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국회만 제 역할 했다면 KBS·MBC 파업 안 했다”
“검찰·국회만 제 역할 했다면 KBS·MBC 파업 안 했다”
언론노조 “정권 교체 후 공영방송 상황 더 악화, 인적 청산 선행돼야”… 검찰 수사·언론장악방지법 통과 관건

내달 초 KBS와 MBC가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동시 파업에 돌입하기로 하면서 공영방송 문제 해결을 위해 각종 불법 행위에 연루된 언론 적폐 인사에 대한 검찰 조사가 신속히 진행돼야 한다고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MBC 블랙리스트’와 KBS 민주당 도청 의혹 사건 등 공영방송 임원이 연루된 고소·고발 사건만 16건에 이르지만, 여전히 검찰 조사는 제대로 다뤄지지 않거나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각종 불법·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하고도 책임지지 않은 경영진 퇴진을 위해 공영방송 구성원들이 파업에까지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다.

31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2017년 적폐청산 개혁입법 과제 대토론회-촛불시민혁명 이후 국회의 역할’에서 언론개혁 과제를 발표한 윤석빈 전국언론노동조합 부위원장은 “정권 교체가 된 뒤에도 KBS와 MBC는 변한 것이 하나도 없거나 더 나빠졌다”며 “이런 배경은 박근혜 정권 때 경영진에 앉은 적폐 인사가 여전히 방송을 정파적으로 이용한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1일 MBC 기자들의 제작거부 기자회견 모습.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지난 11일 MBC 기자들의 제작거부 기자회견 모습.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윤 부위원장은 “9월 동시 파업에 들어가게 되는 두 공영방송 조합원들은 KBS 고대영 사장과 이인호 이사장, MBC의 김장겸 사장과 고영주 이사장 등에 대한 검찰 조사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외친다”며 “MBC 블랙리스트와 KBS 민주당 도청 의혹 사건 등 적폐 인사가 연루된 사건 조사는 신속하게 진행하되 엄정히 처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부위원장이 공영방송 적폐 인사들에 대한 검찰 조사를 강조한 이유는 현재의 법 제도에서 범법자들이 적법하게 처리돼야만 이전 정권과는 구분되는, 역사적으로 정당성을 인정받는 적폐 인사의 올바른 청산 작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윤 부위원장은 지난해 7월 국회에 발의된 이른바 ‘언론장악방지법’과 같은 개혁 입법이 완료됐다면 김장겸 MBC 사장이 선임되거나 고대영 KBS 사장이 지금껏 버티지 못했을 것이라며 9월 정기국회에선 방송관계법 개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윤 부위원장은 “정권 교체를 통해 우리는 적폐 인사의 청산과 이미 발의된 언론장악방지법 통과 등 언론 정상화, 언론개혁을 위한 두 마리 토리를 모두 잡고자 했다”며 “그러나 박근혜 정권이 뽑은 공영방송 경영진과 이사진이 권력을 이용해 온갖 전횡을 이어가고, 자유한국당이 현재와 같은 태도로 언론장악방지법에 대한 입장을 고수하는 한 언론개혁은 불가능해 보이기까지 한다”고 지적했다.

KBS 기자들이 지난 28일 서울 여의도 KBS신관에서 제작거부 출정식을 열고 무기한 제작거부에 돌입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KBS 기자들이 지난 28일 서울 여의도 KBS신관에서 제작거부 출정식을 열고 무기한 제작거부에 돌입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윤 부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재검토 발언으로 논란이 된 언론장악방지법에 대해서도 “이명박·박근혜 정권 아래 낙하산 사장들이 공영방송을 지배하면서 생겨난 방송의 정권 사유화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였다”며 “이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여야 간 이사 배분으로 정파적 이사회 구성을 완벽히 막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윤 부위원장은 “그러나 최소한 MBC의 전 사장인 김재철과 같은 인물을 무지막지하게 내려 꽂는 인사는 막을 수 있다고 본 것”이라며 “편성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한 것 역시 정권의 개입을 막기 위한 조항이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회에 발의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법안은 현재 정부·여당이 절대 다수를 추천해 모든 의사결정의 전횡을 휘두르는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을 여야 7대 6 추천으로 바꾸고, 사장 선임 등 중요 의사결정 시 3분의 2 동의를 받는 특별다수제 도입, 노사동수 편성위원회 설치 등이 골자다.

이와 관련해 이날 정당 토론자로 참석한 강훈식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언론 적폐는 이번 기회에 청산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김용신 정의당 정책위 의장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문제가 중요하며, 특히 KBS·MBC 적폐 인사에 대한 청산과 해직자 원직 복직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올해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해야 할 ‘개혁법안’으로 방송법과 방송문화진흥회법을 꼽았다.

경실련은 “현재 KBS와 MBC 등의 이사 구성을 여당이 추천한 인사를 일방적으로 다수로 둘 것이 아니라 여야 추천 인사의 비율을 맞출 필요가 있다”며 “이를 통해 정부·여당의 언론장악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이사회 구성의 원칙을 마련해야 하고, 이사회 회의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 절차적 정당성과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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