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면서 대선 주자들의 언론관 및 언론정책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오는 3월 종합편성채널 재허가를 앞두면서 이에 대한 대선 주자들의 입장도 관심사다. 언론계에선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오래된 화두를 놓고 대선 주자들이 관철시킬 의지가 있는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인 지난해 12월11일 ‘국가대청소 6대 과제’를 내걸었다. 이 중 하나가 ‘언론을 장악하려 하고 억압한 책임자들을 조사하고 처벌해 언론의 자기 개혁 계기로 삼을 것’이란 내용일 정도로 언론개혁 의지가 높다. 

문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16일 암 투병 중인 이용마 MBC해직기자가 요양하고 있는 남양주 모처로 직접 찾아가 “언론 탄압에 앞장섰던 앞잡이들에게 철저히 책임을 묻고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 전 대표는 언론개혁이 촛불의 뜻이라고 말하고 있으며, 촛불의 뜻에 따라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과 종편 특혜 환수 작업 등을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이용마 MBC 해직기자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12월16일 경기 남양주 인근 요양원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언론노조
문 전 대표는 특히 MBC를 두고 “이명박 정권의 언론장악에 가장 먼저 일어서서 맞섰던 곳이 MBC였지만 지금은 그 정신이 다 사라지고 정권의 홍보방송 역할만 했다. 지금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제대로 보도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며 집권 이후 대대적인 부역자 청산을 예고한 상황이다. 

문 전 대표는 “해직언론인을 포함해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불이익을 받은 언론인들을 (원래 부서로) 원상회복하고 명예회복과 보상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종편에 대해서는 최근 “이제는 종편이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종편과 지상파간의 차별을 없앨 때가 됐다”며 차기 집권 시 종편 특혜를 거둘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지상파와 동일 규제 속에 각종 특혜가 환수되면 종편은 경영상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문 전 대표 공보담당자는 “기본적인 언론 관련 입장은 2012년 대선공약을 기반으로 보완해나갈 예정”이라 밝혔다.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는 “자본으로부터 방송의 공공성 및 독립성을 확보하고, 민주적 여론 형성과 같은 미디어의 공적 기능을 회복·강화하는 방향으로 미디어 관계법의 진입 및 소유 관련 규제를 정비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신문·방송 겸영 규제 강화를 뜻한다는 해석도 있었다. 

문 후보는 5년 전 “이명박 정부에서 자행된 방송장악과 언론인 및 연예인 탄압·사찰 등에 대해 철저한 진상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근 불거진 문체부 블랙리스트를 포함해 이명박 정부 당시 문화계 블랙리스트까지 차기 정부에서 국정조사 대상이 될 가능성도 있다.

문 전 대표는 “공정성 논란이 되는 심의사안에 대해서는 시민참여 심의제도를 도입하겠다”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공정성 심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안을 내놓기도 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와 미디어 정책이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안철수 후보 선거본부에서는 △미디어의 공공성 실현 △민주적 미디어생태계 조성과 콘텐츠산업 집중 육성 △방송통신 이용자 복지 증진의 3대 목표를 제시했지만 언론정책이 구체적이지 않고 타 후보와 비교할 때 차별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안철수 전 대표가 대표로서 리더십을 발휘했던 지난 2016년 총선 당시 국민의당의 미디어 공약도 마찬가지다. 국민의당은 △공영방송 사장 선임 시 특별다수제 도입, 보도국장 임명동의제 도입 △소출력 공동체 방송 확대 및 청소년을 위한 미디어 힐링 프로그램 구축 △유해정보차단 소프트웨어 무상보급 확대 △농어촌 인터넷 사각지대 해소 등을 공약했다.

이에 대해 안철수 의원 측은 지난 총선 국민의당 공약에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부분을 강조했다. 공영방송 사장 선임 시 특별 다수제와 보도국장 임명동의제가 도입될 경우 일방적 구성은 어려우므로 공영방송 위상 정립에 부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특별다수제 도입으로 지배구조 구성에 공영성을 강화하려는 생각은 2012년 대선 당시 ‘진심캠프’와 차별되는 점이라고 밝혔다.

