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일 오전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선고를 앞두고 지난 90여 일 동안 진행돼온 재판과정에 대해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변론 중에 장외로 뛰쳐나가 집회에서 변론을 하고 다시 그 발언내용을 변론서로 내는 대통령 변호인측의 행태나 재판부를 향한 막말, 대통령의 불출석 등 재판과정의 문제점을 낳았다는 평가도 있다. 또한 탄핵이 기각될 경우 큰 의미를 찾기 어렵겠지만, 인용시 국민의 힘으로 국회를 압박해 헌법재판소까지 움직인 헌법사적 첫 사례일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재판과정에 대해 이준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는 9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워낙 사건이 복잡하다보니 변론이 길어지고 헌재심리 예정보다 늘어났다”며 “사건 자체의 특성도 있지만 변호인측의 지연전략도 한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대통령 변호인단이 중간에 무리한 증거채택을 재판부에 요구하는 반면, 재판부가 요구한 자료제출은 신속하게 안했다”며 “예정됐던 인사의 불출석, 대통령 불출석, 지나치게 긴 최후 변론, 재판부를 향한 막말 등은 이를 지켜본 국민들을 불쾌하게 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윤복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박근혜정권퇴진특별위원회 공판대응팀장(법무법인 한결 변호사)은 9일 인터뷰에서 “무엇보다 변호인단이 집회에 나와서 장외변론을 하고 이 발언내용을 다시 변론서 내는 것은 기본적인 법률적 판단에 대한 승복을 하지 않겠다는 자세”라며 “국민들은 ‘우리의 의사를 반영해 재판이 진행되고 있구나’라는 신뢰가 이뤄져야 승복을 할 수 있는데, 대리인단은 지금처럼 자신들과 뜻이 다르면, 변호사가 나서서 선동하는 것은 답이 안나온다”고 지적했다.

▲ 지난 1월5일 헌재에서 열린 탄핵심판 2차변론에 참여한 서석구 변호사(뒤줄 오른쪽에서 두번째) 사진=포커스뉴스
▲ 지난 1월5일 헌재에서 열린 탄핵심판 2차변론에 참여한 서석구 변호사(뒤줄 오른쪽에서 두번째) 사진=포커스뉴스
이에 반해 임지영 대한변호사협회 수석대변인은 9일 인터뷰에서 “재판에서 양측이 어떻게 입장을 표출할 것인지, 증인신문과 관련 서류를 어떻게 제출하고 전략에 임할 지는 양쪽 대리인의 판단을 존중해줘야 할 일”이라며 “이를 국민 입장에서 일일이 평가하는 것이 올바른지는 잘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임 변호사는 “재판 진행 권한은 법원에 있기 때문에 진행방식과 절차상 결정은 최대한 존중돼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국민주권주의와 뇌물 등 부정부패와 같은 탄핵사유 심사에 대해 재판을 통해 충분한 심리가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준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3가지 사유를 5가지로 정리한 것 가운데 국민주권 부분은 국정농단이 밝혀진 상태이며, 언론자유 침해 부분도 대통령 지시여부까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지만 문건유출 관련 세계일보 탄압 등의 정황은 인정되지 않을까 싶다”고 예측했다. 이 교수는 “대통령 권한남용의 경우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출연과정에 적어도 강요는 드러난 것으로 보이며, 플레이그라운드 등 특혜의혹과, KT와 포스코의 스포츠단 설립 강요도 직권남용에 해당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법률위반은 공소장에 자세히 드러나있으니 적용하는 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이런 헌법위반과 법률위반이 중대성을 가져야 한다는 데 있다. 이 교수는 “5가지 사유 위반을 볼 때 중대성을 판단하는 기준도 헌재가 제시한 기준과 합치한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이번 헌법재판을 두고 “대한민국 최고 공직자인 대통령도 헌법을 위반해선 안되며, 그렇게 하면 파면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준 의미가 있다”며 “국민들에게도 헌법도 법이라는 것을 환기시켜줬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들에게도 시간과 비용을 많이 들인 과정이었지만, 헌법을 중심으로 한 법치주의 정신 각인 시킨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윤복남 민변 공판대응팀장은 “탄핵 사유 가운데 뇌물의 경우 아직 검찰 공소도 하기 전에 재판에서 변론을 하는 등 법률적 타당성을 두고 아직 논쟁이 되고 있다”며 “다만 국민주권주의 위반의 경우 비선실세라는 것 자체가 국민이 위임하지 않은 행위를 한 것 만으로도 중대성을 충족한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임지영 대한변협 수석대변인은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며 대외적으로 관심을 많이 받은 사건인 만큼 재판과정이나 특검 자체는 종료됐으나 뇌물 등의 혐의는 탄핵 결정과 무관하게 공명정대하게 수사와 재판이 진행돼 실체적 진실 밝히는 과정은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헌법재판이 갖는 헌법사적 의미에 대해서는 기각보단 인용시에 더 큰 의미를 갖는다는 평가가 많다. 윤복남 민변 공판대응팀장은 “기각된다면 노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의 기각이라는 의미 외엔 찾기 어렵다”며 “반면 인용된다면 국민의 힘으로 국회를 압박해서 헌재를 통해 탄핵을 이끌어냈다는 역사적 의미가 있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임지영 대한변협 수석대변인은 “노 전 대통령 사례가 있긴 했지만, 쟁점도 다르고 그 사건은 기각됐던 사건”이라며 “인용된다면 초유의 일이 될 것이며, 그런 결과가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고 예측했다. 그는 “쟁점들이 탄핵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도 헌정사적 의미를 갖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임 대변인은 다만 “탄핵사유는 법적으로 구체적인 잘못을 해도 탄핵사유에 해당되지 않을 수 있고, 반대로 탄핵이 기각되도 잘못을 안했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각자의 신념을 반영해 희망하는 결론이 나올 수 있다고 보지만, 그런 신념과 법적인 결론은 다르다”라고 유보적 태도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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