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초 드라마의 성공 "우리가 잘하고 재미있어야"
72초 드라마의 성공 "우리가 잘하고 재미있어야"
[MCN 전략 인터뷰 (21)] 성지환 72초TV 대표, “웹드라마 유료화 가능해, 콘텐츠를 다시 브랜드로”

MCN(Multi Channel Network, 다중채널네트워크)은 여전히 생소하다. “MCM 가방 짝퉁?”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의미가 모바일 콘텐츠 전반으로 확대되고, 시장이 성장하고 있지만 수익성에 대한 의문도 있다. 한 행사에서 “MCN 금이냐 꽝이냐”는 주제로 대담을 연 이유다. 그럼에도 척박한 시장을 개척하는 사업자와 크리에이터들이 있다. 미디어오늘은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MCN의 콘텐츠·비즈니스 전략에 대한 고민과 노하우를 듣는다. (관련기사 모음)

“인터뷰를 하면 모바일 특화 콘텐츠를 만드는 비결이 뭔지 묻는데, 우리 콘텐츠는 모바일에 특화됐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성지환 72초TV 대표의 말이다. 그는 ‘데이터 분석’이나 ‘모바일 특화 문법’을 필수로 꼽는 다른 사업자와는 결이 달랐다. “만드는 입장에서 재미있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제작된 ‘72초 드라마’ ‘두 여자’ ‘오구실’은 웹드라마의 ‘끝판왕’ 격이 됐다. 지난달 실시한 채용에 1000여명이 몰렸다는 점은 72초TV의 인기를 실감케 한다. 지난 24일 서울 강남구 72초TV 사무실에서 성 대표를 만났다.

“비결? 재미있는 콘텐츠 만들었을 뿐”

72초TV는 출발부터 달랐다. 모바일·웹 콘텐츠 시장은 독립제작사나 마케팅 업체, 기술스타트업 출신이 다수지만 그는 ‘공연기획’사업 출신이다. “우리는 시청각예술창작집단이라고 표현한다. 돈 벌려고 뮤직비디오도 만들긴 했는데 그보다는 공연을 더 재미있게 만드는 데 주력했다.”

▲ 성지환 72초TV 대표. 사진=이치열 기자.
▲ 성지환 72초TV 대표. 사진=이치열 기자.

2014년, 사업성이 불투명해 회사를 접게 됐다. 2012년 제작해뒀던 프랑스 시트콤을 패러디한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예상외의 반응이 나왔다. CJ와 네이버에서 연락이 온 것이다. 그때부터 조언을 얻고 드라마를 만들게 됐다.” 2분 남짓한 시간에 속사포로 일상을 쏟아내는 ‘72초 드라마’의 원형이다.

성공비결을 묻자 그는 “성공이라고 말하기 힘들다”면서도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전략이 통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처음부터 모바일에 특화된 콘텐츠를 만들겠다고 공언하지 않았다. 대신,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생각이었다. TV에 편성해도 광고시간대에 편성해도 재밌도록 말이다. 우리는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모바일에서 봐도 괜찮은 콘텐츠지만 모바일 특화콘텐츠는 아니다.”

“어떻게 이렇게 문법을 하나도 안 지킬 수 있나.” 성 대표가 ‘72초 드라마’ 시즌1이 성공한 뒤 KBS에서 특강을 한 적 있는데 그때 KBS 관계자들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이음새 없는 편집, 인물 간 겹치는 오디오 등 기존 방송과는 문법이 달랐다. 성 대표는 “당시 우리는 영상 전공자도 없었고 경험도 전무했다. 그게 오히려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됐던 것 같다”고 밝혔다.

