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지난 3월23일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고 방상훈 대표이사 사장을 재선임한 가운데 방성훈 스포츠조선 사장을 비등기이사로 선임했다. 방상훈-방준오로 이어지는 차기 경영권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방상훈 사장이 방준오 이사를 지난 3월1일자 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시킨 뒤 조선일보 2대주주인 방성훈 사장을 조선일보 경영일선에서 밀어낸 것으로 해석된다. 비등기이사는 등기이사와 달리 이사회에서 의결권 행사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 서울 태평로에 위치한 조선일보 사옥.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 서울 태평로에 위치한 조선일보 사옥.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방성훈 스포츠조선 사장은 지난해 5월 사망한 방우영 전 조선일보 회장의 장남으로, 2013년 언론연감 기준 21.88%의 조선일보 지분을 갖고 있다. 24년째 조선일보 사장을 맡고 있는 방상훈 대표이사(30.03%)에 이은 2대 주주다. 방우영 전 회장의 지분(3.4%)을 우호지분으로 고려했을 때 이사회에서 25.28%의 지분을 행사할 수 있어 방상훈 사장 입장에선 후계 작업에 있어 가장 신경 써야 할 대상이었다. 방성훈 사장 또한 2000년 조선일보 기자로 입사해 수년 간 경영수업을 받은 바 있다.

방성훈 사장은 아버지 방우영 전 회장이 상임고문으로 추대된 2010년 정기 주총에서 신임 이사로 선임된 지 7년 만에, 아버지 사망 이후 이듬해인 올해 비등기이사로 선임됐다. 이번 주총은 방준오 부사장보다 한 살 많고 촌수도 높은 방성훈 사장의 이사회 내 존재감을 약화시켜 향후 방준오 부사장의 이사회 장악력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전망이다. 방준오 부사장은 아직 등기이사가 아니다.

▲ 2013년 언론연감 기준 조선일보 주주구성. ⓒ미디어오늘
▲ 2013년 언론연감 기준 조선일보 주주구성. ⓒ미디어오늘
조선일보 한 기자는 “지금껏 방상훈 사장과 방성훈 사장은 서로 존중하면서도 일정한 긴장관계가 있었다. 방우영 전 회장 입장에선 자신의 아들(방성훈)도 조선일보 사장을 한 번 했으면 했던 것 같지만 (사망하면서) 어려워진 것 같다”고 전한 뒤 방준오 부사장 중심으로 이사회가 재편되는 것과 관련해 “정해진 수순이었다”고 덧붙였다. 조선일보 경영기획실 관계자는 방성훈 사장의 비등기이사 선임과 관련해 “회사의 경영적 판단”이라고 전했다.

2016년 기준 조선일보 이사진은 방상훈·방용훈(코리아나호텔 사장)·방성훈 등 방씨 일가와 홍준호 발행인, 송희영 주필, 안병훈 통일과나눔재단 이사장, 김창기 조선뉴스프레스 사장, 김문순 조선일보미디어연구소 이사장, 최준명 전 조선일보 편집국장 등 9명이었다. 상법 및 신문법상 친족관계에 있는 사람의 이사총수는 3분의1 이상을 넘지 못하도록 되어있다. 이번 주총에선 2012년 편집국장을 맡았던 양상훈 조선일보 주필이 송희영 전 주필을 대신해 신임 이사로 선임됐다.

한편 디지털조선일보는 지난 3월24일 주주총회를 열고 김영수 고문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그는 지난해 조선일보 경영기획실장을 맡아오다 송희영 주필 사건이 터지며 자리에서 물러난 바 있다. 디지털조선일보는 2015년 기준 자산총계 686억 원, 당기순이익 48억8800만원을 기록했으며 매출액순이익률은 14.32%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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