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태 전 더블루K 상무이사의 ‘최순실 사건’ 공판 출석을 둘러싸고 검찰과 최순실씨 간의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최씨 측 변호인단이 최씨과 고씨의 친분관계, 고씨의 과거 전력 등을 캐물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진흙탕 법정’이 만들어질지도 모른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고 전 이사는 오는 6일 오후 최씨 등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의 사건 제9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다. 최씨가 지난해 11월3일 구속된 이후, 양 측 간 최초 대면 만남이 이뤄지는 것이다.

고씨의 등장이 주목받는 이유는 고씨가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혐의를 밝힐 판도라의 상자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고씨의 증인 출석은 최씨 측이 고씨와 관련된 증거 대부분을 부인하는 상황에서 그의 진술을 직접 확인할 기회이기도 하다. 최씨 측 변호인단은 고씨의 검찰 진술 조서 일체, 최씨가 미르·K스포츠재단 실질적 운영자라는 증언이 기재된 재단 관계자 진술 조서 등에 대한 증거 채택을 전면 거부했다.

▲ 박근혜 대통령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 씨 측근인 고영태 더블루K 상무가 31일 오후 검찰 조사를 마치고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 박근혜 대통령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 씨 측근인 고영태 더블루K 상무가 31일 오후 검찰 조사를 마치고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K재단 실질적 장악 누구? 검찰 “최순실” vs 최씨 측 “고영태”

검찰은 고씨를 통해 최순실씨가 더블루 K 및 K스포츠재단(이하 K재단) 설립·운영의 실질적 책임자라는 진술을 이끌어낼 것으로 보인다.

최씨 측은 고 전 상무가 더블루K의 실질적 오너이자 K재단에 자신의 측근을 꽂아넣은 책임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경재 변호사(법무법인 동북아)는 지난 13일 제3차 공판에서 “고영태는 더블루K 상무라고 하나 실질적 오너였다. 피고인(최순실)을 이용해 회사 설립 자금 1억원을 차용해 변제 처리했다. 피고인을 이용하기 위해 끌어들였다”면서 “고영태는 노승일, 박헌영을 역량있는 사람이라 K재단에 추천했고. 노승일, 박헌영 등은 고영태와 한국체육대학 선후배사이다. 피고인은 인사결정권자 아니었다. 재단에서 인사결정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더블루K 및 K재단 관계자들은 진술서와 증인신문을 통해 최씨가 실질적 운영 권한을 행사해왔다고 증언해왔다. 검찰은 이에 대한 최종 확인을 오는 6일 고씨의 증인 신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전지영 더블루K 경리직원은 검찰 조사에서 더블루K가 “최 회장(최순실), 조성민 대표, 고영태 상무, 최철 대표, 내가 근무하는 회사였다”면서 “고 상무, 조성민 대표를 비롯해 주변 사람들이 모두 그렇게(‘최 회장’이라 부른 것) 했다”고 밝혔다.

전 씨는 최씨가 △주 2회 가량 더블루K 사무실에서 회의를 진행한 것 △더불루K의 자금 현황, 진출내역 등을 매번 보고받은 것 △더블루K 회의실을 별도 사무실로 사용한 것 등의 사실을 진술했다.

노승일 K재단 부장은 지난 24일 증인으로 출석해 “여기(법정) 있는 최서원은 2014년 2월 말 고영태의 소개로 만났다. (고영태가) 체육 재단 관련 사단법인 만들고 싶고, 같이하자고 해서 같이하게 됐다”면서 ‘사단법인을 만들라고 지시한 사람이 최순실씨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후 노 부장은 독일 주재 비덱스포츠(최씨 소유 회사)의 전신인 코어스포츠 설립에 참여한 후 K재단에 입사했다. 노씨는 2015년 7월30일 경 고 전 상무로붙 ‘독일에서 스포츠 매니지먼트 회사 만드는 데 대표로 가달라’는 전화를 받았고 출국 전인 8월11일 최서원을 압구정 모 까페에서 만나 관련 지시를 받았다.

2015년 말 K재단 입사도 고씨의 권유로 이뤄졌으나 노 부장은 고씨가 ‘최씨에게 말해놨으니 이력서를 준비하라’고 권유했고 최씨를 만나 면접도 봤다고 진술했다. 노 부장은 “2015년 12월 말 경 청담동 차움 빌딩에 있는 1층 식당에서 최씨를 만났다”면서 당시 최씨가 “‘노 부장도 잘 알지. 검증해서 노 부장을 몇 번을 걸렀는데 내가 보증 서서 입사시켜 준 거니 열심히 일 하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최씨가 참여한 회의록을 작성하고 최씨에게 재단 사업 관련 보고를 맡았던 박헌영 K재단 과장은 최씨가 실질적 의사결정권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31일 공판에서 “더블루K 사무실에서 최씨가 회의를 주재한 상태에서 고영태와 저 이렇게 모여서 보고를 드리면 (최씨가) K재단 관련과 더블루 관련을 반반 나눠서 지시했다”며 “기획안을 작성하라고 하면 제가 작성했고 그에 대해서 일일이 문구나 주제를 세세하게 제시했다”고 진술했다.

박 과장은 ‘최순실씨에 의하면 더블루K는 고영태의 소유회사라는데 사실이냐’는 질문에 “사실이 아니다. 고영태는 저와 비슷한 입장”이라며 “고영태가 저에게 지시를 내리긴 했으나 월급도 최순실씨로부터 받았다. 직원 입장이었지 운영했다고 볼 수 없다”고 답했다.