재미있는 콘텐츠란 무엇일까. 성 대표는 “다양한 작품을 하고 있지만 우리 콘텐츠의 기준은 ‘우리의 이야기’여야 한다는 점이다. 자신이 가장 잘 아는 자신의 이야기를 해야 가장 재미있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72초TV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일상이다. ‘나는 오늘 식당에 갔다’, ‘나는 오늘 엘리베이터를 탔다’로 시작하는 ‘72초 드라마’와 30대 직장인의 ‘썸’을 담은 오구실, 20대 여성 둘이 물건 구입, 옷 환불 등을 두고 투닥거리는 내용을 담은 ‘두 여자’ 모두 일상을 소재로 한다. 비현실적인 설정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TV드라마와 가장 차별화된 대목이다.

최근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72초TV의 웹드라마는 ‘오구실’로 시즌3까지 누적 조회수 1500만을 기록했다. 주연 배우 이채은은 TV드라마 주연배우 못지않은 인기를 누린다. 성 대표는 “오구실 시리즈는 의외로 조회수로만 따지면 높지 않았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팬덤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 웹드라마 '오구실' 화면 갈무리.
▲ 웹드라마 '오구실' 화면 갈무리.

“30대 직장인 여성의 잔잔한 이야기를 담은 콘텐츠가 잘 없다보니 인기가 높았던 것 같다. 30대는 공감하고, 20대는 ‘30대가 되면 나도 저렇게 되지 않을까’하며 본다. 우리 회사 작품의 모든 캐릭터가 그렇지만 옆집에 있을 거 같은 느낌이 들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일상이다.”

모바일 콘텐츠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분석’이 필수처럼 여겨지지만 성 대표는 “우리는 지난해까지 데이터분석을 따로 하지 않았다. 어느 플랫폼에서 조회 수가 어느 정도 나왔는지 보는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기본적으로 데이터로 콘텐츠를 만든다는 점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데이터를 분석해서 사람들이 ‘이런 걸 좋아한다’는 결과를 낼 수는 있다. 그렇게 만들면 평균적인 작품은 만들 수 있겠지만 그 이상의 작품은 만들기 힘들어진다. 다들 비슷한 작품을 만들게 되기도 한다. 제작자라면 데이터에 기대기보다는 잘 만들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게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콘텐츠 유료화’와 ‘콘텐티드 브랜드’ 72초의 파격실험

그렇다면 올해 데이터분석을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성 대표는 “콘텐츠를 더 잘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독자들을 더 잘 알기 위해서 분석한다”면서 “일상을 콘텐츠로 만든 다음 단계에서 우리의 콘텐츠를 다시 일상으로 가져가는 작업에 도전할 것”이라고 답했다.

▲ 성지환 72초TV 대표. 사진=이치열 기자.
▲ 성지환 72초TV 대표. 사진=이치열 기자.

웹드라마 ‘두 여자’를 브랜드화해 뷰티패션상품을 내놓으며 콘텐츠를 일상에 알리고 ‘오구실’의 콘셉트를 통해 ‘오구실 공구세트’, ‘오구실 게스트하우스’등을 구상하고 있다. 그는 “브랜디드콘텐츠가 아니라 콘텐츠가 다시 브랜드가 되는 ‘콘텐티드 브랜드’”라고 설명했다. ‘콘텐티드 브랜드’는 성 대표가 만들어낸 용어다. 이 같은 실험은 수익구조가 열악한 모바일 콘텐츠 시장에서 수익 다각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인터넷 동영상을 재생하기 전에 뜨는 프리롤 광고를 콘텐츠와 동일한 소재로 만든 것도 독특한 실험이다. 유튜브나 네이버에서 ‘오구실’을 보면 오구실 콘셉트의 화장품 광고가 뜨는데 플랫폼사업자가 광고를 파는 게 아니라 72초TV가 자사 콘텐츠의 프리롤 광고를 광고주에게 직접 판매하는 방식이다. 성 대표는 “기존 네이버 광고보다 비싸게 팔고 수입을 네이버에 배분해주는 방식”이라며 “조회수와 상관없는 수익구조를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독자들에게 프리롤 광고는 짜증을 유발하는 원인이지만 콘텐츠와 같은 콘셉트의 광고의 경우 반응이 달랐다. 물론, 저항이 없는 건 아니지만 “광고도 오구실이네요. 끝까지 봐야지”라는 댓글이 눈에 들어온다. 성 대표는 “독자에겐 거부감이 덜하고 광고주도 그래서 더 좋아한다”면서 “팬들은 콘텐츠가 더 잘됐으면 하는 입장에서 (광고를) 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가장 돋보이는 실험은 웹드라마는 ‘공짜’라는 인식이 만연해 있는 상황에서의 ‘콘텐츠 유료화’다. SK텔레콤의 옥수수를 통해 유통한 ‘통메모리즈’라는 작품이 회차별로 과금하는 방식으로 유료서비스 된 적 있지만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오구실은 일반 콘텐츠는 무료로 풀되 스페셜 에피소드를 유료로 팔고 있다. 영구소장 기준 편당 1200원이다. 유료모델 도입을 앞두고 독자의 항의가 우려돼 불안해서 잠도 제대로 못 잤다고 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좋은 반응이 나왔다고 했다.

