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명운을 놓고 인명진 비대위원장과 서청원 의원이 한창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인 위원장의 탈당 압박을 친박계가 결사항전으로 막아내고 있지만 새누리당 회생을 위한 대의명분은 인 위원장에게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야당과 탄핵안 통과에 발맞췄던 비박계는 당을 떠나 새 둥지를 꾸렸다. 그 규모가 30여명에 이르렀다. 새누리당은 비박계 탈당 탓에 원내 99석, 제2당으로 쪼그라 들었다.

심폐소생술을 위해 인명진 목사를 비대위원장으로 모셨다. 서청원 의원의 친서와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 등에 비춰보면 서청원 의원을 비롯한 친박계가 인명진 비대위원장 선임에 적극나섰다.

▲ 인명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이 2016년 12월30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단 한 가지 단서가 있었다. ‘인적청산.’ 서청원 의원은 “누가 누굴 청산할 수 있느냐”는 인명진 목사의 말을 믿었다. 부정적 기류가 강했던 친박 의원을 설득하고 전국위원회에서 직접 마이크를 잡고 전국위원들을 설득하기도 했다.

서청원 의원은 친박의 안위만 보장해준다면 인 비대위원장이 어떤 쇄신안이든 다 받아줄 용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인 비대위원장은 친박계에 탈당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서청원 의원은 인 위원장과 사적인 대화 등을 근거로 그를 “거짓말쟁이 성직자”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인 비대위원장이 공개적으로 보여준 행적만 따라가 보면 ‘친박 축출’ 입장을 꾸준히 지켜가고 있다. 인 비대위원장은 지난달 26일 TV조선 프로그램에 출연해 “국민이 원한다면 (서청원·이정현·최경환 의원에게) 탈당을 요구할 수 있다”고 한 말 그대로 밀고 나가고 있다.

친박계가 버티고 있지만 당내 분위기는 인 위원장 쪽으로 쏠리는 분위기다. 이정현 전 대표와 친박 중진인 정갑윤 의원이 탈당을 선언했다. 친박 8적으로 분류됐던 홍문종 의원은 거취를 당 지도부에 위임했다. 친박 내부에서도 서청원·최경환 의원 등에게 등을 돌리는 분위기다.

초재선 의원 중 다수가 서청원·최경환 의원이 당을 떠나야 한다는 입장이다. 원외 당협위원장 다수도 인 위원장 손을 들어줬다. 무엇보다 서청원 의원과 최경환 의원이 버티고 있으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영입하기에 부담이 된다는 공감대가 있다.

▲ 인명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오른쪽 세번째)과 서청원 의원(왼쪽 두번째)이 2016년 12월29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전국위원회에 참석했다. 사진=포커스뉴스


인 위원장은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 지도부 역시 인 위원장을 든든히 뒷받침하고 있다. 인 위원장 의지도 굳건해 보인다. 서청원 의원의 친서 배포 이후 인 위원장은 친박을 “악성 종양” 등의 표현을 써가며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강하게 되받아쳤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5일 SBS라디오 박진호의 시사전망대에 출연해 “친박 핵심을 도려낸다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 색채를 지금보다 낮추겠다는 것이다. 당에 (친박이 잔류하면) 박근혜라는 얼굴과 반기문이라는 얼굴 두 개가 공존할 수 있나. 그러면 반기문 입장에서는 과연 자기가 들어갈 곳이라고 발을 뻗을 수 있겠느냐”며 “논리적으로 인 위원장이 분명히 우위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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