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작가들은 ‘해직언론인’도 될 수 없었다”
“방송작가들은 ‘해직언론인’도 될 수 없었다”
올 여름 출범 준비하는 방송작가노동조합…“방송작가 94%가 여성”

“2009년 KBS의 ‘PD집필제’ 사건, 2012년 MBC ‘PD수첩’ 해고사태 때 방송작가들이 하루아침에 무더기로 잘렸다. 아시다시피 ‘PD수첩’ 사건 때는 PD들도 함께 해고당했다. PD들은 해직언론인이 됐으나 방송작가들은 해직언론인도 될 수 없었다. 정규직이 아니니 사실상 해고도 아닌 셈이었다.”

첫차를 타고 출근하고 막차를 타고 퇴근을 하는 일상에 100만원이 되지 않는 월급을 받고 버티다가 잘려도 ‘해직언론인’도 될 수 없는 처우.

방송작가유니온 홍보부장 황민주 작가는 방송작가들의 고강도 노동과 저임금, 불합리한 처우 등을 지적했다. 2016년 방송작가 노동인권 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방송작가의 6.6%만이 서면으로 계약하는 실정이기에, ‘해고’라는 개념도 없는 경우가 많다.

(관련기사: 방송작가는 왜 노동자가 아닌가)

18일 서울 대학로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이음에서 열린 ‘문화예술이 젠더를 묻다’ 포럼에서 황민주 작가는 방송작가가 겪는 불합리와 처우가 방송작가라는 직군에 대한 노동문제도 있지만, 방송작가의 94%가 여성인 점을 비춰보면 젠더문제로서도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밝힌 보고서에 따르면 방송작가 중 여성이 94.6%, 남성은 5.4% 비율로 나타났다. 배우자가 없는 방송작가가 93.3%였고, 20대가 73.2%, 30대가 36.1%였다. 방송작가 대부분이 ‘20-30대 미혼 여성’라는 의미다.

▲ 2016년 방송작가 노동인권 실태조사 자료. 사진제공=황민주 작가
▲ 2016년 방송작가 노동인권 실태조사 자료. 사진제공=황민주 작가
이런 ‘젊은 미혼 여성’이 대다수인 방송작가들은 일터에서 폭행, 성폭력, 욕설, 인격무시 등 인권침해에 노출돼있다. 보고서에서 인격무시 발언을 들었다는 이들은 전체의 82%였고 업무와 관련 없는 사적인 지시를 받았다는 이들이 76%, 욕설을 경험한 아들이 58%, 성폭력을 당한 이들이 41%로 나타났다.

황민주 작가는 “업무외 사적인 지시뿐만 아니라 막내작가이면서 여성인 경우, 점심 메뉴를 고르는 일부터 비품을 사러가는 것, 커피 심부름, 심지어 방송 분장 같은 일까지 시키는 경우도 있다”며 “방송작가에 대한 부당한 현실은 그 구성원의 94%가 여성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실이라고도 생각한다”고 말했다.

▲ 18일 오후 2시 서울 대학로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이음에서 황민주 방송작가가 강연하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 18일 오후 2시 서울 대학로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이음에서 황민주 방송작가가 강연하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오늘만 사는 PD는 있어도, 오늘만 사는 작가는 없다’

하나의 방송을 만들려면 PD와 작가의 역할이 모두 필요하다. 하지만 방송작가의 업무는 종종 너무나 쉽게 교체되고 사라져왔다. 황민주 작가는 그 사례로 2009년 KBS의 ‘PD집필제’ 사태와 ‘MBC PD수첩 해고사태’를 꼽았다.

KBS는 2009년 봄 개편과 함께 이른바 ‘PD집필제’를 시행했다. PD가 방송작가의 역할인 내레이션 원고까지 쓰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황민주 작가는 “KBS는 현장에 나가보지도 않은 작가가 원고를 쓰는 것은 프로그램의 객관성을 해친다는 놀라운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촬영 전까지 사건을 취재하고 관련자와 통화하고 일정을 조율하며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는 것은 작가의 일인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당시 KBS는 ‘추적60분’과 같은 프로그램에서 작가를 모두 내보냈다. 황민주 작가는 “당시 한 PD는 다른 프로그램에서 신입 작가로 활동하고 있던 1~2년차 작가에게 10년~15년차 작가가 할 일을 맡겼고, 방송에는 작가의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라며 “심지어 또 다른 PD는 사비를 털어 작가를 고용해 원고를 쓰게 했고, 방송에 그 작가의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황 작가는 “이런 식으로 작가의 노동은 너무나 쉽게 지워진다”고 지적한 뒤 “‘오늘만 사는 PD’라는 찬사는 자주 듣지만 ‘오늘만 사는 작가’같은 말이 없는 이유도 그 사례다”라고 덧붙였다. 황 작가는 “KBS가 결국 작가 없이는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고, 반년도 채 되지 않아 작가들이 복귀했다”고 전한 뒤 “하지만 작가의 필요성을 안 이후에도 작가들에 대한 처우는 바뀌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2012년 MBC ‘PD수첩’ 해고 사태도 마찬가지였다. 2010년 MBC ‘PD수첩’의 ‘4대강 수심 6미터의 비밀’이 논란 끝에 방송된 뒤, MBC는 유력PD들을 타부서로 보냈고, 길게는 12년, 짧게는 4년 동안 PD수첩에서 일 해온 작가 6명을 전원 해고했다.

황민주 작가는 “PD수첩 사태 속 PD들은 해직언론인이 되거나 국민들의 응원을 받고, 기록에 남지만 작가들은 어떤 수식어도 붙지 않는다”라며 “작가 없이는 만들 수 없는 프로그램이고, PD보다 더 오래 PD수첩을 만든 작가들도 있었지만 작가는 프로그램의 주인이 될 수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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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다람 2017-06-19 10:43:54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는 알겠습니다만 PD나 제작사, 방송국 입장도 글 말미에 실으셔야죠. 반박도 검증도 현장에 가보지도 않고 황민주 작가의 주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전할거면 미디어오늘 왜 합니까, 방송작가모임 기관지를 하시지

아침노을 2017-06-18 22:34:15
전직 방송 PD로서 위 기사에 나오는 작가들의 고충을 십분 이해한다. 하지만 방송작가 10명중 8~9명은 월급받는 직원이기를 거부하는것 또한 사실이다. 그 이유는 직원이 되면 회사에서 시키는 일 모두 해야하고 정시 출근해야하며 다른 일감이 들어와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연차가 쌓이고 소위 대박친 프로그램에 참여한 경력이 생기면 작가료도 협상하고 본인이 작품을 골라 새끼작가 두고 편하게 일할수 있다. 또한 프로그램 제작에 있어 작가는 PD와의 관계에서 갑에 해당된다. 작가가 촬영구성안이나 나레이션 대본을 늦게 주면 피디는 일을 할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좋은점은 다 가져가고 안좋은 일부 면만을 부각시켜 피해자 코스프레하는것은 아닌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