성 대표는 “콘텐츠의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한 실험 차원에서 시도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놀랐다”고 말했다. 오구실 스페셜 에피소드는 네이버 N스토어 기준 실시간 1위, 일간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홍보담당 이은미 매니저는 “팬들이 거부감을 가질 것 같아 고민이 많이 들었는데, ‘오구실을 더 오래볼 수 있으면 이 정도 돈은 얼마든지 지불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언론사의 ‘네이티브 광고’와 같은 ‘브랜디드콘텐츠’는 72초TV의 주력 사업모델 중 하나다. 업계가 기업 광고를 본격적으로 제작하기 전 선보인 72초 드라마 ‘나는 오늘 드디어 협찬을 받았다’편은 성공적인 ‘브랜디드 콘텐츠’로 꼽힌다.

‘72초 드라마’의 등장인물 콘셉트를 그대로 살리면서, ‘삼성으로부터 협찬을 받아서 부득이하게 드라마 곳곳에 제품을 홍보해야 한다’는 콘셉트로 영상을 만든 것이다. 주인공이 광고주의 압박을 느끼며 삼성의 이어폰 ‘레벨U’를 결정적인 순간마다 껴 넣으며 웃음을 유발한다.

▲ '삼성 레벨U' 브랜디드 콘텐츠.
▲ '삼성 레벨U' 브랜디드 콘텐츠.

성 대표는 “우리는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것에 집착한다”면서 “광고지만 재미가 가장 중요하다. 광고주들이 기존 CF같은 방식을 원하면 우리는 잘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거절한다”고 말했다. 삼성광고는 삼성 PPL을 ‘디스’하는 뉘앙스가 있다 보니 삼성측과 조율작업이 길어졌다. 결국 수정작업을 거치다 72초TV측에서 “콜라보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밝혔는데, 삼성 전무가 콘텐츠를 보고 나서 긍정적으로 평가해 빛을 본 경우다.

실제로 기업의 제안을 거절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스타트업 기업 입장에서 제안을 뿌리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성 대표는 “우리가 원하는 형식이 아니면 제작과정이 힘들어지고 힘이 빠진다. 결과적으로 마이너스”라며 “무조건 우리 콘텐츠의 결을 살리겠다는 기준을 세웠다. 그게 우리한테도 득이 된다”고 설명했다.

72초TV의 다음 과제는 해외시장 개척이다. 성 대표는 “디지털 콘텐츠로 해외진출이 얼마나 가능한지 궁금하다”면서 “단순히 콘텐츠를 수출하는 게 아니라 72초 스타일로 현지 콘텐츠를 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논의 자체는 이어지고 있지만, (사드배치 이후) 상황이 상황인지라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1회를 끝으로 MCN 전략 인터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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