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가 세월호 육상거치를 위한 운송장비인 모듈 트랜스포터(M/T)를 120대 더 늘려 오는 10일 작업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렇게 장비를 더 늘릴 것이면 그 많은 구멍을 왜 뚫었느냐(천공)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해수부의 세월호 현장수습본부는 7일 세월호 추정중량(1만6000톤)에 대한 테스트 결과를 토대로, 모듈 트랜스포터(M/T:한대당 60톤을 지탱)를 모두 120대를 추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김성훈 전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조사관은 7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해수부는 천공을 통해 무게를 줄이는 것과 운송장비인 모듈트랜스포터를 추가하는 것 두가지를 고려했으나 무게조차 모르고 뻘과 해수를 배출하겠다고 한 것”이라며 “결과적이긴 하지만 천공은 뻘 배출에 아무 효과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김 전 조사관은 “세월호 내부 상태에 대해 제대로 모른채 이런 결정을 한 것”이라며 “오늘 120개 M/T를 추가한다고 했는데, 진작 이렇게 했으면 됐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천공작업을 두고 그는 “결과적으로 보면 불필요한 일을 벌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도 “처음부터 전문성이 결여된 구조작업이었다”며 “배가 침몰하면 세월에 따라 퇴적되는 뻘의 양을 계산해야 한다. 뻘의 무게는 동해안이나 남해안보다 서해안이 훨씬 무겁다. 이런 것조차 계산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배가 옆으로 누워있을 때 선체에 남아있는 물의 양도 계산해야 한다”며 “겉에 구멍을 뚫는다고 물이 빠져나오는 것이 아니다. 구조를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옆을 뚫어도 구멍을 키우고 계속 뚫으면 원형보존 자체가 불가능해진다”며 “다만 자신들이 원형 훼손에 대한 핑계거리만 늘어나는 것이다. 이는 선체를 온전히 해놓고 조사해야 한다는 원칙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미 뚫은 것은 어쩔 수가 없다”면서도 “앞으로 더 뚫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 세월호 선수의 선체 받침대 지지대(브라켓) 정리작업중이다. 사진=세월호 현장수습본부
▲ 세월호 선수의 선체 받침대 지지대(브라켓) 정리작업중이다. 사진=세월호 현장수습본부
이에 대해 해수부 관계자는 “육상거치를 하기 위해 무게를 줄여야 하는데, 물과 뻘 부분 감량 차원에서 뚫었는데 예상보다 응고돼 있는 상태라 배출이 적게 나왔다”며 “크게 뚫기도 했는데 많이 나올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무게를 줄이고자 접근했는데, 이랬다 저랬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큰 대형선박을 해저에서 끌어올린 것도 그렇고 MT를 이용해 운반하는 것도 처음”이라며 “사전에 충분한 경험이 없다보니 계획한 것과 실제와 100% 맞아 떨어지지 않은 경우들이 생겨 이렇게도 해보고, 다르게도 해보는 과정이라고 봐달라”고 해명했다.

특히 천공 작업을 하고 뜯어낸 철판을 보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성훈 전 특조위 조사관은 “당연히 뜯어낸 철판은 남아있어야 한다”며 “거기에 마킹을 한다고 했는데, 하나라도 없거나 훼손이 심각하다면 난리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도 “나머지 철판은 보존이 돼 있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증거인멸의 시도라고 볼 수도 있다. 혹시라도 폐기했다면 의도적이거나 미련한 짓이다. 조사할 뜻이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세월호 현장수습본부 관계자는 7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우현 램프 절단한 것과 천공하고 뜯어낸 철판을 모두 같이 보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해수부가 무게측정도 오락가락하는 등 허둥댔다는 비판도 나온다. 애초에 상하이샐비지가 측정한 세월호 무게는 1만3462톤이었으나 지난 4일 다시 측정하자 1만4592톤으로 1130톤이 더 늘어난 것이다. 김성훈 전 조사관은 “확인해 봐야겠지만 일반인 시각으로 사전 조사와 중간조사가 부실하지 않았을까 얘기해볼 수는 있겠다”며 “정말 트랜스포터 무게 실측전까지 오차가 날 수밖에 없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종인 대표는 “배를 올렸을 때 물이 빠질 줄 알았는데 안빠져나갔기 때문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반잠수식 선박에서 측정할 때엔 정확한 무게 측정이 쉽지 않았다”며 “개략적 추정치 갖고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해수와 뻘이 빠지지 않았다면 해수라도 더 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종인 대표는 “선체는 손대지 말고 들어가서 물을 퍼야 한다”며 “펌프를 집어넣어서 물이 고여있는 곳을 파악해 퍼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해수부 관계자는 “유류와 물이 섞여있을 수 있고, 자칫 뼛조각도 같이 나올 수 있는 위험성이 있어 그건 좋은 방법이 아니라 보여진다”고 말했다.

▲ 세월호 좌현에 찢어져 바깥으로 늘어진 철판. 사진=노컷뉴스
▲ 세월호 좌현에 찢어져 바깥으로 늘어진 철판. 사진=노컷뉴스
세월호 조사를 위해 선체를 세워야 한다는 주장과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논란이 됐다. 김성훈 전 조사관은 “세울 수 있으면 세우는 것이 좋다”며 “플로팅 도크에 있을 때라도 수리조선소로 갈 수 있으면 세우는 것이 낫다. 반잠수선 위에서 수습한 뒤 도크 비게 되면 세우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물을 채우고 부력을 이용하면 세우기 쉽다”며 “복원을 염두에 둔 것이라면 수리조선소로 가긴 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상철 전 천안함 민군합동조사위원은 “어떤 경우든 배를 세우고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이종인 대표는 “육지에서 세우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반잠수선이 물속으로 다시 들어간 상태에서 크레인으로 세워야 하는데, 그것을 하려고 하겠느냐”고 말했다. 이 대표는 “조사하기 어렵겠지만, 원하는 대로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수부의 세월호 현장수습본부 관계자도 “세우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비용면도 있고, 세우려면 육상에서 옮기기 전에 해상에서 했어야 하는데, 가족들이 있는 그대로 올려달라고 해서 그대로 올린 것이다. 세우면 그 안이 요동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세월호 좌현에서 수미터 길이의 찢겨진 손상이 발견된 것도 미스터리이다. 노컷뉴스 등에 공개된 사진을 보면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철판이 찢겨져 나온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원인은 침몰과 관련성이 있는지 인양과정에서 생긴 것인지 아직 불분명하다.

공길영 세월호 선체조사위원은 7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조사를 해봐야 하는데, 침몰 과정에서 생긴 것인지 인양 과정 때 생긴 것인지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생각”이라며 “나도 접근이 안돼서 밑에서 찍은 사진만 봤다. 정밀 조사해야봐야 한다”고 밝혔다.

김성훈 전 조사관도 “사진 하나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렵다”며 “선체조사위에서 어떻게 판단했는지 확인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수부 관계자는 “인양하는 과정에서 들어 올리면서 생긴 하중으로 무게가 아래로 쏠려 찢어진 것이 아닌가 추정한다”며 “또한 처진 부분이 모듈 트랜스포터의 길목을 막고 있으니 통로 확보차원에서 제거한 것”이라고 말했다. 제거한 부분은 다 보관하고 있다고 현장수습본부 관계자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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