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앞의 먼지가 된 ‘공범자들’
‘촛불’ 앞의 먼지가 된 ‘공범자들’
[김종철 칼럼] ‘돌마고 불금파티’에서 ‘물러가라’ 함성 울려 퍼져

지난 8월25일 저녁 6시 반부터 서울 광화문 사거리 바로 옆의 청계광장에서 ‘KBS·MBC 정상화 시민행동’ 주최로 6차 ‘돌마고 불금파티’가 열렸다. 7월21일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시작된 ‘돌아오라 마봉춘(MBC)과 고봉순(KBS) / 불타는 금요일 파티’는 KBS와 상암동 MBC 광장을 오가며 번갈아 열렸으므로 보통사람들에게는 생소했을 것이다. 

최근에 여러 언론매체와 SNS에 두 공영방송 언론인들이 치열하게 펼치고 있는 ‘적폐 청산과 부역자 추방 투쟁’이 상세히 보도된 덕분인지 불금파티가 광화문으로 진출하자 3500명이 넘는 시민들이 청계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다. ‘박근혜 퇴진 비상국민행동’이 주관한 촛불집회가 지난 4월 말 23차를 마지막으로 폐막을 알린 지 넉 달 만에 다시 ‘촛불’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8월17일 개봉된 다큐멘터리영화 ‘공범자들’(최승호 감독, 뉴스타파 제작)이 8일 만에 관객 10만 명을 돌파한 사실도 불금파티가 대중의 눈길을 끌게 된 요인이었음이 분명하다. 6차 불금파티는 웃음과 화합의 잔치이자, ‘공범자들’의 만행과 위법행위에 대한 분노를 바탕으로 시민과 언론인들이 투쟁의 결의를 다진 한마당이었다.

▲ 8월25일 저녁에 열린 ‘돌아와요 마봉춘·고봉순(돌마고) 불금파티’는 언론인들과 시민들이 엄혹했던 지난 9년을 서로 위로하는 자리였다. 사진=이치열 기자
▲ 8월25일 저녁에 열린 ‘돌아와요 마봉춘·고봉순(돌마고) 불금파티’는 언론인들과 시민들이 엄혹했던 지난 9년을 서로 위로하는 자리였다. 사진=이치열 기자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 동안 ‘청와대 부역자들’의 공영방송 장악과 자유언론 탄압 때문에 KBS와 MBC가 어떻게 무너졌는지를 잘 알지 못하던 시민들은 불금파티가 진행되는 2시간 반 동안 다양한 고발과 퍼포먼스를 통해 그 실상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두 방송사의 기자, 피디, 아나운서들이 그 긴 세월 동안 겪은 고난과 수모를 상세히 이야기하자 시민들은 울분을 터뜨렸다.

6차 불금파티에서 가장 이색적인 공연은 MBC ‘복면가왕’을 패러디한 ‘복면고발왕’이었는데, 언론인 5명이 가면을 쓰고 차례로 무대에 올라 자신이 어떻게 투쟁하다 징계를 당했는지를 말과 몸짓으로 보여주었다. 가면을 썼던 이들은 김현석 KBS 기자(전 새노조 위원장), 최근에 ‘김장겸은 물러나라’는 페이스북 라이브로 널리 알려진 김민식 MBC PD, 영화 ‘공범자들’을 연출한 최승호 감독 (MBC에서 해직당한 PD), 정연욱  KBS 기자, 그리고 현재 김범도 MBC 아나운서협회 회장이었다. 

출연자들이 나란히 선 자리에서 김민식 PD는 MBC 입사 동기인 이용매 해직기자(암으로 투병 중)에게 영상전화를 걸었다. 무대 뒤쪽 대형 화면에 모습을 드러낸 핼쑥한 얼굴의 이용마 기자는 3500여명의 관중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2012년 서울광장에서 열렸던 파업콘서트 이후 오늘 가장 많은 시민들이 모이신 것 같습니다. 정치권력의 힘이 아니라 우리들의 힘으로 공영방송 KBS와 MBC를 되찾아야 합니다. 총파업이 시작되기도 전에 여러분이 열렬히 응원하시는 것을 보니 승리는 이미 이루어진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관중은 “이용마, 이용마”를 연호하며 뜨겁게 손뼉을 쳤다.

▲ 김민식 MBC PD는 지난 8월25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돌아와요 마봉춘·고봉순(돌마고) 불금파티’에서 이용마 MBC 해직기자와 영상통화를 했다. 휴대전화 속 이 기자가 광장에 모인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김민식 MBC PD는 지난 8월25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돌아와요 마봉춘·고봉순(돌마고) 불금파티’에서 이용마 MBC 해직기자와 영상통화를 했다. 휴대전화 속 이 기자가 광장에 모인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성재호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장은 “2014년 세월호 유가족들이 KBS에 항의하면서 시작된 사장 퇴진 투쟁에서 저희는 길환영 사장을 쫓아냈지만 박근혜는 또 다시 고대영·이인호라는 낙하산을 투하했다”며 “2014년에 못 다 이룬 투쟁을 이번에는 완성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연국 MBC 본부장은 “우리 노조는 9월1일에 총파업에 나설 것”이라며 “있으나 마나 한 방송을 멈추고 그 위에 다시 MBC를 세워 최고의 방송사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6차 돌마고 불금파티는 사회자 허일후 MBC 아나운서의 선창에 따라 관중이 복창하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고대영은 물러나라”, “김장겸은 물러나라”, “이인호는 물러나라”, “고영주는 물러나라”