그는 최씨가 K재단 인사권자라는 사실도 주장했다. 박 과장은 최씨에게 K재단 입·퇴사자에 대해 건건이 보고했다고 밝히며 ‘K재단 신입사원 선발 시 부서 배치는 누가 최종결정하느냐’는 검사 측 질문에 “최씨에게 보고했고 그에 대한 컨펌을 해줬다”고 답했다. 그는 정동구, 김기천, 정현식 등 K재단 임원 사임에 대해 “상황을 옆에서 다 보고 들었다”며 최씨의 재가가 있었다고 밝혔다.

▲ 최순실씨 및 그의 변호인단이 지난 1월 국정농단 관련 혐의 사건 공판에 참석한 모습. 사진=포커스뉴스
▲ 최순실씨 및 그의 변호인단이 지난 1월 국정농단 관련 혐의 사건 공판에 참석한 모습. 사진=포커스뉴스


고영태, 최순실 국정개입 실마리도 추가 진술할 것

고씨 또한 이와 비슷한 취지의 진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연설문 수정 및 정부 기밀문서 유출 혐의에 대해서도 입증 진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고씨는 지난 해 12월7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2차 청문회에 출석해 “최순실씨가 연설문 고치는 걸 좋아한다”(이완영 새누리당 의원)는 발언의 진위를 묻자 “좋아한다는 말은 하지 않았고 연설문을 고치는 것 같다”고 답했다.

고씨가 류상영 전 더운트(최씨 차명회사) 부장을 시켜 물류센터에 보관하도록 한 서류엔 정부 업무와 관련된 공문서가 다수 발견됐다. △문화체육관광부 34개 기관 임직원 조직도 △대통령 중동지역 순방 5박7일 일정표 △국가혁신 분야 업무보고 대통령 발언 △2014년 문체부 예산 및 기금 정부안 규모와 편성 내용 △콘텐츠진흥원 조직개편 결과 문서 등이다. 고씨는 최씨로부터 받았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최씨가 박 대통령의 옷을 만지는 CCTV 영상인 ‘최순실 의상실 영상’도 고씨가 TV조선에 제공한 것이었다. 대통령 의상 제작과 관련련해 고씨는 국가 별로 선호·기피하는 색깔 등을 분류한 ‘나라별 색채 심리’ 문서를 최씨로부터 받았고 이를 물류센터에 보관해 검찰에 임의제출했다.

과거 전력 들추기, 불륜 거론… 변호인 ‘진흙탕 싸움’ 걸 수도

최씨 측은 최씨의 의사결정 개입 사실이 객관적 증거로 확인된 바 없다는 취지로 이들의 주장을 반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경재 변호사는 지난 13일 공판에서 최씨는 “문화계·체육계에 문외한”이라며 “잘 안다는 어떠한 증거도 제출된 바 없다”고 주장했다. 미르·K재단 운영 개입에 대해서 이 변호사는 “피고인(최씨)은 대통령이 ‘양 재단이 만들어지는데 외부자로서, 운영체계를 관찰하고 조언해달라’고 해 일부 임원이나 직원을 추천한 사실이 있다”면서 “최가 인사권을 행사하거나 자금 운용을 결재한 사실은 전무하다. 양 재단에서 최에게 흘러간 돈도 증거조사에서 나타난 바 없다”고 강조했다.

변호인은 최씨의 개입이 외부자의 조언 수준이었다는 점에 착안해 고씨로부터 실질적 의사결정은 회사 내부에서 이뤄졌다는 결론을 낼 가능성이 높다.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에서 벌어졌던 ‘진흙탕 싸움’이 반복될 지도 모른다는 지적도 있다. 대통령 변호인단은 지난 1일 탄핵 심판 10차 변론기일에서 “이 사건의 발단은 최순실과 고영태의 불륜"이라며 "최순실과 대통령의 관계를 알게 된 일당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다가 실패하자 일부 언론과 정치권에 사건을 악의적으로 왜곡 제보함으로써 완전히 다른 사건으로 변질됐다"고 주장했다.

같은 취지로 고씨에 대한 ‘신상털이식’ 신문이 이뤄질 수도 있다. 고씨의 ‘바르지 못한’ 과거전력을 들춰 내 신뢰성을 깎는 전력이다. 고씨는 2009년 마약투약 혐의로 벌금 1500만원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고씨는 여성전용 유흥업소의 남성 접대부로 일하던 중 최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고씨가 ‘최씨의 모욕적인 말과 행동’ 때문에 최씨와 멀어졌다고 진술한 데 착안해 고씨의 복수심을 들춰 내 진술의 신빙성을 공격할 여지도 있다.

K재단 및 더블루K 관계자들은 고씨는 최씨의 하급 직원이었다는 일관된 진술을 내놓고 있다. 노승일 부장은 “최순실과 고영태의 관계는 사장과 직원, 수직적 관계 그 이상은 아니”라고 진술했다.

박헌영 과장은 지난달 31일 “(최씨는) 더블루K를 실제 운영하는 주인으로, 나를 언제든지 내칠 수 있기 때문에 나에게는 좀 무서운 사람”이었다며 “고영태가 쩔쩔 매는 모습을 보고 더 무섭게 생각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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