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YG엔터테인먼트 “방송국? 우리가 만들지 뭐”
SM·YG엔터테인먼트 “방송국? 우리가 만들지 뭐”
연예기획사, 지상파 의존 대신 지상파PD 영입하며 자체 플랫폼으로 홍보…위기의 지상파

SM·YG·미스틱·큐브 엔터테인먼트 등 연예기획사들이 지상파PD를 영입하고, 유튜브나 모바일플랫폼을 이용해 직접 방송국을 운영하며 연예인에게 최적화된 홍보에 나서고 있다. 멀티 플랫폼 시대가 낳은 장면이다.

이수만 회장은 지난해 1월 기자회견을 열고 MCN(멀티채널네트워크)을 자사의 신사업 중 하나로 소개했다. SM에 소속된 셀러브리티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것이 골자였다. 이 회장은 가수가 참여하는 보이는 라디오, 연기자가 참여하는 웹 드라마와 웹 예능, 스포츠 스타가 참여하는 스포츠 레슨 및 헬스, 모델이 소개하는 뷰티 및 패션 등 라이프 스타일을 망라한 MCN 콘텐츠 제작을 예고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SM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다양한 모바일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기존 MCN의 ‘1인 미디어’ 콘셉트와 맥락을 같이 하는 것으로는 ‘루나의 알파벳’ 채널이 대표적이다. f(x) 루나는 개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뷰티·여행·일상·팁 등을 소개하고 있다. 이밖에도 이수근·한민관 등이 핸드폰 동영상을 찍는 콘셉트를 내세운 ‘이수근의 핸동대장’, 호기심을 풀겠다는 취지로 시작된 슈퍼주니어 성민의 ‘엉뚱이’ 등이 있다.

▲ ‘루나의 알파벳’ 유튜브 채널 영상 갈무리.
▲ ‘루나의 알파벳’ 유튜브 채널 영상 갈무리.
SM은 지난 3월 유튜브로부터 ‘다이아몬드 버튼’을 받았다. 다이아몬드 버튼은 구독자 수 1000만이 넘는 채널에 유튜브가 수여하는 상으로 국내 채널 중에선 SM이 최초였다. 자사 아티스트들의 두터운 팬 층을 기반으로, 뮤직비디오·티저 등 기존 콘텐츠에 더 해 볼거리가 풍성한 ‘예능스러운’ 콘텐츠를 배치한 것이 먹힌 결과였다. SM엔터테인먼트의 공식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6일 현재 1066만4350명이다. SM 전략의 핵심은 글로벌이다. SM 엔터테인먼트 공식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 90% 이상이 외국인이다.

다이아몬드 버튼 수상 이후 SM은 지난 5월 자체 MCN채널 ‘스타디움 TV’를 론칭했다. 기존 콘텐츠를 SM 공식 유튜브 채널에만 업로드 하던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아예 MCN 시장을 개척하고 나선 것이다. 골프선수 박인비와 SM 소속 연예인들이 골프 대결을 펼치는 웹 예능 ‘전설의 초대’, 젊은 세대의 연애와 스킨쉽을 다룬 웹 드라마 ‘우리 할 수 있을까’, 여성 시청자를 타깃으로 한 콘텐츠 ‘여자들의 격공수다’ 외에 쿡방, ASMR, 게임, TIP 영상 등을 업로드 하고 있다.

연예기획사들이 지상파PD를 영입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SM 자회사 SM C&C는 2015년 ‘안녕하세요’·‘우리 동네 예체능’ 등을 연출한 이예지 KBS PD를 영입하고 콘텐츠 기획실을 신설했다. 이 PD는 SM에서 소속 그룹 NCT가 세계 여행을 떠나는 예능프로그램 ‘NCT LIFE’ 시리즈 등을 연출했다. SM C&C는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글로벌 콘텐츠 비즈니스를 확대 전개하겠다며 이 PD를 앞세워 중국 위성방송사 저쟝위성·텐센트동영상·톈위미디어 등과 아이돌 그룹을 육성하는 연습생 트레이닝 프로그램 ‘타올라라 소년’ 제작에 참여하기도 했다.

