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는 사라지고 공갈만 남았다
성매매는 사라지고 공갈만 남았다
[기자수첩] 이건희 성매매 의혹 동영상, 삼성그룹차원의 개입 의혹은 검찰·언론의 ‘공조’ 속에 수면 아래로

지난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 1차 공판준비기일. CJ제일제당 부장출신의 선아무개씨와 그의 동생이 등장했다. 혐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공갈). 이들은 이건희(75) 삼성그룹 회장 성매매 의혹 동영상을 촬영하고 삼성에 돈을 요구한 혐의로 구속됐다. 형은 공모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동생은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동영상을 빌미로 2013년 6월과 8월, 각각 6억 원과 3억 원을 삼성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정작 동영상에 등장했던 이건희 회장은 이 사건에 더 이상 등장하지 않고 있다.

우리가 지난해 7월 뉴스타파의 보도를 보고 경악했던 건 촬영의 목적이 아니었다. 세계일류기업이라는 곳의 총수가 젊은 여성들에게 500만 원 가량이 담긴 돈 봉투를 건네던 그 장면 때문이었다. 뉴스타파는 이 동영상이 2011년 12월부터 2013년 6월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삼성동 자택과 논현동 빌라에서 촬영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한 번도 아니고 다섯 번이었다.

▲ 지난해 뉴스타파 보도의 한 장면 갈무리.
▲ 지난해 뉴스타파 보도의 한 장면 갈무리.
하지만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조사부(부장 이정현)는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혐의에 대해 시한부 기소중지 처분을 내렸다. 기소중지는 피의자의 소재불명 등으로 수사를 끝낼 수 없어 수사를 일정 기간 중단하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 3월28일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처벌법 위반 혐의에 대해 이 회장을 상대로 한 유사성행위가 있었다는 것은 규명했다고 밝혔으나 그게 전부였다.

이건희 회장은 2014년 5월 심근경색으로 쓰려져 3년 째 삼성서울병원 VIP실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누구도 이 회장의 정확한 건강상태를 설명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이 회장의 건강상태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건강상태를 이유로 기소중지가 이뤄진 모양새다.

반면 동영상을 촬영한 자들은 신속하게 구속됐다.

돈을 목적으로 촬영하고 공갈했다면 법에 따라 구속시킬 수 있다. 하지만 누가 봐도 법의 잣대가 다르게 적용된 모습이다. 경우는 다르지만 2005년 삼성X파일 논란 당시 삼성은 처벌받지 않고 폭로했던 노회찬만 국회의원직을 상실했던 사건이 떠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성매매 의혹 동영상에 등장한 중국국적 여성은 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에관한 법률 위반(성매매)로 기소됐다. 판매한 사람은 처벌받고, 구매한 사람은 처벌받지 않은 셈이다. 검찰은 심지어 이 회장의 성매매 의혹 행위에 삼성이 그룹차원으로 개입했을 가능성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 사건은 삼성그룹 총수가 성매매를 했는지, 이를 삼성이 묵인하고 조직적으로 개입했는지가 핵심인 공적 사안이었지만 어느새 삼성과 CJ간의 그룹다툼과 협박사건으로 변질됐다. 대다수 언론은 이 같은 프레임 전환의 참여자였다. 행간이 부족해보이지도 않는데 ‘이건희 성매매 의혹 동영상’을 ‘이건희 동영상’으로 줄여 보도하는 곳도 눈에 띄었다.

그리고 지금, 이건희 회장의 영상을 지면과 화면에서 지워버린 언론은 “이재용 부회장은 거대한 오해의 성에 갇혀있다”, “이 부회장의 24시간은 삼성의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채워진다”, “이 부회장의 부재는 두 달을 넘기고 있다. ‘졸면 죽는다’는 전장(戰場)에서 삼성은 대놓고 수면제를 먹은 꼴이다”(한국경제 4월18일자)라는 식으로 저널리즘이란 외피를 ‘남용’하며 구치소에 있는 삼성그룹 후계자를 꺼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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