▲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지난해 12월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전국청년대회 특강에 참석, 참석자들에게 강의를 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안 전 대표는 공영방송 이슈와 관련, 언론부역자 청산에도 목소리를 낸 적이 있다. 2012년 파업 중이던 MBC에 방문해 “MBC 김재철 사장은 물러나야한다”고 밝힌 것이다. 안 전 대표 측은 김재철 사장에 대해 “청문회든 국정조사든 바로 합의해 즉각 실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다만 종편 특혜 환수 등 종편 이슈에 대한 안 전 대표의 의견은 다시 한 번 점검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종편이 만들어진 2011년 안철수 당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MBN에 축하메시지를 전달해 논란이 됐다. 이후 안 전 대표의 측근이 “안 원장은 종편에 대해 찬성이나 반대 뜻을 밝힌 적 없다”고 해명하고 사건이 일단락됐으나 종편에 대한 안 전 대표의 입장은 명료하지 않았다.

미디어정책에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온 안 전 대표이지만 지난해 10월 내놓은, 대기업이 영화 배급업과 영화 상영업을 동시에 할 수 없도록 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법률개정안’은 주목할 만하다. 당시 안철수 캠프의 미디어정책을 생산한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엄주웅 호루라기재단 상임이사는 안철수 전 대표가 “스크린 독점이나 포털의 언론 역할 등에서 공정과 상생에 대한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공영방송의 공정성 회복에 적극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박 시장은 한국기자협회 고문과 한겨레신문 논설위원, KBS 이사 등의 이력과 함께 제5공화국 보도지침 사건으로 구속된 언론인을 변호한 경험이 있다. 

박 시장은 “언론개혁은 여전히 우리 시대의 최대 과제”라며 “마땅히 국민의 방송이니만큼 청와대가 아니라 국민의 눈치를 보게 만들어야 한다. 사장 임명권을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지난해 12월5일 국회토론회에서도 최순실 게이트 이후 사회 개혁 방안의 일환으로 공영방송의 독립성 확보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박 시장은 “대통령이 공영방송 사장을 임명하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용납할 수 없다”며 대통령 임명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시장은 지난해 12월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지난 2010년 자신이 “KBS 시청료를 내지 않겠다”며 KBS 수신료 납부 거부 선언을 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공유하며 “7년 전에도 비슷했다”며 “오죽하면 제가 KBS 시청료 거부를 선언했을까. 그때도 KBS는 ‘땡이뉴스’(뉴스 시작을 알리는 9시 알람이 ‘땡~’하고 울리면 곧바로 뉴스가 ‘이명박 대통령~’으로 시작된다는 의미)를 계속 했었다. 당시 새해 아침에 국민에게 KBS를 보지 말고 시청료도 내지도 말자고 제안했다”고 술회했다.

박 시장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이외에도 언론 공정성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박 시장은 지난해 12월 거의 매일 사회개혁을 주제로 ‘박원순과 국민권력시대’ 토크콘서트를 열었는데, 12월14일 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박성제 MBC 해직기자와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등과 함께 해직 언론인 문제와 종편, 공정언론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 박원순 서울시장과 그를 지지하는 모임 ‘국민권력시대’ 회원들은 지난해 12월6일 오후 국회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위한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박 시장은 이날 “제가 보도지침 당시 변호사였다. 문화공보부에서 언론에 내려간 가이드라인이 다 폭로됐는데, 이를 폭로한 언론인들이 법정에 섰다. 그때 제가 변론하면서 ‘불이 났다고 신고했는데 신고한 사람을 잡아가두는 그런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했다”고 밝혔다.

