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김현종, 농민은 분노한다
돌아온 김현종, 농민은 분노한다
[시시비비] 촛불 민심에 반하는 통상교섭본부장 임명에 관하여

논란의 중심에 김현종이 있다

문재인 정부의 첫 통상교섭본부장이 임명되었다. 농민과 시민사회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은 김현종 신임 통상교섭본부장 임명을 강행했다.

경향신문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임명에 불거지는 논란… 왜?(7월31일)’에서 잘 나타나듯이 논란의 핵심은 그가 한미FTA 협상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모든 국민이 기억하듯이 협상 시작에서부터 국회 비준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는 한미FTA를 둘러싸고 심각한 갈등과 논란을 겪었다. 바로 그 사회적 갈등과 논란을 제공한 주역 가운데 한 명이 노무현 정부 당시 통상교섭본부장으로서 한미FTA 협상의 주역이었던 그가 있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노무현 정부를 계승하는 문재인 정부 앞에 놓인 최대의 통상 현안도 한미FTA 관련 새로운 협상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에 불리한 내용을 뜯어고치겠다고 공개적으로 재협상을 요구하면서 어떤 방식으로든 한미FTA 협정문을 개정하기 위한 협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TV ‘돌아온 김현종…첫 시험대는 한미FTA 공동위(7월31일)’, 한겨레 ‘한미FTA 쟁점별 개정협상 시나리오 6가지(8월1일)’ 등을 비롯하여 주요 매체의 보도가 모두 이 점에 주목하고 있다.

▲ 김현종 신임 통상교섭본부장이 8월4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열린 취임식에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 김현종 신임 통상교섭본부장이 8월4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열린 취임식에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04년 쌀 재협상 그리고 백남기·전용철·홍덕표

그런데 농민들은 다른 시민사회단체보다 훨씬 더 큰 목소리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임명을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있으며, 김현종 임명은 촛불혁명의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그 이유는 한미FTA뿐만 아니라 2004년에 벌어졌던 ‘쌀 재협상’도 당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농민단체의 기자회견을 보도한 경향신문 ‘농민단체들, 김현종 임명 철회 촉구 “촛불정신 훼손하지 말라”(8월1일)’에 게재된 기자회견 사진에는 농민들의 영정사진이 나온다. 그 사진의 주인공은 고 전용철 농민과 고 홍덕표 농민이다. 두 농민은 지난 2005년 11월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이끌었던 쌀 재협상 결과에 대한 국회비준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다 경찰의 폭력진압으로 인해 사망했다.

당시 정부는 미국, 중국 등과 쌀 재협상을 벌인 결과 매년 쌀의 의무수입물량을 종전 20만4천 톤에서 40만8천 톤으로 두 배를 늘리고, 수입하는 쌀의 30%를 반드시 밥쌀용으로 수입하기로 하는 등의 내용에 합의하였다. 이러한 협상 결과에 대해 당시 농민단체와 시민사회 그리고 야당은 ‘최악의 실패한 협상’이라고 혹평하였다. 최악의 협상 결과에 대해 국회 비준이 이루어지는 것을 항의하는 시위에 참여했다가 두 농민이 목숨을 잃은 것이다. 그러니 한미FTA 외에도 두 농민의 목숨을 앗아간 쌀 재협상에도 책임이 있는 김현종을 다시금 통상교섭본부장에 임명한 것에 대해 농민들이 분노를 표하는 것은 당연하다 할 수 있다.

그리고 당시 쌀 재협상 결과는 10년의 세월이 지난 후 고 백남기 농민 사망으로도 이어진다. 고 백남기 농민은 쌀값 폭락에 항의하면서 지난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에 참여하여 ‘쌀값 보장, 밥쌀 수입 중단’을 외치다 살인적인 물대포에 쓰러져 결국 사망하게 되었음은 국민 모두 알고 있다. 그런데 고 백남기 농민을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 서도록 만들었던 ‘쌀값 폭락’의 주요 원인이 과도한 쌀의 의무수입물량 때문이라고 농민들은 주장한다.

▲ 2012년 2월2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한미FTA범국민운동본부 회원들이 한미FTA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한미 FTA는 2012년 3월15일 0시에 발효됐다. ©연합뉴스
▲ 2012년 2월2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한미FTA범국민운동본부 회원들이 한미FTA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한미 FTA는 2012년 3월15일 0시에 발효됐다. ©연합뉴스
실제로 쌀 재협상 결과 의무수입물량이 두 배 늘었는데, 이 때문에 2005년 이후 추가로 증가한 의무수입물량의 누적 합계가 약 140만 톤에 달한다. 최근 약 190∼200만 톤 수준으로 추정되는 쌀의 누적 재고량이 너무 많아서 쌀값 폭락을 초래했다는 점은 이견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쌀의 추가 의무수입물량이 누적되어 쌓이면서 쌀의 과잉재고를 초래했고, 이것이 쌀값 폭락으로 이어졌다는 점은 굳이 말할 필요조차 없다.

게다가 국내 쌀도 남아 밥쌀을 수입할 필요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밥쌀 수입을 강행하여 쌀값 폭락을 더욱 부채질하는 비상식인 행태 역시 앞에서 언급한 쌀 재협상 결과가 단초를 제공하였다.

과거의 불행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이와 같은 사실을 고려할 때 ‘최악의 실패한 협상’으로 평가받는 2004년 쌀 재협상 결과가 고 전용철, 홍덕표 농민과 고 백남기 농민의 목숨을 잃도록 만들었던 배경이며, 김현종은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농민들은 말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백남기다’를 외치며 광장을 가득 메웠던 촛불을 아직도 생생하게 가슴에 품고 있는 농민들은 김현종에 분노하는 것이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김현종 임명을 철회하라고 촉구하는 것이다.

이는 단지 과거의 불행한 비극으로 끝나지 않고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임명으로 상징되는 새 정부의 통상개방이 또 다른 농민의 목숨을 앗아갈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담고 있다. 연합뉴스 ‘10년만에 돌아온 김현종 “수세적 골키퍼 정신 당장 버려야”(8월4일)’를 비롯하여 주요 매체들이 전하고 있는 바와 같이 김현종의 취임사가 강조하는 공세적 통상개방 예고는 농민의 가슴을 더욱 짓누른다.

이 기사를 후원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보리아빠 2017-08-08 11:47:27
적폐로 적폐를 치겠다..? 인사가 만사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