대전화가 없는 젊은이는 ‘루저’ 취급을 받는다. 하지만 정치범은 아들과 손자까지 3대를 처벌하는 등 봉건적 제도가 여전히 유지되는 곳이기도 하다.”

조선일보는 22일자 21면 머리기사 ‘북한, ‘核 정권’과 ‘밑바닥 자본주의’ 동거할 듯’에서 연애를 즐길 수 없는 북한 커플의 경우 가정집을 빌린다는 예를 들었다. 조선은 저자인 튜더의 말을 빌어 “커플이 와서 문을 두드리고 약간의 돈을 건네면 집주인은 커플에게 집을 내주고 나옵니다. 집주인은 그 돈으로 근처 장마당에서 장을 보겠죠”라고 전했다. 또한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도 이 신문은 “평양 시내 인기 아파트는 10만달러(약 1억원)를 호가한다”며 “매매가 금지됐으니 공식적으로는 집과 집을 맞바꾸는 모양새지만 뒤로 돈이 오간다”고 썼다.

▲ 동아일보 2017년 8월19일자 17면 머리기사
▲ 동아일보 2017년 8월19일자 17면 머리기사
이를 두고 두 저자가 책에 “비공식적인 불법 행위다. 하지만 인간의 기본욕구에 부응한다. 100퍼센트 자본주의적이다”라고 썼다고 조선일보는 전했다.

이에 대해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과민반응을 보인 것이라거나 언론자유에 대한 위협을 규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동아일보는 정확히 보도하니 북한이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이라는 반응을 내놓았다. 동아일보 관계자는 1일 미디어오늘에 문자메시지를 통해 “동아일보가 북한 사회의 내부 실상을 가장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보도했기 때문에 북한이 과민 반응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의 어떤 위협에도 동아일보는 북한 주민의 인권 향상을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북한의 비상식적 행태를 규탄한다며 언론자유 수호에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일보 관계자는 이날 오후 미디어오늘에 보내온 문자메시지에서 “조선일보는 대한민국의 언론 자유를 위협하는 북한의 비상식적인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조선일보는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어떠한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할 말은 한다’는 원칙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신문은 또 “조선일보는 앞으로도 언론의 정도(正道)를 걸으며 대한민국 언론 자유 수호에 앞장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조선일보는 앞서 1일자 5면 기사 ‘北, 조선일보·동아일보 지목 “극형 처하겠다” 협박’에서 “대다수 국내 매체들이 책을 소개했는데 두 신문만 겨냥했다”며 “국장·국호 패러디는 언론이 아니라 저자와 출판사 측에서 정한 것이고, 더구나 본지에는 실리지도 않았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 조선일보 2017년 8월22일자 21면 머리기사
▲ 조선일보 2017년 8월22일자 21면 머리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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