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센터 현장실습생 사망, 5개월 만에 ‘사과’
콜센터 현장실습생 사망, 5개월 만에 ‘사과’
LB휴넷 과도한 업무량과 감정노동 문제 개선 약속, 원청 LG유플러스는 끝내 교섭 임하지 않아

“수연아 안 끝났니 아빠가 기다린다.” (오후 6시47분)
“오늘 귀책 있어서 녹취 듣고 있어.” (오후 6시48분)
“언제와.” (오후 7시43분)
“과제 많아.”

지난 1월 숨진 LG유플러스 콜센터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홍수연씨(19)가 아버지와 주고 받은 문자메시지다.

홍씨는 ‘해지방어’ 부서에서 일했다. ‘해지방어’는 통신, IPTV 서비스를 해지하려는 고객에게 계속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부탁하는 업무로 홍씨는 일상적인 언어폭력과 성희롱에 시달렸다. 회사는 실적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했으며 ‘귀책’이 잡히면 밤 늦게까지 실적이 좋은 동료의 녹취를 들으며 ‘깜지’를 쓰는 과제를 시켰다. 홍씨는 하루 35 콜을 채워야 했다. 그는 가족에게 “아빠 나 콜수 못 채웠어” “오늘 한끼도 못 먹었어”라는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 홍수연씨가 아버지와 주고 받은 문자메시지.
▲ 홍수연씨가 아버지와 주고 받은 문자메시지.

LG유플러스의 전주지역 고객센터인 협력업체 LB휴넷은 사고 후 5개월 만인 7일 공식 사과 및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LB휴넷은 입장문을 내고 “현장실습생의 안타까운 사고에 대하여 고인과 유족들에게 애도의 마음,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LB휴넷은 “현장실습생 제도의 운영상 표준협약서와 근로계약서가 불일치한 관리상의 하자에 대하여 이를 인정하고 즉시 시정하였다”면서 “고인이 느꼈던 감정노동과 실적경쟁에 대한 심적부담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은 유감과 위로를 전한다”고 덧붙였다.

홍씨가 지난 1월 사망한 이후, 3월 진상규명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꾸려져 LG유플러스와 LB휴넷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해왔다.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던 LB휴넷은 대책위가 산재 신청, 국회 접촉 등 행동에 나서자 교섭에 임했으나 원청인 LG유플러스는 끝내 교섭에 임하지 않았다.

앞서 2014년 10월22일, LB휴넷 해지방어부서에 근무하던 다른 노동자 역시 목숨을 끊은 바 있다.

LB휴넷은 재발방지 대책으로 △상담사들에게 먼저 전화를 끊을 수 있는 권리를 확대한 블랙컨슈머 제도 강화 △외부 정신건강 시설과의 제휴 및 사내 심리상담 여건 확대 통한 감정노동 보호프로그램 강화 △18시 이후 사무실 소등을 포함한 물리적 조치 등 근로환경 개선 방안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 LB휴넷과 LG유플러스.
▲ LB휴넷과 LG유플러스.

공동대책위는 7일 “회사는 이번 합의에 따라 재발방지 개선대책을 성실히 이행하고 또다시 비극적인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면서 “이번 사건을 통해서 제기된 현장실습, 감정노동, 간접고용의 문제는 한국 사회 전체에 걸쳐 있는 문제”라고 밝혔다.

원청인 LG유플러스는 협력업체와 노동자 사이에서 벌어진 일이라며 끝내 개입하지 않은 게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장준 공동대책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은 “LG유플러스는 고객센터를 외주화하고 사용자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 상담사들을 회사 4곳과 센터 9곳으로 쪼개 실적경쟁을 시켰다”면서 “콜수 압박과 영업 압박을 가하는 구조를 만들고, 고객센터를 거대한 영업조직처럼 만든 것은 바로 원청 LG”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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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소싱 2017-06-08 09:00:56
이래서 휴넷이 채용사이트에 보면 거의 매일 등록되었던 거였구나..

이놈의 2017-06-07 21:18:31
하도급, 아웃소싱...어떻게 안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