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생명헌장 서울안이 만들어지다
세계생명헌장 서울안이 만들어지다
[기고] 생명·탈핵 실크로드에 앞서 열린 국제회의

지난 4월20일 오후 ‘2017 세계생명헌장:서울안 국제회의’가 안국동에 있는 ‘월드컬처오픈 W스테이지’에서 한국과 태국, 영국, 일본, 이란에서 온 20여명의 학자와 종교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월정사와 생명탈핵실크로드가 주최하고 ‘생명포럼’이 주관한 자리로서 이 회의에서 생명포럼 소속 한국인 9명은 ‘세계생명헌장 서울안’을 발표했는데, 대부분의 언론으로부터는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이날 발표된 세계생명헌장은 1945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선포된 UN 헌장에 버금가는, 아니 어쩌면 UN 헌장의 가치를 넘는 매우 의미있는 메시지로 평가된다.

공동대표인 김영호 전 산자부장관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후변화협약, 생물다양성협약 및 사막화방지협약과 같은 세 가지 약속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근본적인 결함이 있다. 특히 생물다양성협약은 생물을 자원으로 간주하고 생명의 가치를 무시하고 있다. 세 가지 합의를 생명 개념으로 전면조정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하면서 생명헌장의 역할에 대한 기대를 표명하였다. 또,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후쿠시마 핵사고 직후 탈핵을 선언한 독일은 교육현장에서도 생명 존중과 탈핵의 내용을 모든 과목에서 직·간접으로 다루고 있다고 한다. 우리도 생명.탈핵 교육이 더욱 강화되도록 하겠다. 학교 옥상에 햇빛발전소를 설치하는 일도 그중 하나”라는 취지의 축사를 했다.

태국에서 군사독재 시기에 왕실 모독 혐의로 두 차례나 정치적 망명길에 오르기도 했던 술락 시바락사 박사는 “불교의 가르침은 기독교, 이슬람교, 힌두교 및 다른 종교의 핵심 가르침과 비슷합니다. 각 종교의 목적은 우리가 더 나은 인간이 되고 다른 사람들을 자신보다 더 섬기도록 인도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시바락사 박사는 “저는 종교 지도자들과 종교 단체들이 그들의 종교의 가르침을 충실히 따르고 대체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기후 변화 같은 지구 차원의 재앙에 대처하는 데 큰 공헌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 (왼쪽부터) 김용복 대표, 기무라 고이치 목사, 박준규 교수, 모자파리교수, 솜본충 프람프리 국장, 임영석 교수
▲ (왼쪽부터) 김용복 대표, 기무라 고이치 목사, 박준규 교수, 모자파리교수, 솜본충 프람프리 국장, 임영석 교수
천주교 마산교구의 박창균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찬미 받으소서 (Laudao Si)’의 소개글을 통해 “지구가 처한 위기는 여러 선대 교황과 교회 안에서 꾸준히 제기해온 문제이며 위기 해결 방안들도 꾸준히 제기되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가난한 이들과 지구의 취약함의 관계, 세상의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확신, 모든 피조물의 고유한 가치, 생태계의 인간적인 의미, 국제정치와 국내정치의 중대한 책임, 새로운 생활양식의 제안 등을 통하여 오늘을 사는 우리와 대화하자고 제안을 하십니다”라고 전했다.

이상훈 (전)수원대 교수는 “세계생명헌장은 짧은 문서이지만 여기까지 오는 데에는 5년이 걸렸다. 2012년 3월에 창립된 불교생명윤리협회가 세계생명헌장의 산파가 되었다"고 말했다.  2016년 10월 14일 '생물다양성을 넘어 생명존엄성으로'라는 주제로 열린 ‘2016 월정사 국제회의’에서 발표된 월정사 초안(윤용택·정민걸)을 토대로, 이번 서울안은 김용복 교수(전 한일장신대 총장)를 필두로 하여 법응스님(불교사회정책연구소), 이공현교무(전 원광대 교수, 원불교 은덕문화원장), 조은화목사(향린교회), 김용휘 교수(한양대, 천도교 한울연대 공동대표), 우희종교수(서울대, 수의학), 윤용택교수(제주대, 환경·생태철학), 전 이상훈 교수(수원대, 환경공학), 신학림 언론인(전 미디어오늘 대표) 등 종교계와 학계의 권위자들이 1년 가까이 8차례의 회합을 갖고 서울안을 도출한 것이다.

작성자의 1인인 불교사회정책연구소의 소장인 법응스님은 세계생명헌장 서울안에 대해서 “오늘 발표된 서울안이 아직 완성되지는 않았다. 헌장의 내용이 역사의식과 철학적 배경에 충실한지 점검해 보아야 한다. 다양안 사람들의 의견을 더 들어야 하며 지구촌의 모든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쉬운 용어로 표현되어야 한다”는 검토 의견을 제시했다.

