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가 지난 12일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오겠다”며 미국으로 떠났지만 페이스북을 통해 연일 정치적인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발언 수위 또한 대선기간 보다 높아졌다.

비판 대상은 주로 한국당 친박계다. 홍 전 지사는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집단지도체제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최근 한국당 친박계 의원들은 단일지도체제인 현재 지도체제를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동시에 선출하는 집단지도체제로 변경하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집단지도체제는 홍 전 지사에게 불리하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권한을 나눠갖는 만큼 당 대표의 힘이 약해지기 때문에 특정 계파가 당 대표를 흔들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홍 전 지사의 출마를 대비해 미리 당 대표 권한을 축소시키려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 사진=민중의소리
▲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 사진=민중의소리
이런 상황에서 홍 전 지사는 “계파들의 이익만 대변하는 집단지도체제는 책임정치에 반하고 국민들의 위한 정치를 하기가 어렵다”면서 “중차대한 형국에 한국당은 제1야당으로 강력한 단일대오를 이뤄야 (문재인 정부와 바른정당 등의) 책동을 분쇄할 수 있다”고 썼다. 

그러면서 홍 전 지사는 2011년 한나라당 최고위원 집단사퇴를 예로 들었다. 당시 당 대표였던 홍 전 지사는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뒤 디도스 사건이 터지자 당시 최고위원이었던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남경필 경기도지사 등과 함께 사퇴했다. 

홍 전 지사는 이에 대해 “(유승민, 남경필, 원희룡) 이 세 분은 당시 저를 사퇴시키면서 박근혜 이후 당권을 자신들이 장악한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들었다”며 “당시 저는 개혁공천을 통해 당을 새롭게 하고자 하였으나 세 분의 합작으로 지도체제가 붕괴됐다”고 썼다. 

홍 전 지사는 앞서 21일에도 한국당 친박계에 대해 “한국 보수세력을 이렇게 망가지게 한 세력들은 이제 반성하고 역사에 사죄해야 한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과 같이 탄핵된 세력들이 또 다시 준동한다면 국민들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썼다. 

▲ 자유하국당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가 5월21일 페이스북에 쓴 글. 사진=페이스북 화면 갈무리
▲ 자유하국당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가 5월21일 페이스북에 쓴 글. 사진=페이스북 화면 갈무리
발언의 수위 또한 대선 기간 보다 높아졌다. 홍 전 지사는 21일 “이제 몇 안 되는 친박이 자유한국당의 물을 다시 흐리게 한다면 당원들이 나서서 그들을 단죄할 것”이라고 친박계를 겨냥했다. 대선기간 친박계 의원들을 포용하고 박근혜씨를 옹호하던 것과 대조적이다.

앞서 17일에는 친박계 의원들을 “박근혜 탄핵 때는 바퀴벌레처럼 숨어 있었고 박근혜 감옥 가고 난 뒤 슬금슬금 기어나와 당권이나 차지해보려고 설치기 시작하는 사람들, 참 가증스럽다”면서 “더 이상 이런 사람 정치권에서 행세하게 해서는 안된다”고 써 논란이 일었다. 

이에 친박계 의원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홍문종 의원은 같은 날 당사에서 열린 중진연석회의에서 “낮술 드셨나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고 유기준 의원도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가지고 그래야 하는데 대선 이후 계속 당 상황에 저렇게 하는 것은 썩 좋은 모습이 아니”라고 말했다.

홍 전 지사의 이 같은 ‘페이스북 정치’는 귀국 후 당권 확보를 위한 초석으로 보인다. 홍 전 지사가 당 대표에 출마할 경우 당내 친박계와 경쟁해야 하는데 한국당의 주류는 친박계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물론이고 최고위원들 모두 친박계로 분류된다.  

그러나 홍 전 지사는 본인의 계파가 없을뿐더러 최근까지 경남도지사로 재직해 여의도에서 멀어져있었다. 비박계 의원들과 최근 복당한 바른정당 탈당파 의원 13명의 지지를 모두 끌어 모아도 친박계에 맞서기에는 부족하다. 게다가 비박계 의원 일부는 외부인사를 영입해 경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홍 전 지사는 어떻게든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야 하는데 그 공간이 대선 기간을 거치며 영향력을 확보한 페이스북인 것이다. 때문에 당 안팎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홍 전 지사의 페이스북 정치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홍 전 지사는 6월4일 귀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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