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교류가 민간에서 9년 만에 다시 추진되고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선지 한 달 만이다. 중단된 지 9년 된 6·15 남북공동행사에 대해 북측위원회의 평양 개최 제안에 남측이 이를 수용하면서 양측이 행사 개최 준비작업을 벌이고 있다.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상임대표의장 이창복)는 5일 저녁 북측위원회에 6·15 민족공동행사의 평양 개최와 100명 규모의 참가인단 참석, 서해직항로 방문 등의 내용이 담긴 팩스를 전송했다고 6일 손미희 남측위 대변인이 전했다.

앞서 6·15 남측위는 5일 보도자료에서 “북측위원회에서는 남측 정부가 국제적 대북 제재에 함께 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전하는 한편, 개최 장소와 관련하여 개성은 어렵고 평양에서의 성과적 개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의견을 보내왔다”며 “행사의 개최 지역이 북측지역인 만큼, 장소에 대한 북측위원회의 의견을 존중하여 평양에서 추진하자는 의견을 수용하기로 하고, 대표단 명단 및 행사 내용, 세부안에 대한 추가 협의를 거쳐 정부에 방북신청을 하기로 하였다”고 밝혔다.

애초 남측위에서는 개성에서 개최하는 제안을 했으나 북측이 평양으로 수정 제안을 해온 것이다. 손미희 6·15 남측위 대변인은 6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애초 남측위에서는 개성공단 정상화 문제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사정을 감안해서 개성이 좋겠다고 보냈으나 현재 개성공업지구가 폐쇄된 이후 이에 대한 (남북간의)논의와 입장 표명이 없는 상태에서 개성 개최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어차피 6·15 행사는 북측에서 열기로 한 것이므로 이를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 지난해 6월15일 6·15 공동선언 16주년을 맞아 6·15 남측위원회가 임진각에서 민족통일대회를 열었다. 사진=6·15 남측위원회
▲ 지난해 6월15일 6·15 공동선언 16주년을 맞아 6·15 남측위원회가 임진각에서 민족통일대회를 열었다. 사진=6·15 남측위원회
이에 따라 남측위원회는 5일 저녁 다시 북측위원회에 팩스를 보내 평양 개최를 수용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손 대변인은 “어제 팩스를 보내면서 평양도 상관없다, 참가인단 규모는 100명이며, 서해 직항로를 통해 방북하는 것을 준비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며 “오늘(6일) 저녁이나 내일 쯤 북측위원회 답변이 오면 본격적으로 공동행사 준비에 시동이 걸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남북측위원회의 팩스송수신과 대화내용에 대해 통일부 담당자측과 협의해 진행했다고 손 대변인은 전했다. 팩스를 통한 북한주민 접촉에 대해서는 정부가 사전접촉신고를 수리했다.

우리 정부 당국인 통일부가 이를 수용할지 여부에 대해 손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통일부차관 면담도 했다. 정부는 큰 틀에서 민간지원 열어놓고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딱히 대답을 못하고 있다”며 “북측도 정확한 입장이 없기 때문이니 입장을 듣고 결정하자고 해서 팩스를 보낸 뒤 입장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북측위원회가 팩스를 통해 초청하겠다는 의사를 보내오면 다시 참가자 명단을 보내고 다시 북측의 신변안전보장이 이뤄지면 남측위원회는 통일부에 방북신청서를 내게 된다. 북한방문(방북)은 허가사항이므로 통일부가 방북신청 서류를 심사해 결정한다.

6·15 행사와 달리 북측이 남측의 유엔 대북제재 결의 지지를 문제삼아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과 종교인평화회의 기독교교회협의회의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일부 언론에서는 문재인 정부는 교류를 승인하는데 북측이 거부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 지난해 6월15일 6·15 공동선언 16주년을 맞아 6·15 남측위원회가 임진각에서 민족통일대회를 열었다. 사진=6·15 남측위원회
▲ 지난해 6월15일 6·15 공동선언 16주년을 맞아 6·15 남측위원회가 임진각에서 민족통일대회를 열었다. 사진=6·15 남측위원회
▲ 지난해 6월15일 6·15 공동선언 16주년을 맞아 6·15 남측위원회가 임진각에서 민족통일대회를 열었다. 사진=6·15 남측위원회
▲ 지난해 6월15일 6·15 공동선언 16주년을 맞아 6·15 남측위원회가 임진각에서 민족통일대회를 열었다. 사진=6·15 남측위원회
KBS는 5일 밤 <뉴스라인> ‘대북제재 ‘꼬투리’ 지원단체 방북거부’에서 “북한이 유엔 새 대북제재를 문제삼으며 국내 인도 지원단체의 방북을 사실상 거부했다”며 “새 정부 출범 후 민간단체들의 남북 교류 재개가 시작부터 난관에 부닥쳤다”고 보도했다. 특히 6·15 공동행사 준비와 관련해 KBS는 “6.15 남북공동행사를 추진중인 6.15 남측위는 개성이냐 평양이냐 행사 장소를 놓고 북측과 이견을 빚었다”며 “결국 평양 개최라는 북한 요구를 수용하고 정부에 방북신청을 하기로 했는데 개성에 비해 정치적인 논란이 일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도했다.

KBS는 “북한의 거부로 제재 틀안에서 남북 민간교류를 유연하게 복원하겠다는 새 정부의 대북 정책 구상은 조기에 실현되기 쉽지 않게 됐다”고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이를 두고 손미희 남측위 대변인은 “다른 단체의 교류에 일부 제동이 걸렸을지 몰라도 6·15 행사의 경우 북측이 거부한 것은 아니다”라며 “자칫하면 북측에 책임을 떠넘길 수 있기 때문에 민간교류를 하는 입장에서는 대단히 무책임한 언론보도”라고 지적했다. 손 대변인은 “분명히 우리가 받은 팩스내용은 개성 개최는 어렵지만 평양에서 개최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것”이라며 “어려운 문제가 있으면 만나서 풀어야 한다. 꼭 개최할 수 있다고 보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의 의미에 대해 손 대변인은 “2000년 6·15 공동선언 이후 통일을 향한 민간교류가 이어져오다 이명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며 막혀있었다”며 “새 정권 들어 민간교류 하는 입장에서 함께 하는 통일을 만들어가야 한다. 그러려면 서로 만나야 하고, 벽을 허물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행사는 첫 물꼬의 의미”라고 설명했다. 6·15 남측위는 오는 8월15일엔 축구대회 및 여성·농민 상봉 모임, 10월4일엔 10·4 전민족 대회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손 대변인은 전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방북신청서가 접수되면 심사하겠다고 밝혔다. 이덕행 통일부 대변인은 6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방북신청에 필요한 행사계획서, 북한의 초청장, 신변안전보장 서류 등을 제출하면 승인여부를 검토할 것”이라며 “행사계획서 등을 보고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대북제제의 틀을 훼손하지 않는 상태에서 민간교류를 유연하게 검토한다는 것이 방침”이라며 “내부적으로 담당국에서 고민하겠지만, 아직 (6·15 행사에 대해) 결론내린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 지난 6월2일 광화문광장에서 6·15 남측위원회 인사들이 민간교류 확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연합뉴스
▲ 지난 6월2일 광화문광장에서 6·15 남측위원회 인사들이 민간교류 확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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