가장 공격적으로 지상파PD를 영입하고 있는 곳은 YG다. YG는 올 초부터 ‘라디오스타’ 조서윤 PD, ‘무한도전’ 제영재 PD, ‘진짜 사나이’ 김민종PD 등 MBC 예능PD들과 Mnet ‘음악의 신’ 박준수 PD, ‘쇼미더머니’ 이상윤·최효진 PD, tvN ‘SNL코리아’ 유성모 PD 등 CJE&M 예능PD를 대거 영입했다. 지난 5월 Mnet ‘프로듀스101’ 등을 기획·연출한 한동철 PD를 영입한 뒤 5일 만에 YG는 “한PD가 YG와 타 기획사 소속 신인 그룹과의 콜라보레이션을 벌이는 신개념 오디션 프로그램을 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YG 연습생들의 서바이벌 프로그램도 기획 단계에 있다. YG에 있는 30명가량의 남성 연습생 중 다음 데뷔타자를 고르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 ‘눈덩이 프로젝트’의 출연진과 제작진. 왼쪽 아래부터 시계방향으로 NCT 마크, 이예지 PD, 윤종신, 여운혁 PD, 박재정. 출처=눈덩이 프로젝트
▲ ‘눈덩이 프로젝트’의 출연진과 제작진. 왼쪽 아래부터 시계방향으로 NCT 마크, 이예지 PD, 윤종신, 여운혁 PD, 박재정. 출처=눈덩이 프로젝트
연예기획사 소속 PD들끼리의 콜라보레이션도 진행되고 있다. 지난 달 미스틱과 SM이 선보인 ‘눈덩이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두 회사 아티스트들이 만나 음악 교류를 한다는 콘셉트로 SM의 이예지 PD가 연출하고 미스틱의 여운혁 PD가 CP를 맡았다. SM이 미스틱의 지분 28%를 취득하며 최대주주가 된 지난 3월부터 양사는 모바일 영상 콘텐츠 부분에서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라 예고한 바 있다. ‘눈덩이’는 지난 6월28일 유튜브와 네이버TV, 셀럽들의 아프리카TV격인 ‘V LIVE’를 통한 첫 방송 이후, 지난 4일부터 Mnet채널에 편성됐다.

연예기획사들은 이제 방송사의 예능국처럼 움직이고 있다. 이들의 자체콘텐츠는 점차 늘어나 모바일과 유튜브 플랫폼에 익숙한 젊은 층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박서연(23·회사원)씨는 “학창시절 아이돌을 좋아할 때는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 공개방송이나 쇼케이스·콘서트에 다녔지만, 요즘은 연예기획사에서 올려주는 동영상을 보고 덕질(팬 활동)을 한다”고 밝혔다. 박 씨는 좋아하는 연예인의 기획사 유튜브 공식 채널들에 영상이 업로드 되면 스마트폰에 알람이 오도록 설정해뒀다.

전다은(24·대학생)씨는 “SM의 NCT라는 보이그룹에 관심을 갖게 된 후 SM 공식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 된 리얼리티 예능 ‘NCT LIFE’를 찾아보고 ‘입덕(덕후, 즉 팬이 된다는 뜻)’했다”고 말했다. 전씨는 연예기획사의 영상 콘텐츠가 아이돌 팬들의 중요한 입덕 요소라고 강조하며 “주변인들에게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을 영업할 때도 기획사의 영상 콘텐츠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 ‘NCT LIFE 시즌1 방콕편’ 영상 갈무리.
▲ ‘NCT LIFE 시즌1 방콕편’ 영상 갈무리.
연예기획사들은 자체 콘텐츠를 모바일 문법으로 만드는데 그치지 않고 레거시미디어로의 진출에도 적극적이다. 큐브엔터테인먼트는 2015년 IHQ 미디어그룹과 손잡고 케이블채널 ‘큐브TV’를 개국했다. 자사 아티스트들의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 등이 주 편성 되는데, 주요 콘텐츠들은 대부분 큐브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왔던 영상들이다. 이는 MCN채널 다이아TV가 케이블채널로 편성된 것과 비슷한 흐름이다. 이런 가운데 과거 연예인들의 ‘생사’를 좌우했던 지상파는 독점적인 플랫폼 지위를 잃은 상황에서 역량 있는 PD까지 빼앗기며 위기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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