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개혁, 품격보다 절박함이 필요하다
언론개혁, 품격보다 절박함이 필요하다
[미디어오늘 1107호 사설]

문재인 정부 언론개혁 사령탑 역할을 할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로 이효성 성균관대 명예교수가 내정됐다. 새 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공석이었던 방통위원장 후보자에 이 교수가 지명되면서 문재인 정부 언론개혁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자가 그동안 학계와 정부 위원회, 시민단체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는 점에서 언론계에서도 호평과 함께 일정 부분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이효성 후보자 앞에 놓인 과제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당장 방통위원장이 장관급이기 때문에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을 거쳐야 한다. 청와대에서 사전에 공개한 주민등록법 위반에 대한 야당의 ‘검증과 공세’는 논외로 하더라도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정치공세’에 이 후보자가 어떻게 대응할지 염려된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청문활동을 검증이 아니라 정치공세로 치부하는 데에는 나름 이유가 있다. 공영방송에 낙하산 사장을 내려 보내 정부 비판 보도를 막은 게 언제였나. 이명박근혜 정권 9년 동안 벌어진 일이다. 자유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한나라당이 집권 여당인 시절이었다. 공영방송에서 비판 보도를 막았던 경영진에 항의하는 언론인을 징계하고 보도·제작과 상관없는 부서로 배치하는 등 보복인사가 난무했던 것도 비슷한 시기 발생했다.

언론자유를 후퇴시킨 장본인들인 자유한국당이 최소한의 염치가 있다면 과거 행적을 반성하는 게 순서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오히려 정권교체 이후 ‘방송장악저지투쟁위원회’를 구성했다. ‘투쟁위원들’ 면면도 화려(?)하다. 조선일보 편집국장 출신 강효상 의원이 위원장이고, 심재철 국회부의장과 박대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간사, 민경욱 미방위 소속 의원 등도 위원회에 참여했다. 언론장악을 주도해 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자유한국당이 ‘비정상화의 정상화 과정’을 언론탄압으로 규정하고 이를 저지하겠다는 발상을 하는 것 자체가 놀라울 뿐이다.

자유한국당 상황을 언급하며 이를 새삼 환기시키는 이유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이들의 공세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반성은커녕 ‘문재인 정부 언론장악’ 운운하는 자유한국당 의원들 태도로 봤을 때 인사청문회 자체가 적반하장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적폐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공영방송 경영진과 특혜·막말 편파 보도로 도마에 오른 일부 종편들이 검증을 빙자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정치공세를 확대재생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인사청문회가 정권교체 후에도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는 공영방송 경영진과 이효성 후보자의 ‘대리전’ 형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사진=금준경 기자.
▲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사진=금준경 기자.
언론계에서 이 후보자에 대해 ‘환영과 기대’ 입장을 밝히면서도 한편에선 우려를 표명하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일부의 우려이긴 하지만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결사항전 태도를 보이고 있는 자유한국당의 ‘거친 공세’를 이 위원장이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언론노조가 지난 3일 발표한 논평을 보면 시민사회진영의 이 같은 고민이 잘 묻어난다. 언론노조는 이 후보자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면서도 지나치게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일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 후보자의 인선이 언론개혁에 대한 절박함보다는 그동안 절차와 합의를 존중해 온 청와대와 민주당이 보인 행보의 결과일 수도 있다는 점 때문이다. “적폐세력들이 9년 동안 후퇴시킨 언론의 정상화, 그리고 언론개혁을 통한 민주주의의 회복은 결코 조용하고 품위 있게 진행될 수 없다”는 언론노조 논평 마지막 문장을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이효성 후보자가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해직언론인 복직 문제 등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혔다는 점이다. 그는 “언론인들 해직이 잘못되고 억울한 것이라면 바로잡는 게 정상화 아니겠나”라면서 “특정 방송사들이 과도하게 공정성을 잃고 있으면 감독기능을 발휘해 제대로 할 수 있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건 ‘품격 있는’ 언론개혁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절박한’ 언론개혁이 더 절실히 요구된다는 점이다. 이 후보자가 그 절심함을 분명히 인식하고 언론계 적폐 청산의 사령탑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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