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부동산 보도는 왜 정부 발표와 ‘도긴개긴’ 일까
KBS 부동산 보도는 왜 정부 발표와 ‘도긴개긴’ 일까
아파트·중산층 중심 보도, 비판 없고 정부·부동산 업자 입장에 무게… 1분20초짜리 리포트 한계, 출입처 보도 자료에 함몰 지적

KBS 부동산 뉴스 생산 과정을 분석해 공영방송이 정부를 홍보하고 특권층을 옹호하는 ‘공보 방송’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부 출입처 보도 자료에 의존하는 취재 관행 속에서 KBS가 정부 발표를 부각시키고 정부 입장을 지지하며 공익적 역할을 경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월 한국언론정보학보에 실린 김수영 서울대학교 언론정보연구소 객원연구원과 박승관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 논문 ‘KBS의 공보 방송 모형적 성격에 관한 연구’에서 2008년과 2013년 KBS ‘뉴스9’ 보도를 분석하고 KBS 기자 5명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다. 

MB정부 때인 2008년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기가 크게 침체된 시기고 2013년은 양도세·취득세 감면 주택 기준을 대폭 완화하는 내용의 박근혜 정부 첫 부동산 종합대책 ‘4·1대책’ 등이 발표·시행되던 때였다. 2008년부터 2013년까지 국내 주택 매매 가격은 상승세와 완만한 하강기를 거쳤다. 경제 여건 변화에도 KBS 뉴스 정부 편향성은 유지됐다. 

‘아파트’ 중산층 겨냥한 KBS 보도

논문은 먼저 KBS 부동산 뉴스 화면을 분석해 ‘아파트’를 중심으로 구성되는 보도 편향을 확인했다. KBS ‘뉴스9’의 2008년 부동산 관련 전체 뉴스 153건 가운데 136건(89%), 2013년 54건 가운데 50건(93%)은 ‘아파트’ 화면을 중심으로 보도됐다. 

반면, 단독·연립 주택이 중점적으로 뉴스 화면에 등장한 경우는 2008년 4건(3%)에 불과했고 2013년에는 한 건도 없었다. 2014년 국토연구원 조사 결과 전체 국민들 가운데 아파트에 실제 거주하는 사람 비율이 49.6%라는 점에서 KBS 보도는 ‘아파트 편향성’을 보인다는 지적이다.

논문은 KBS 뉴스가 상대적으로 높은 소득층이 거주하는 주거 공간인 아파트를 과잉 재현하는 배경에 대해 “주요 시청자층을 한국 사회의 중상류층으로 가정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한다”며 “결과적으로 아파트라는 특정 주거의 상징적 가치는 높아지는 반면, 저소득층 주거 복지와 안전 문제가 외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지역적으로 서울과 수도권의 부유층 주거 지역을 중시하는 뉴스 가치 기준에 따라 그외 지역의 부동산 문제는 뉴스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게 된다”고 덧붙였다.

▲ KBS 뉴스9 지난달 5일자 보도 화면. 사진=KBS
▲ KBS 뉴스9 지난달 5일자 보도 화면. 사진=KBS
KBS 부동산 뉴스 취재원이 정부에 편중돼 있는 현상도 두드러졌다. 2008년 153건 가운데 ‘정책 전달’(정부 정책 전달에 충실한 보도)에 해당하는 보도는 85건(56%), 2013년 54건 가운데 24건(44%)에 달했다. 

논문은 “정부 정책을 수용자들에게 알기 쉽게 요약해 전달(‘정책 전달’)하거나 정부 정책에 따른 시장 반응을 전달한 뉴스(‘정책 반응’)를 합하면 2008년의 경우 153건 가운데 136건(89%), 2013년 54건 가운데 43건(79%)은 정부 정책을 전달하는 뉴스였다”고 분석했다.

기사 내용 가운데 주어를 구분해 행위자(‘정부’, ‘정부·민간’, ‘민간’, ‘기타’ 분류)를 분석하기도 했는데 2008년 능동적 주어를 포함한 128건 리포트 가운데 보도에서 정부만이 행위자로 제시된 경우는 62건(48%)으로 절반 정도를 차지했다. 2013년에도 44건 리포트에서 능동적 주어가 등장했는데 이 가운데 정부만이 행위자로 제시된 경우는 13건(29%), 정부와 민간이 동시에 나타난 경우는 7건(16%)으로 정부가 능동적인 주어로 등장한 경우는 모두 20건(45%)에 달했다. 