최근 MBC와 KBS에서는 경영진과 이사들의 위법행위와 비리가 잇달아 드러났다. MBC본부는 지난 8월16일 기자회견을 열고,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이 지난 2월에 사장 후보자들(김장겸과 권재홍)을 면접하는 자리에서 노조원들을 대상으로 한 ‘블랙리스트’의 내용을 확인하면서 그것을 적극 실현하라고 실질적으로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고영주 이사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이던 시기에 ‘공산주의자’라고 몰아붙인 사실 때문에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이 구속 기소한 바 있는 형사 피의자이다. 현 김장겸 MBC 사장은 지난 5년 남짓 동안 보도국 간부와 임원으로 일하면서 기자·PD들을 부당하게 징계하거나 직능과는 거리가 먼 부서로 유배시키는가 하면 노조 탄압에 앞장선 ‘주역’으로 알려져 있다. 황교안 전 총리가 대통령권한대행이던 때에 ‘알박기 사장’이 되었다는 비판을 받는 그는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이 부당노동행위를 수사한 뒤 검찰에 고발하면 법정에 설 가능성이 크다.

KBS본부는 지난 22일 이인호 KBS 이사장이 2년6개월 동안 관용차를 500여회나 사적인 용도로 이용했다고 밝혔다. 고대영 KBS 사장은 “근거 규정도 없이 비상임인 이사장에게 관용차를 제공했고, 이사장의 사적 유용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묵인했다”는 것이다. 고대영 사장은 ‘청와대 낙하산 사장’으로서 공영언론 KBS를 사영화하다시피 했다는 비판 말고도 2011년 6월에 KBS 기자가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 최고위원회를 도청한 사건의 ‘실제 지휘자’라는 혐의도 받고 있다.

▲ 김장겸 MBC 사장,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 김장겸 MBC 사장,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지금 김장겸, 고영주, 고대영, 이인호는 언제라도 타버릴 수밖에 없는, ‘촛불 앞의 먼지’ 같은 처지에 놓여 있다. MBC에서는 취재·영상 기자, 제작·편성 PD, 아나운서를 비롯해 거의 모든 부문에서 350여명이 제작을 거부했다. 앞으로 며칠 뒤에 총파업이 시작되면 주조정실의 기능이 실질적으로 마비되고 ‘무한도전’을 포함한 예능프로그램들이 자취를 감출 것이다. 3~4%의 시청률을 오르내리는 ‘뉴스데스크’는 맥박이 끊어지다시피 할 수도 있다.

이렇게 비상한 상황이 닥치자 ‘김장겸 체제의 핵심’이라는 법무실장이 지난 8월24일 사표를 내고 사라지는가 하면, 보도국의 주요 책임자들인 취재센터장과 한 여성 부장, 뉴미디어뉴스편집부장, 콘텐트제작2부장, 시사제작3부장이 보직을 사퇴하고 노조에 가입했다. 논설위원 6명을 포함해 보도부문 국장·부국장급 최고참 9명도 지난 8월18일 노조에 합류했고, 보도NPS준비센터장도 제작 중단과 보직 사퇴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고영주의 방문진이 관리·감독하고 김장겸이 이끄는 MBC의 ‘부역자 철옹성’이 처참하게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김장겸은 얼마나 다급했던지 며칠 전에 TV조선의 메인뉴스인 ‘종합뉴스9’에 출연하기 위해 측근을 통해 ‘섭외’를 했는데 “메인뉴스에 일방적 주장을 실을 수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고 한다.

KBS의 상황도 긴박하기는 마찬가지이다. KBS기자협회는 지난 8월16일 총회를 열고 “공영방송의 보도 참사를 야기한 고대영 사장의 즉각 퇴진을 요구한다”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잡포스팅을 거부하고 제작 거부에 돌입”하기로 결의했다. 지난 8월18일에는 1990년 4월 노태우 정권의 낙하산 사장 임명에 반대하며 36일 동안 파업에 참여했던 KBS 고참 피디 63명이 성명(‘KBS 개혁을 막는 어떤 세력도 용납하지 않겠습니다’)을 통해 “후배들의 방송 정상화 투쟁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KBS PD협회는 지난 8월16일, 고대영이 7월27일 임명한 부사장, 방송본부장, 미래사업본부장, 제작본부장을 협회에서 제명한다고 발표했다. PD협회는 지난 8월23일 비상대책위원회를 열고 “고대영 사장이 즉각 퇴진하지 않으면 8월30일 오전부터 제작 거부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 고영주 KBS 사장, 이인호 KBS 이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 연합뉴스
▲ 고영주 KBS 사장, 이인호 KBS 이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 연합뉴스
MBC와 KBS 안팎에서 태풍보다 강한 ‘촛불’이 타오르기 시작했으니 ‘공범자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공영방송을 파탄에 빠트린 책임을 순순히 인정하고 스스로 물러날 것인가, 아니면 ‘문재인 정부의 언론 장악 음모’를 비난하고 있는 자유한국당과 손을 맞잡고 “임기를 마치고 나가겠다”고 고집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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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뚠이 2017-08-28 13:57:02
보통사람들 같았으면 벌써들 물러났을것을...
어떻게 생겨처먹은 쌍통들마저 저렇단 말이냐...

오로라 2017-08-28 13:34:39
아무데나 세월호를 핑계로 헛짓거리들 좀 하지 말거라 ... 정말 왕짜증 난다 ㄴ ㄱ ㅁ

수희씨 2017-08-28 12:36:46
여섯번째 단락에 이용매 고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