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통령선거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가짜뉴스에 속수무책으로 흔들리고 있다.

홍 후보는 최근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향해 “언론사 팩트체크 팀에서 문 후보의 사건 해명 가운데 사실이 18%, 거짓말이 54%로 밝혀졌다”고 주장했으나 근거가 가짜뉴스로 밝혀졌다. 지니계수부터 DJ·노무현 대북지원금 액수까지 사실과 다른 주장을 펼친 경우도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언론은 홍 후보의 주장을 공방으로 처리하거나 ‘절반은 사실’이란 식으로 전달하며 그의 네거티브 전략에 활용되고 있다.  (관련기사=‘홍준표발’ 가짜뉴스가 판친다)

▲ 4월28일 선관위 주최 TV토론의 한 장면. ⓒKBS
▲ 4월28일 선관위 주최 TV토론의 한 장면. ⓒKBS
홍 후보의 공세는 문재인 후보에게 집중되고 있다. 문 후보 측 신경민 선대위 TV토론본부장은 “홍 후보가 토론회에서 내놓은 가짜뉴스만 열댓 개가 넘는다. 홍 후보는 문 후보에게 계속해서 거짓말쟁이 콘셉트를 만들려고 한다”고 주장한 뒤 “1990년대 이후 수많은 TV토론을 지켜봤지만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하는 이런 대선후보는 전례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문 후보 측 박광온 선대위 공보단장은 “홍 후보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치가 너무 낮아서인지 (거짓주장을 해도) 타격을 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대응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홍 후보는 지금 가짜뉴스의 숙주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홍 후보는 지난달 30일 서울 유세에서 “박 전 대통령이 지금 교도소에서 극도로 건강이 나쁘다고 한다”며 “구속 집행을 정지해 병원으로 이감해야 하는데 안 하는 건 대통령선거 때문이라고 한다. 검찰이 문재인 후보 눈치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거짓 주장이었다. 법무부와 서울구치소에 따르면 ‘박근혜 건강이상설’을 SNS에 퍼뜨린 이들은 친박단체 관계자였으며, 홍 후보는 이들의 가짜뉴스를 확대재생산한 중심이었다.

▲ 대한민국 안보단체 총연합 회원들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홍준표 후보를 지지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대한민국 안보단체 총연합 회원들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홍준표 후보를 지지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홍준표 후보가 최근 당 자체 여론조사를 근거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따라잡았다”고 주장했던 것 역시 사실과 달랐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지난 1일 허위여론조사 결과를 SNS에 퍼뜨린 혐의로 홍 후보 캠프 정책특보 등 5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은 특정 방송사와 자유한국당 정책연구원인 여의도연구원이 각각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라며 홍 후보에게 유리한 여론조사 수치를 SNS에 퍼뜨렸으나 확인결과 해당 방송사와 여의도연구원은 관련 여론조사를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중앙선관위는 “이번 대선에서 하지도 않은 여론조사 결과를 허위로 만들어 낸 것이 적발된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박지원 국민의당 선대위원장은 2일 “무슨 낯으로 대선 후보라고 하느냐”며 사퇴를 촉구했다.

▲ 4월25일자 JTBC 대선후보토론회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모습.
▲ 4월25일자 JTBC 대선후보토론회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발언 모습.
그러나 지금처럼 대선후보가 가짜뉴스를 근거로 유세를 벌이고 있음에도 허위주장을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상황이다.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측에 따르면 토론회에서 등장한 허위주장을 다음 토론회에서 공지하거나 패널티를 부과하는 경우는 없다. 법적 대응의 경우 선거 뒤에 진행되기 때문에 무의미하다. 

김세은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최근의 상황을 두고 “이성적인 인간에 대한 믿음이라는 기본을 흔드는 후보가 등장했다. (가짜뉴스로) 언론을 흔들면서 부끄러워하지 않는다”고 우려한 뒤 “현재로선 이를 막을만한 마땅한 방법이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홍 후보의 네거티브 전략에 동조하는 일부 언론도 문제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모니터보고서에 따르면 TV조선은 심상정 정의당 후보에게 정리해고법 입법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 홍 후보의 발언이 거짓임에도 “여야 합의 입법으로 정리해고가 이뤄진 것은 맞지만 통진당이 관여한 것은 아니”라고 정리하며 ‘일부만 사실’이라고 밝혔다. 

▲ 4월29일자 TV조선 보도화면 갈무리.
▲ 4월29일자 TV조선 보도화면 갈무리.
이명박정부 때 가장 높았던 지니계수(사회양극화지표)를 두고 “노무현정부 때 가장 나빴다”는 홍 후보 거짓주장에도 TV조선은 “수치로만 보면 맞지 않지만 노무현정부 때 경제 정책 실패로 지니계수가 급상승했다”며 ‘일부만 사실’이라고 밝혔다.

김언경 민언련 사무처장은 “거짓주장을 두고 일부는 사실이라는 식으로 호도해선 안 된다. 지금 시점에선 사실과 악의적인 흑색선전을 언론이 구분하고 판단해주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홍준표 후보는 지난달 30일 인천 유세에서 “내가 대통령이 되면 언론에서 겁이 나니까 어떻게 해서라도 대통령 안 시키려고 온갖 지랄을 한다”며 막말을 쏟아냈고 “공영방송 인허가권이 정부에 있다”면서 “엉터리 좌파에게 기울어 아부나 하는 방송은 정리하겠다”며 언론탄압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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