논문은 “부동산 뉴스 보도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정부’가 능동적 행위자로 부각되면서 수용자들에게 ‘정부’는 부동산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구체적 문제 해결 존재로 전달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KBS 뉴스는 부동산 의제 보도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들의 이해를 대변하고 실행하고 있는가를 평가하고 점검하기보다 ‘정부’를 인격화해 부동산 문제의 최종 해결자로 강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리포트 절반, 정부 비판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KBS 부동산 보도에서 정부 비판은 찾아볼 수 없다. 논문에 따르면, 2008년 153건 가운데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대한 반론과 비판이 전혀 포함되지 않은 리포트는 81건(53%)이었고 2013년에는 54건 가운데 38건(70%)으로 나타났다. 

인터뷰 관련 보도에서도 비슷한 경향성이 보인다. 2008년 전체 인터뷰 325개 가운데 정부 정책을 지지하는 취지의 발언 인터뷰는 110건(34%), 2013년에는 전체 인터뷰 116건 가운데 44건(38%)에 달했다. 정책을 비판하는 인터뷰는 2008년 83건(25%)에서 2013년 16건(14%)으로 감소했다. 

논문은 “정부의 관점과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중시하고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점은 경시하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고 지적한 뒤 “방송 뉴스에서 여론을 상징하는 인터뷰에 있어서도 정부 정책을 지지하는 경우가 비판하는 비중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KBS 뉴스가 정부를 옹호하고 국민들에게 설득하는 공보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여론 다양성을 수렴하는 역할도 부실했다. 논문은 “KBS는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야당의 목소리를 반영시키는 비중이 행정부·여당에 비해 낮은 편”이라며 “한국 사회의 정책 결정 과정에서 행정부 권한이 의회보다 크기 때문으로 풀이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시민사회 구성원들을 균형적으로 대표하기보다 부동산 중개업자와 시세 정보 업체 관계자와 같은 특정 업종 종사자 관점에 보도가 집중되는 특성도 눈에 띈다. 

2008년 부동산 뉴스에 포함된 민간인 인터뷰 216건 가운데 107건(50%), 2013년 민간인 인터뷰 92건 가운데 41건(45%)이 부동산 중개업자 등 특정 업종 종사자들이었다. 반면 부동산 문제를 직접 겪으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민들의 인터뷰는 2008년 43건(20%), 2013년 28건(30%)으로 부동산 업계 종사자 비중보다 상대적으로 작았다. 

논문은 “불균등한 인터뷰이 구성은 부동산 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기보다 부동산 자산 거래의 동향에 관한 단편적 정보 전달에 더욱 무게를 두고 보도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연구자들이 진행한 KBS 기자 5명(A·B·C·D·E 기자)과의 심층 인터뷰에선 KBS 부동산 보도가 정부 편향적인 까닭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심층 인터뷰 참여자 5인은 2008년 이래 부동산 취재와 제작, 데스킹 경험이 있는 기자들이다. 

KBS A 기자는 “부동산은 9시(뉴스에서) 정말 좋아한다”며 “(대형 아파트 단지, 아파트 분양 현장, 부동산 중개업소 등) 현장이 있다. 편집부가 좋아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과잉 공급된다”고 말했다. E 기자는 “부동산은 두 가지인 것 같다.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거나 완전 상승하거나. 그런 경우에 부동산 아이템들이 더 많이 들어간다”며 “인구에 회자되기 때문에 그렇다. 시청자들이 얘기를 많이 꺼낼 때 아이템이 더 많이 잡힌다”고 설명했다.

논문은 이에 대해 “공공 방송인 KBS는 부동산 뉴스를 선별하는 과정에서 전체 국민을 균형적으로 대변하고 경제적 약자인 사회 계층 배려라는 공익적 가치를 중시하기보다 다른 매체들과의 흥미도 경쟁에 따라 부동산 뉴스 가치를 평가하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네이버만 쳐도 9시뉴스 만들어”

출입처 엠바고(기자들을 상대로 일정 시점까지 보도를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하는 일) 관행에 대한 논의도 흥미롭다. 

논문에 따르면, 2008년 전체 153건 부동산 뉴스 가운데 엠바고 자료를 반영해 보도한 경우는 87건(57%)에 달했고 2013년 경우 전체 54건 가운데 28건(52%)을 차지해 절반을 넘었다. 

B 기자는 “보도자료 (가운데 보도)할 기사가 있으면 전날 할 기사가 정해지는 편”이라고 술회했고, E 기자는 “각 출입처에서 나오는 엠바고 기사를 바탕으로 취재한다”며 “가장 중요한 소스(취재원)는 첫 번째 출입처 엠바고 기사, 두 번째 연합통신 기사, 세 번째 조간”이라고 말했다.