토론자로 나선 생태학자 폴리 히긴스(Polly Higgins)는 실시간 화상회의를 통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생태계 파괴의 심각성을 지적하면서 “생태계파괴에 대해 국제사회는 형사법적 대응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주장했다. 일본 후쿠오카의 국제 그리스도 교회에서 시무하고 있는 키무라 코이치 목사는 일본에서는 코이즈미 전 총리가 탈핵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태국의 불교운동가인 솜분 충프람프리씨는 2017년 10월말 경에 방콕에서 생명과 탈핵을 주제로 하는 국제회의를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강원대의 임영석 교수는 생명공학의 문제점을 세계생명헌장에서도 포함시킬 것을 제안했다.

특히 이란 출신의 이슬람 학자이며 현재 부산외국어대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자파리(M.H. Mazafari) 교수는 이슬람 경전인 코란 중에서 신의 인간 창조와 관리 그리고 우주 내 인간의 임무와 책임에 관한 구절들을 소개하면서, “이란 등 이슬람에서도 이런 회의가 열리기를 희망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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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회의 중간에 중요 인사들과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제일 먼저 생명.탈핵 실트로드의 실행위원장인 이원영 수원대 교수는, “후쿠시마 핵사고가 일어난 지 6년이 지났는데, 그 동안 UN은 무엇을 했나? 놀랍게도 아무 것도 한 일이 없다! 국가 권력의 집합체인 UN은 한계가 있다. 핵무기는 인간의 노력으로 막을 수 있지만 핵발전소는 지진 등 자연재해에 속수무책이다. 핵발전소를 방치하면 모든 생명체가 전멸할 수도 있다. 게다가 핵폐기물은 후손에 고통을 안기는 양심파괴적 존재다. 종교인이 힘을 모아 지구촌는 450개 핵발전소의 위험을 감시하고 통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헌장이 대한민국에서 먼저 제안된 이유에 대해서 공동대표인 김용복 전 한일장신대 총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대한민국은 그동안에 생명가치를 무참히 파괴해 온 나라다. 4대강에서 수많은 물고기들을 죽였고, 조류독감과 구제역을 핑계로 가축의 집단 살상이 자행되어 온 곳이 대한민국이다. 참회와 반성을 통해 거듭나야 한다. 그러나 매우 역설적이게도 대한민국은 생명가치를 존중하고자 하는 여러 종교들이 있고, 그 종교인들이 다름을 존중하면서 평화롭게 공존하는 나라다. 세계로 향하는 생명·탈핵 운동을 종교 분쟁이 없는 대한민국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과거 3년간 사찰위주의 국내순례 1500km를 걸어온 이원영 교수는 헌장을 발전시킬 생명·탈핵실크로드의 계획을 밝혔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앞으로 2년간 걸으면서 지구촌의 실질적인 권력인 종교계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잇는 작업을 진행하려고 한다. 오는 5월3일 부처님 오신 날부터 2019년 4월21일 예수님 부활절까지 1만1천 킬로미터, 26개 나라를 걸어가면서 여러 종교지도자께 세계생명헌장 서울안을 검토를 요청드리고 의견을 여쭙는 기회들을 가지려고 한다. 방콕이나 테헤란 등지에서 회의도 추가로 가질 것도 생각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다람살라에 계신 달라이라마께 친견드리고 마지막에 바티칸 시티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께 친견드리고 여러 종교지도자들의 의견도 전해드리려고 한다.”

세계생명헌장 서울안의 전문을 여기에 소개한다.

세계생명헌장: 서울안 초안

- 생명의 존엄과 핵 없는 새로운 세상을 향하여 -

전문(Preamble)

생명의 보고 아름다운 지구를 걱정하자.

지구는 다양한 생명체가 존재하는 경이로운 존재이며, 인류는 문화를 창달하고 문명을 발전시켜온 유일한 존재다. 지난 30억년 동안 지구는 다양하고 무수한 생명체들을 탄생시키고 소멸하는 순환운동을 반복하고 있다. 최근에 인간의 탐욕으로 인해 지구 자체는 물론이거니와 여러 생명체들이 고통 받고 있으며 죽어가고 있다. 오늘날 지구상의 생명체와 생태계는 기계론적인 자연관, 과학기술에 대한 맹신, 전쟁, 그리고 인간 중심의 사고로 인하여 유례없는 위기에 처해 있다. 지구온난화에 의한 기상이변, 원전 사고로 인한 방사능 오염, 대기와 물과 토양의 오염이 심해지고 있다. 지구생태계와 뭇 생명들의 생존에 필요한 질서체계가 무너지고 인류에 의한 생물 대멸종이 임박해 있다.

인류와 모든 생명은 상호의존의 존재임을 자각하자.

모든 생명체는 그물망처럼 상호의존하고 연계된 하나의 세계를 형성한다. 모든 생명은 자연의 질서에 따라 순환하면서 다른 생명의 탄생과 소멸 작용을 돕고 있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환경과 상호작용을 하며 어떠한 유기체나 무기물도 결코 분리되어 존재할 수 없다. 자연의 순환 질서 속에서 모든 생명체는 조화롭게 상호 작용하고 있다. 모든 생명체는 단절과 연속의 무수한 반복 운동을 통해 공존하므로 모든 생명은 경이롭고 아름다운 것이다.

