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대선을 앞둔 가운데 국민의당이 개헌세력인 제3지대 인물들과의 연대를 시사하며 몸값 높이기에 나서고 있다.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의 귀국이 계기가 되어 2월 전후 정치권의 연대를 통한 세력화 움직임이 더욱 빠르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러한 몸값높이기 움직임이 지지율 제고에 도움될 것인지는 의문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전 원내대표는 4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저와 신뢰관계가 있기 때문에 (손 전 대표와 국민의당의 연대에 대해) 구체적인 안이 있었다면 저에게도 얘기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전날 일부 언론을 통해 손학규 전 대표가 오는 22일 국민주권개혁회의를 출범한 뒤 국민의당과 연대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에 대한 답변이다. 

박 전 대표는 다만 “(손 전 대표가) 국민주권개혁회의라는 결사체를 만들어 국민의당과 통합할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올해 2~3월에 정치적 빅뱅이 일어날 것이라고 손 전 대표 스스로 생각하는데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연대 움직임은 있겠지만, 지금은 당 간 논의를 주고받을 만큼 본격화된 상황은 아니라는 풀이가 가능하다.

▲ 박지원 국민의당 전 원내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국민의당의 목표는 문호개방이다. 다당제 구도에서 협상력을 높이고 조기 대선 국면에서 정국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해서다.

국민의당 지도부는 특히 비박계와도 연대 가능성을 시사한다. 김동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4일 오전 국민의당 비대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비박계 의원들에 대해 “적어도 이 시점에서 우리가 과거의 잘잘못 하나하나 따지면 잘못하지 않은 정당 정치인 누가 있나”며 “계파패권과 제왕적 대통령제 청산 위해서라면 박근혜 대통령 탄핵했듯이 부분적으로는 (비박계와도) 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측은 민주당 내 일부 의원들까지 탈당 후 동참할 수 있다며 문호를 더욱 활짝 개방하는 모습이다. 김동철 비대위원장은 “나는 (민주당 내에서) 보따리 싸겠다는 의원 직접 들었다”고 말했다. 고연호 국민의당 수석대변인 대행은 “적폐 청산과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 당의 노선을 열어놓은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러한 움직임에 민주당 계 인사들은 불편함을 감추지 않고 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4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대선과 선거 때마다 이렇게 분열하고 이합집산을 하면 이런 정당과 정치로 어떻게 나라로 이끌겠나”라며 “정당을 이곳저곳 이합집산 하는 이 철새정치를 그 전에는 부끄러워라도 했는데 그 뒤부터는 다 구국의 결단이 되버린다”며 비판했다. 안 지사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손학규 전 대표에 대해 정치에서 은퇴하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도 4일 당 최고위 회의에서 “어제 전화 돌려봤는데 보따리 쌌다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반박했다. 민주당 내 손학규계로 꼽히는 한 초선 의원도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아직 탈당 움직임은 없고 손학규 전 대표 측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바도 없다”고 답했다.

여러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현재로서는 국민의당과 손학규 전 대표 세력 간의 연대는 타이밍을 재는 물밑작업 단계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국 단위의 정치 모임을 꾸리고 있는 손 전 대표가 향후 국민의당과 손을 잡게 되는 그림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보수와 진보, 함께 개혁을 찾는다' 토론회에 참석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4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비박계나 반기문 전 총장과는 다르게 야권 정권 교체를 위한 목표라는 점에서 손학규 전 대표와 국민의당 간의 연합 노선은 굉장히 자연스럽다”고 평가했다.

이미 손 전 대표에 국민의당은 당 대표를 맡아달라는 요구를 한 바 있는데, 손 전 대표는 일단 이를 거절한 바 있다. 손 전 대표는 개인 입당이 아닌 자신의 세력을 만들어 당대당 연합의 구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당의 친박·친문계를 제외한 각 세력을 향한 ‘러브콜’은 여러 변수가 놓여있다. 국민의당의 호남중진의원 중심의 지도부의 입장과 달리 당 대표 후보로 출마한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비박계와의 연대 가능성은 ‘호남 민심’과 ‘정체성’을 이유로 좁혀놓았다. 현재 유력한 당 대표 후보인 박 전 대표가 다시 당권을 쥐게 되면 각 세력 간 큰 입장 변화가 없는 한 박 전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은 손학규 전 대표 등 야권 중심 제3지대를 중심으로 연대 움직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의 귀국 역시 국민의당 세력 확장에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반 전 총장은 오는 12일 귀국할 예정임을 밝혔는데, 반 전 총장의 국민의당이나 개혁보수신당과, 제3지대 세력 규합 및 신당 창당 등 여러 시나리오들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박지원 전 대표는 “반기문 전 총장이 (제3지대 세력과 국민의당 간의) 뉴DJP연합에 관심이 분명히 있다”면서도 귀국 후 정체성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유보적인 입장이다.

또한 개혁보수신당의 창당일이 오는 24일이라는 점과 반 전 총장의 지지세력이 여권에 중심을 둔 것을 고려해볼때 개혁보수신당 행을 통해 창당 과정에 합류하는 것도 가능하다. 지금으로서는 지지율 2위의 무게감을 가진 반기문 전 총장의 행보가 정치권 합종연횡에 또 다른 가능성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셈법은 복잡하지만 지금으로서는 국민의당을 포함한 정치권은 보폭을 좁히고 세력 간 연대 가능성을 점치는 단계다. 다만 국민의당의 이러한 연대 행보는 아직 국민들에게 정치권의 합종연횡으로 비칠 수 있고 민주당에도 뒤떨어진 호남 지역 지지율 제고에 더 큰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현재 호남 중진의원 중심 지도부들은 비박계나 반기문 전 총장에도 연대를 시사하고 있는데 이러한 움직임이 호남민심과 충돌한다. 국민의당이 자신의 힘을 키우는 것보다 외부 세력과의 연대를 통해 힘을 키우려는 시도는 오히려 지지율을 하락하는 원인이 될 것이다. 연대 얘기를 꺼내는 것보다 오히려 정체성을 가지고 독자노선을 가질 때 지지율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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