논문은 “부동산 뉴스를 담당하는 기자들의 최우선 과제는 엠바고 자료를 어떻게 메인 뉴스 프로그램에 효과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가에 집중된다”며 “국토교통부가 제공한 정보는 KBS 부동산 뉴스에서 방송해야 할 가장 중요한 취재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방송 뉴스룸은 일상적으로 경쟁 회사들의 뉴스보다 앞선 시점에 보도하기 위한 경쟁의 압력을 받고 있으면 엠바고 기사의 경우 정해진 시점에서 늦어질 경우 뉴스로 제공할 수도 없고 낙종으로 평가돼 상부의 제재를 받게 된다”며 “따라서 방송 기자들은 출입처의 엠바고 일정을 기초로 한 뉴스 제작을 누락하거나 다른 방송사보다 늦게 보고할 경우 받게 되는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해 꼼꼼하게 일정을 점검하는 것을 요구받게 된다”고 분석했다. 

C 기자는 다음과 같이 생산자 위주의 출입처 보도·취재를 비판하기도 했다. “경제부가 하는 일이 경제 부처를 출입하는 게 아니라 정치인들도 취재할 수 있는 거고 시민 단체도 할 수 있고, 정말 노숙자도 할 수 있고, 근데 경제 문제라는 카테고리(범위) 내에서 취재원을 바꾸는 게 아니라, 우리는 거꾸로 취재원 쪽 즉 생산자 입장이거든요.”

1분 30초 이하 분량의 보도 행태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C 기자는 “1분20초라는 시간이 설명하는 데 너무 부족하다”며 “1분20초 만에 ‘이게 3년 뒤 당신의 부를 엄청나게 좌우할 수 있다’ 이런 걸 피부에 닿게 설명할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A 기자는 “사실 뉴스 6줄 쓰고 인터뷰 2개 넣으면 끝난다”며 “그러니까 취재도 필요없다. 보도 자료나 네이버 쳐보면 9시 뉴스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논문은 “리포트 시간의 제약 속에서 KBS 취재 기자들은 최소한의 정보로 뉴스를 구성하는 소극적인 취재와 제작 방식을 정당화하고 있다”며 “방송 기자들은 개별 리포트의 길이가 짧기 때문에 다양한 관점을 취재해 반영하기 어려우며 업무의 효율성이 저해되고 업무 완성도가 떨어질 수 있는 위험 요인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전했다.

종합해보면 데일리 뉴스 보도에서 효율성이 우선되는 것인데 이런 연유로 다시 출입처 보도 자료에 집착하는 현상이 반복된다.  보도 자료 정보를 추가 확인이 필요 없는 ‘사실’로 평가하거나 가장 가치 높은 정보로 평가하고 있다는 논문의 지적은 적확하다. 

C 기자는 “우리는 (정부 정책을 뉴스에) 그대로 갖다 놓을 때가 많다”며 “정부 정책은 우리가 비판 없이 그냥 하는 경우도 굉장히 많다. 1분20초라는 짧은 환경도 영향을 미치지 않나….”라고 말했다. E 기자는 “경제 뉴스에 정치적 내용이 들어가지 않는다”며 “원하지도 않고 내용도 그렇게 들어가면 복잡해진다. 경제는 순수하게 경제로 봐야지 정치적 시각으로 보면 힘들다. 정치와 경제는 분리해야 한다”고도 했다. 

가짜 부동산 전문가에 대한 검증이 결여돼 있다는 비판도 의미있다. A 기자는 “기본적으로 경제학을 하지 않은 부동산 전문가들이 열에 아홉”이라고 지적했다. 논문은 “KBS 부동산 뉴스가 다양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부동산 시장의 특정 업종 종사자들의 관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하는 것은 KBS 취재진이 제작의 편의에 따라 뉴스 도식 구성에 용이한 부동산 거래와 관련된 직업을 중점적으로 섭외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논문은 이야기를 종합하며 “KBS는 공영성을 표방하고 있지만 언론기관으로서 공익을 온전히 실현하지 못한 채 공보 방송 모형적 성격을 보이고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면서 “뉴스룸 내부적으로 공익적 가치가 내면화되지 않고 있는 모순은 오랜 기간 동안 축적돼온 내부 관행을 살펴보지 않고는 설명하기 힘들다”며 “공공방송이 외부의 권력층과 특권층의 이해를 지지하는 공보 방송 모형의 성격을 띠게 되는 것은 이를 뒷받침하는 내부적 시스템이 공고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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