인간의 무지에 의해 생명 존엄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인류는 탁월한 신체적 조건과 지적 능력을 가진 독특한 존재이다. 모든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존엄한 존재로서 기본적인 권리를 침해받거나 침해해서도 안 된다. 인류는 문명적 존재로서 서로 도와주고 위로해 주는 인간애를 구현해야 하는 존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지구상 인류는 인종, 국적, 사상, 종교, 문화, 재산, 교육, 그리고 거주지가 평가의 기준이 되고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을 차별하고 학대하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신자유주의와 부의 편중으로 인하여 국가 간, 계층 간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가난한 나라 사람들과 사회적 약자들은 곳곳에서 인권이 침해되고 심지어는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는 인류 스스로 야만적 존재임을 자인하는 것이며, 결국 자신과 모든 생명체를 위기로 내모는 행위로써 근절되어야 마땅하다.

인간의 탐욕과 핵 확산으로 지구가 위기에 처해 있다.

편안함과 부를 추구하는 인류의 욕망과 호기심은 과학 기술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다. 그러나 인류는 결코 채워질 수 없는 않는 탐욕을 따르고 과학 기술을 잘못 적용한 결과 자연 생태계와 생명체를 파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인류는 탐욕을 억제하지 못하고 약자를 억압하며 자연을 파괴하고 있다. 인류는 자원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폐기물을 대량으로 생산해내고 있다. 지구촌 곳곳에서 온난화를 비롯한 기상 이변, 미세 먼지, 물 부족, 숲 파괴, 사막화, 해양오염 등이 위험 수준에 이른지 오래 되었다. 특히 핵 발전과 핵무기의 확산은 인류의 평화에 대한 위협에 머무르지 않고, 지구와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와 공동체의 종말을 재촉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핵무기가 우리 세대의 전멸을 가져올 수 있는 당장의 위협이라면, 핵 발전은 우리 세대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에까지 재앙에 빠트릴 것이다. 인류는 환경파괴와 자원의 수탈을 중단해야 하며 지구를 영원히 죽은 행성으로 파멸시킬 핵 발전과 핵무기의 확산을 중지해야 한다.

개개인은 지속가능한 생명공동체의 유지를 위한 노력을 하자.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야만 하는 생명체들과 생태계의 위기는 곧 우리 개개인의 위기임을 인류가 자각할 때 지구의 항구성은 보장된다. 지구에서 하나하나의 종이 멸종되면 생물 다양성이 파괴되고 그 피해는 같은 생명 그물망에 속한 인간에게 돌아오게 될 것이다. 지구의 생명 그물망의 교란과 파괴는 인간과 뭇 생명의 멸종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인류는 앞선 세대로부터 물려받은 지구를 지속가능한 생명공동체로 보존하여 미래세대에게 넘겨줄 줄 책임과 의무가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개개인의 노력을 통해 지구의 아름다운 자연 생태계는 먼 미래에까지 지속될 것이다.

열강은 사고와 체계의 대전환을 추구하라.

인류나 그 어떠한 조직도 지구를 독점적, 배타적으로 지배할 하등의 권리를 부여받지 않았다. 모든 생명체는 자신의 생명권을 침해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지구는 모든 생물과 무생물들의 공동의 유산이다. 따라서 인류사를 지배해온 열강은 지나온 역사, 특히 지구 파괴와 살생의 역사를 반성해야 한다. 열강은 모든 지구 생명체들이 공존하는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사고와 체계의 대전환을 모색하여야 한다.

열강은 지구와 자원의 한계성을 깨닫고 모든 생명체가 상호의존적 존재임을 자각하여 지구와 인류 그리고 모든 생명체들의 조화로운 삶을 추구해 나가는 데 앞장서야 한다.

지구생태계를 보호할 범지구적 상설기구를 조직하자.

인간과 지구 생태계의 공존과 상생을 위해서는 현재의 정치와 경제 체계 그리고 인류의 사고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변혁이 필요하다. 이제 우리는 자연의 질서와 절제를 바탕으로 하는 범세계적인 연대망과 상설기구를 구축해서 지구와 인류 그리고 생명체를 보호할 것을 제안 한다. 이 상설기구는 인간의 탐욕과 팽창주의를 저지하고, 국가 주권을 넘어서는 활동을 할 것이다. 상설기구는 우호적인 각국 정부, 지방정부(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기업, 종교단체, 시민단체와 시민들이 힘을 모아 지구와 생명 그리고 핵으로 인한 인류의 위기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다. 우리는 생명 순환의 원리에 따르고 생태 친화적인 새로운 체제를 만들 것을 모든 세계인들에게 호소하며, 이 헌장을 채택하고 다 같이 실천해 나갈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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