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919년 3‧1독립운동 직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을 대한민국의 건국일이라고 밝힌 것에 대해 뉴라이트 학자이자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인 류석춘 위원장이 아니라고 주장해 논란을 낳고 있다.

류 위원장은 대한민국 건국이 1948년이며, 그 이전의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임신’ ‘(국가가 아닌) 의지’에 불과하다고 폄훼하기도 했다.

그러나 류 위원장과 같은 뉴라이트 세력이 추앙해온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선출되기 전 1948년 7월17일 제정된 제헌 헌법(헌법 제1호) 전문에도 1919년에 대한민국을 건립했으며, 1948년은 재건이라고 밝혔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류 위원장을 비롯한 뉴라이트의 이 같은 주장은 과거 친일기득권 세력을 뿌리로 둔 집단의 자기보호 일환이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오전 제72돌 8‧15 광복절 기념사에서 조국의 건국과 독립운동을 두고 “1919년 3월, 이념과 계급과 지역을 초월한 전 민족적 항일독립운동을 거쳐, 이 선언은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수립하는 기반이 되었다”며 “국민주권은 임시정부 수립을 통한 대한민국 건국의 이념이 되었고, 오늘 우리는 그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그렇게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세우려는 선대들의 염원은 백 년의 시간을 이어왔고, 드디어 촛불을 든 국민들의 실천이 되었다”고 평가했다.

이 발언을 들은 류석춘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은 15일 오후 당사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이 1948년에 건국된 것은 논란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라며 “국가라는 게 성립하려면 정치학 교과서에 나오듯 국민, 영토, 주권이 있어야 한다…그 기준에서 1948년 건국은 자명한 일이다.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류 위원장은 상해임시정부와 대한민국 정부와 차이점에 대해 “1919년 상해임시정부는 앞으로 건국될, 1948년 건국을 이룰 정신적 출발점”이라며 “헌법 전문에서 나오는 ‘법통을 이어받았다’는 것은 그런 것”이라고 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을 대한민국 19대 대통령이라고 부른 것을 두고 류 위원장은 “19대 대통령을 역사적으로 올라가면 초대 대통령은 이승만”이라며 “본인도 19대 대통령을 쓰는 이상, 건국 초대 대통령 이승만을 인정하면서 1919년 건국이라 얘기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5일 오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2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하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와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5일 오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2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하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와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구나 류 위원장은 조국의 건국을 두고 임신에 빗대기도 했다. 그는 “사람으로 치면 대한민국은 1919년 임신되고 1948년 태어난 것”이라며 “건국과 건국 의지를 밝힌 것은 다르다. 그럼 독립운동한 것이 해석이 안 되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류 위원장은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며 건국은 건국”이라며 “견강부회해서 1919년을 건국으로 삼는 건 지나친 확대 해석”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나 그가 말한 대로 초대 대통령이 이승만이지만, 초대 대한민국 제헌 의회가 제정한 헌법 제1호에 대한민국은 1919년에 건립한 것으로 규정했고, 1948년엔 재건한 것으로 나온다.

1948년 7월17일 제정된 대한민국 헌법제1호 전문을 보면 다음과 같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들 대한국민은 기미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하여 이제 민주독립국가를 재건함에 있어서…우리들의 정당 또 자유로히 선거된 대표로서 구성된 국회에서 단기 4281년 7월 12일 이 헌법을 제정한다.”

더구나 그해 발행된 제1호 관보에도 발행일이 ‘대한민국 30년 9월1일’이라 명시돼 있기도 하다. 류석춘과 뉴라이트들이 이승만 전 대통령을 건국의 아버지로 보려는 시도이지만, 이승만은 상해임시정부(1920년)의 초대 대통령이며, 그것은 헌법에도 기록돼 있으며, 이승만 본인 스스로 정부관보에도 남겨놓은 것이다.

이를 두고 보수정객인 박찬종 변호사는 15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을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이라고 선언한 것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그 근거는 1948년 7월17일에 제정된 제헌 헌법에 나와있다”고 반박했다.

▲ 류석춘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 사진=자유한국당
▲ 류석춘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 사진=자유한국당
박 변호사는 1948년 8월15일이 민국 30년으로 기재한 것만 봐도 다툼의 여지가 전혀 없다며 “류석춘 교수 같은 사람이 주장하는 것은 영토, 국민, 정부 세가지 요건 중 당시 우리는 (임시정부에) 영토가 없다는 것은 영토가 강점당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국내에서는 대한민국을 선포할 여건이 안됐기 때문에 망명지에서 대한민국 정부를 선포한 것이라고 박 변호사는 밝혔다.

