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내부자들’, ‘부산행’, ‘더 킹’ 등에서 열연했던 배우 김의성씨가 빨간색 고무장갑을 낀다. 흰색 티셔츠에 김장겸 MBC 사장의 이름을 쓰더니 이내 열심히 빨래비누에 문지르고 발로 밟아가며 깨끗이 손빨래한다. 얼핏 봐서는 이상한 광경이지만 이는 페이스북에 게시된 영상 콘텐츠 중 하나다.

지난 6월30일 오픈한 페이스북 페이지 ‘마봉춘세탁소’는 지난 이명박근혜 정권의 인사들이 장악한 MBC의 현 상황을 더러운 빨랫감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빨랫감을 깨끗하게 빨듯이 MBC도 다시 정상화 시키겠다는 의미로 이름을 ‘마봉춘세탁소’라고 지었다.

▲ '마봉춘 세탁소' 론드리 챌린지의 한 장면.
▲ '마봉춘 세탁소' 론드리 챌린지의 한 장면.
‘마봉춘세탁소’는 MBC의 구성원들이 직접 만들어 관리하고 있다. 시사저널에 따르면 이들은 MBC 파업에 참가하며 맞서 싸우다가 비제작부서로 쫓겨난 직원들이다. 페이스북 페이지는 16일 오전 기준 팔로우 수 5101명을 기록하고 있고 지금까지 올린 24편의 영상 콘텐츠 조회수는 51만 회를 넘어섰다. 콘텐츠는 유튜브와 트위터를 통해서도 올리고 있다. 게시물은 인터넷 상에 유행하는 합성 요소들을 MBC 상황에 맞춰 패러디한 콘텐츠가 주를 이룬다.

인기는 상당하다. 페이스북 조회수 18만 회를 기록하고 있는 일본 만화 ‘개그만화 보기 좋은 날’ 패러디는 19대 대선 당시 국민의당 문준용 증거조작 관련 사건을 다뤘다. 영상은 국민의당이 증거로 제시했던 허위 녹취록을 MBC뉴스에서 확인하지 않고 그대로 보도한 것을 꼬집었다. 보도 후에도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하지 않자 김장겸 MBC 사장이 절망했다는 풍자가 등장했다. 

▲ '마봉춘 세탁소'의 한 장면.
▲ '마봉춘 세탁소'의 한 장면.
‘마봉춘세탁소’는 최근 MBC 앵커 배현진씨와 언쟁 후 인사 상 불이익을 받았다고 폭로한 양윤경 기자의 웹툰 ‘상암동 김사장’에 더빙을 입혀 게시했다. 이외에도 영화 ‘해바라기’, ‘범죄와의 전쟁’ 등 명장면을 패러디하며 누리꾼들의 관심을 끌었다. 짧고 재미있는 영상콘텐츠를 주로 소비하는 젊은 세대의 문법에도 맞아 전파력도 좋다.  

지난 7월27일 게시한 ‘론드리 챌린지’는 유명인이 직접 손빨래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으로 ‘마봉춘세탁소’가 직접 생각해낸 콘텐츠다. ‘마봉춘세탁소’는 이 콘텐츠를 “말로만 빨래하지 않고 진짜로 빨래하겠다는 취지로 MBC의 적폐를 깨끗하게 빨아낼 프로젝트”라고 소개했다.

‘론드리 챌린지’에 참여한 배우 김의성씨는 ‘마봉춘세탁소’와의 인터뷰에서 “영화 ‘내부자들’에서 사적인 이해를 대변하는 신문사 편집국장 역을 맡으면서 MBC를 포함한 언론들이 처해있는 현실이 생각났다”면서 “제대로 된 경영진이 개혁해 MBC가 제자리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방송인 김미화씨는 뒤이어 ‘론드리 챌린지’에 참여하며 “언론 적폐가 국민의 눈과 귀를 막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밝힌 뒤 “사회 적폐 중에 하나인 블랙리스트를 없애고 싶다”며 흰 티셔츠에 ‘블랙리스트’라는 단어를 새기고 빨래를 하기도 했다. 김씨는 지난 2010년 KBS에 블랙리스트가 존재하고 리스트에 자신이 포함돼있다고 주장했던 인물이다.

‘마봉춘세탁소’의 콘텐츠를 본 누리꾼들은 참신하다는 반응이다. 누리꾼들은 “패러디한 내용이 절묘하게 맞는 것도 신기하고 자막의 디테일이 대단하다”면서 “김장겸 사장이 속히 물러났으면 좋겠다”는 댓글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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