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미디어 활성화로 대의민주주의 한계 보완해야
독립미디어 활성화로 대의민주주의 한계 보완해야
[민언련 연속기고 ⑤] 대중매체 보완 및 견제할 독립미디어 지원은 필수

민주언론시민연합은 4월12일 ‘2017 민언련이 제안하는 언론개혁 과제’를 발표했습니다. 민언련에서 오랜 기간 고민해온 언론개혁 과제를 바탕으로 변화된 언론환경까지 고려해 방송정상화, 신문·뉴스통신 개혁, 독립미디어 활성화․시민주권 강화 등 크게 세 가지 영역의 과제를 제시했습니다. 이를 좀 더 쉽게 해설한 칼럼을 5회에 걸쳐 게재합니다. 마지막으로 ‘직접민주주의를 향한 독립미디어 활성화와 시민주권의 강화’에 대한 칼럼을 싣습니다. - 편집자 주

자본에 포섭된 대중매체와 대의민주주의

인류 근대 문명의 일란성 쌍둥이라고 할 수 있는 대의민주주의와 대중매체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문제의 근원은 자본주의 체제다. 대의민주주의와 대중매체의 출발이 자본가들의 세상인 자본주의를 배경으로 형성되어 온 탓에 끊임없이 자본 친화적인 방향으로 흘러 왔기 때문이다.

대의민주주의의 경우 최근 그 정점을 찍어 수정이론이 광범위하게 터져 나온 신자유주의 세계 질서가 그런 상황을 잘 설명하고 있다. 점차 극단적으로 벌어져가는 부의 불평등 현상은 전체 국민의 이해관계를 제대로 반영하기 위해 만든 대의민주주의가 도리어 자본가를 위해 봉사해왔음을 제대로 드러냈다. 대의민주주의 초창기에도 자본가 일반의 이해를 저버리지 못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기업의 인수합병을 통해 점차 독점적 지위를 강화해가는 몇몇 소수의 자본가에게 더 봉사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대중매체의 경우도 같은 맥락에 있다. 미국의 수정헌법 1조가 상징적으로 웅변하듯이 인류의 근대가 시작되던 초기에는 언론의 자유를 대의민주주의 체제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소로 여겼다. 헌법에서 언론매체의 자유를 보장하면 이들 매체가 제4부의 기능을 충실히 하여 국민의 여론을 고루 잘 대변해줄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대중매체의 역사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흘렀다. 근대 초기 신흥 부르조아들이 국내외의 정치, 경제 관련 정보수집 수단으로 활용하거나 자신들이 만든 정당이나 정치적 결사의 ‘입’으로 여기다가 어느 날 대중매체 자체의 사업적 가치를 알아보게 된 탓에 대중매체는 ‘대중들의 매체’가 아니라 ‘자본가의 매체’가 되어갔다.

과거 계급사회 때와는 달리 자신들의 사회적 지위를 영속적으로 보장 받을 수 없는 자본가들이 끊임없이 이윤을 극대화할 수밖에 없는 자본주의의 속성 상 자본가들의 ‘입’도 되고 ‘밥’도 되는 미디어 산업을 독과점화 하는 일은 필연적이었다. 미디어 독과점 현상을 역사적으로 추적해온 미국의 언론인이자 학자인 밴 바그디키안(B. Bagdikian)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1983년에는 50여 개에 달했던 영향력 있는 큰 규모의 미디어 기업이 2000년대 들어서면서는 5개의 그룹에 모두 편입되었다고 한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가령 동네 유선방송으로 시작해 전국적으로 다양하게 존재하던 케이블 방송국이 이제는 몇 개의 대자본 케이블회사에 다 넘어간 상태다.

직접민주주의 가능성 보인 촛불광장

자본에 포섭된 대의민주주의 체제와 대중매체의 한계로 인해 대중의 저항이 폭발한 사례는 세계 여러 곳에서 확인된다. 그 가운데 SNS와 같은 새로운 매체의 가능성에 눈 뜨게 한 사건으로는 2010년대 전반 ‘아랍의 봄’으로 불렸던 중동지역의 민주화 운동과 2014년 ‘우산혁명’으로 불렸던 홍콩의 민주화 운동을 들 수 있다. 기존 매체가 다루어주지 않던 시위대의 주장과 상황을 SNS를 통해 국내는 물론 국외로 까지 알려냄으로써 운동의 성과를 상당히 거둘 수 있었다.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한국의 ‘촛불 혁명’ 역시 대의민주주의와 대중매체의 한계로부터 촉발되어 뉴미디어를 통한 직접민주주의 가능성을 상당히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해를 넘기며 서울의 광화문 광장과 전국 시군의 주요 광장에서 누적 인원 일천오백만 명 이상이 모인 ‘촛불집회’는 아무런 물리적 충돌 없이 현직 대통령을 파면시켰다. 대중매체와 대의민주주의 체제가 몰랐거나 알고도 침묵한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을 국민의 힘으로 백일하에 드러나게 했다. 자칫 대중매체에 의해 시위의 진의가 왜곡될 수 있는 상황에서 SNS 등을 통해 스스로의 상황을 알려냈는가 하면 의미 있는 진실을 공유해나감으로써 권력과 자본의 방해를 잘 차단할 수 있었다.

▲ 2016년 11월1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과 세종로 일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4차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 2016년 11월1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과 세종로 일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4차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확대해야 할 독립미디어의 영역과 역할

촛불광장에서 공유했던 이야기처럼 그저 한 사람의 대통령을 갈아치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체제 자체를 바꾸기 위해서라면 잘못된 대중매체의 적폐 청산과 대의민주주의 체제의 권력자 교체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런 이유로 오는 9일 새로 들어서는 정부가 새로운 권력자가 아니라 새로운 나라를 만들고자 한다면 태생적으로 자본에 예속되기 쉬운 대의민주주의 체제와 대중매체를 보완하거나 견제할 시민영역과 독립미디어 영역을 지원하고 활성화시키는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독립미디어라 함은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인 위치에 있는 미디어다. 여기에는 블로그를 활용한 1인 미디어도 있을 수 있고,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금을 통한 조직수준의 미디어도 있을 수 있다. 이미 적지 않은 미디어가 존재하고 있지만 생존이 쉽지 않으며,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유공간이 적어 확장성이 떨어지기도 한다. 좋은 콘텐츠 생산을 위한 기획에 사전제작비를 지원할 필요가 있는가 하면 공공기관의 브리핑 룸 등에 접근이 용이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보장할 필요도 있다. 시민 누구나 대의민주주의 체제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쉽게 감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공적 정보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도 보다 쉬워져야 한다. 여기에 (가칭)대안미디어재단을 설립한다면 독립미디어가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독립미디어 활성화에 어두운 구석이 없지 않다. 지난 탄핵 정국에서부터 문제를 크게 일으키기 시작해 대선 정국까지 이어지고 있는 가짜뉴스의 양산 가능성이다. 정파성에 눈이 먼 나머지 일단 적을 무너뜨리고 보자는 독립미디어가 기승을 부린다면 사회 전체가 불신의 늪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독립미디어만 가짜뉴스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모든 매체 종사자의 양식과 양심이 문제의 핵심이다. 이를 유인할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내는 번거로움이 있을지라도 독립미디어의 지원과 진흥은 그간 대의민주주주의와 대중매체가 보여준 한계를 감안할 때 불가피한 일로 보인다.

※ ‘언론개혁 과제’ 확인하러가기(http://www.ccdm.or.kr/xe/publish/213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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