박 변호사는 류석춘과 같은 뉴라이트들이 대한민국 국부로 이승만을 들고 있는 점을 들어 “초대 대통령이자, 제헌헌법 대통령, 상해임시정부 대통령이라고 선언하고, 관보에도 민국 30년으로 기재했으면, 오히려 그 정신을 받들어줘야 한다”며 “이승만 박사를 국부라고 하면서 (초대 대통령 시절이었던 1919년을) 부정하는 것은 자신의 논리에도 안 맞다”고 비판했다.

특히 세계 2차 대전 당시 독일군에 의해 본토를 점경당한 프랑스의 경우 당시 최고 계급인 육군소장이었던 드골이 영국 런던에서 망명정부를 세워, 훗날 노르망디 상륙작전시 아이젠하워 연합군과 합류했다. 박 변호사는 “류석춘 위원장의 주장은 상해임시정부를 지우자는 것”이라며 “정신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실제로도 부정하는 것이다. 윤봉길 의사의 의거는 상해임시정부의 지시를 받고 거행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19대 대통령이 문 대통령 자신이라고 취임사에서 밝힌 것을 들어 조선일보는 박 변호사가 “구실을 만들기 위한 구실”이라며 “임시정부의 경우 국가 선포 당시 비상사태였다. 상해부터 거슬러 올라가지 않았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강조했다. 실제 상해 임정의 초대 대통령과 이후 대통령만 대통령 호칭을 썼고, 후엔 국무령, 주석 등 호칭을 달리하기도 했다.

또한 대한민국이 1919년에 임신한 것에 불과하고 1948년에 태어난 것, 산은 산이고 건국은 건국이라는 류 위원장 주장에 대해 박 변호사는 “이 논리를 확대하면 1919년 시점에서 한일합병은 정당한 것이 된다”며 “한일합병을 부정하고 3‧1 독립만세를 들고 일어난 것과 망명지에서 전국 13도(당시) 대표가 모여 임시정부를 세우고, 광복군을 창설해 본토 진공작전을 세우기까지 무수하게 치른 희생을 다 부정하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걸 다 까먹자는 것은 제정신 박힌 사람이냐”며 “없는 역사도 만들어나갈 판인데, 있는 역사조차 왜 부정하려는 것이냐. 그 의도가 무엇이냐”고 비판했다.

한편, 문 대통령이 이날 친일파 청산의 필요성을 강조한 발언을 한 것이 기득권세력의 반감을 산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 1948년 7월17일 제정된 대한민국 헌법 제1호 전문 및 총강 일부. 사진=국가법령정보센터
▲ 1948년 7월17일 제정된 대한민국 헌법 제1호 전문 및 총강 일부. 사진=국가법령정보센터
문 대통령은 일제가 독립운동가 석주 이상룡 선생의 본가인 임청각을 관통하도록 철도를 놓은 것을 두고 “아흔 아홉 칸 대저택이었던 임청각은 지금도 반 토막이 난 그 모습 그대로”라며 “이상룡 선생의 손자, 손녀는 해방 후 대한민국에서 고아원 생활을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임청각의 모습이 바로 우리가 되돌아봐야 할 대한민국의 현실이라며 이렇게 평가했다.

“일제와 친일의 잔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했고,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지 못했습니다. 역사를 잃으면 뿌리를 잃는 것입니다…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는 말이 사라져야 합니다. 친일 부역자와 독립운동가의 처지가 해방 후에도 달라지지 않더라는 경험이 불의와의 타협을 정당화하는 왜곡된 가치관을 만들었습니다.”

문 대통령은 “독립운동가들을 모시는 국가의 자세를 완전히 새롭게 하겠다”며 “최고의 존경과 예의로 보답하겠습니다. 독립운동가의 3대까지 예우하고 자녀와 손자녀 전원의 생활안정을 지원해서 국가에 헌신하면 3대까지 대접받는다는 인식을 심겠다”고 약속했다.

이와 함께 독립운동의 공적을 후손들이 기억하기 위해 임시정부기념관을 건립하고, 임청각처럼 독립운동을 기억할 수 있는 유적지는 모두 찾아내겠다고 문 대통령은 다짐했다. 그는 잊혀진 독립운동가를 끝까지 발굴하고, 해외의 독립운동 유적지를 보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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