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기간이라는 이유로 가짜뉴스를 비롯한 후보자 비방, 허위사실공표 게시물을 대대적으로 삭제하고 나선 가운데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참여연대는 3일 공개질의서를 내고 “후보자비방죄는 ‘비판’과 ‘비방’의 기준이 분명하지 않아 대표적인 이현령비현령으로 평가되는 독소조항이고 허위사실도 늘 명료하게 판단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질의내용은 △가짜뉴스 단속 지침이 있는지 △후보자 ‘비방’과 ‘비판’을 구분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진실과 허위사실을 판단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등이다.

참여연대는 선관위에 이번 대선 기간 동안 삭제된 가짜뉴스를 비롯한 비방·허위사실공표 게시물 5879건이 어떤 내용인지 정보공개청구를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총선 기간 미디어오늘과 한국인터넷투명성보고팀이 분석한 선관위의 후보자 비방·허위사실유포 게시물 삭제내역을 보면 적용 기준이 모호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한 누리꾼은 유승민 당시 후보자의 얼굴에 내시 이미지를 합성한 이미지를 트위터에 공유했는데 ‘후보자 성별비하’라는 이유로 삭제됐으며 ‘돌무성’이라는 닉네임에 대해서도 선거법 위반이라며 경고조치가 됐다.

▲ 지난 총선기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삭제요청한 유승민 의원 비방 트윗.
▲ 지난 총선기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삭제요청한 유승민 의원 비방 트윗.
▲ MLB파크의 댓글. 허위사실 유포로 볼만한 내용이 없는데도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이유로 삭제됐다.
▲ MLB파크의 댓글. 허위사실 유포로 볼만한 내용이 없는데도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이유로 삭제됐다.

허위사실유포 역시 ‘사실’과 ‘거짓’을 판단하기 힘든 의혹제기일 경우에도 삭제됐다. 지난 총선 때 MLB파크의 한 댓글은 당시 나경원 후보 딸의 부정입학 의혹에 관해 “‘우리엄마가 나경원이야’(라고 나경원 의원의 딸이 면접 중 발언한 것으로 알려진 내용) 말고도 관련된 의혹은 더 있다”고 밝혔을 뿐인데 삭제됐다.

참여연대는 “선거 공정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악의적 허위사실은 제재가 필요하다”면서도 “이를 명목으로 후보자에 대한 유권자의 자유로운 비판과 의혹 제기마저 가로막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회에는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후보자비방죄를 폐지하고 △선관위의 선거법 위반 정보 삭제명령 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선거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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