박성제 해직기자는 이날 언론장악금지법 제정과 ‘부역 언론인’ 처벌 및 제재 등을 언급했고 이에 박 시장도 동의했다. 박성제 MBC해직기자는 “MBC도 곧 국민 여러분 품으로 돌아갈 것이다. 해직 언론인들도 다시 돌아갈 것이고 시스템이 바뀌고, (정권에) 부역한 사람들을 쫓아내 벌을 주고 예전 MBC로 돌아가야 한다. 그런 역할을 시장님이 도와주셔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박원순 서울시장은 “그럴 권한만 주시라. 당연히 해야한다”고 응답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야권의 대선 후보 가운데 가장 공격적인 언론관을 갖고 있다.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면서 이를 위한 ‘공적 규제’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언론이 기본적으로 자유롭게 취재하고, 객관적 사실에 기초해 자기 입장을 갖는 건 나쁘지 않다”면서도 “반공익적 행위를 한다면 허가·등록 취소 등 강경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 반공익적 행위 기준이 논란이 될 전망이다.

그는 2009년 7월 민주당 부대변인으로서 종편을 탄생시킨 미디어법에 대한 무효 서명운동을 주도하는 등 ‘언론 투쟁’의 경험을 갖고 있다. 같은 해 ‘일본 독도 침탈을 막기 위한 1886인의 소송단’을 이끌며 일본 언론사인 요미우리신문을 상대로 정정 보도와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등 해외 유력 언론사를 상대로 한 소송도 불사해왔다.

지방선거 직전이던 2013년 12월 성남일보가 ‘이재명 시장의 막말과 언론관’이란 기사를 통해 이 시장이 자신의 형수에게 욕설하는 녹음파일을 올리자 이 시장은 즉각 보도금지가처분신청을 내고 손해배상청구소송까지 제기해 승소했다. 

대선 후보 반열에 오른 뒤에도 그는 언론과의 전면전을 마다하지 않았다. SNS를 통해서는 자신과 의견이 다른 이들과 설전을 벌이기도 한다. TV조선이 자신과 그의 셋째 형 이재선씨 갈등을 다룬 보도에 대해 지난 3일 국회 기자회견을 열고 “TV조선은 반드시 폐간시킬 것”이라고 압박했다.

▲ 이재명 성남시장이 지난 3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TV조선은 반드시 폐간시킬 것”이라며 TV조선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 시장이 TV조선 보도의 문제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도연 기자)
보수언론과의 싸움을 피하지 않는 모습에선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을 연상케 한다. 실제 그는 국회 기자회견에서 2002년 노무현 당시 민주당 대통령 경선 후보가 “언론에 고개 숙이는 비굴한 정치인이 되지 않겠다”며 “동아·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고 말한 것을 강조하며 “대한민국 70년 적폐인 언론 권력은 이제 대한민국 선거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입장도 명확하다. 그는 “(공영방송의 경우) 청와대의 개입이 불가능하게 제도화해야 한다”며 “(공영방송) 사장 선출과 관련해 (공영방송 이사회) 임원 구성 비율을 공정하게 만들어야 한다. 방송이 공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공적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적 규제가 정부 주도로 이뤄질 경우 오히려 정부의 언론통제 논란이 거세질 가능성도 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지지율 2위를 달리고 있는 유력 대선주자지만 구체화된 언론정책은 없다. 다만 그의 언행에 비춰 언론관을 유추해볼 순 있다.

유엔의 수장으로서 반기문 전 총장은 ‘자유 언론’의 수호자였다. 2007년 취임 후 매년 5월3일 세계언론자유의날에 ‘언론의 자유’와 ‘언론인의 자유’, ‘표현의 자유’, ‘독립 언론의 자유’ 등을 주창했다.

하지만 국내 언론 상황에 대해서는 냉담했다. 국제 언론감시단체인 ‘국경없는기자회’가 공개한 한국 언론자유지수는 180개 조사대상 국가 중 70위로 떨어졌다. 2006년 31위에서 2009년 최하위를 기록(69위)한 이후 또 다시 최하위 순위를 갈아 치웠지만 침묵했다. 

심지어 2014년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을 제기한 일본 보수 매체 산케이신문 가토 다쓰야 전 서울지국장을 출국금지하고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는 일이 발생했다. 검찰은 해당 칼럼에서 인용한 최보식 조선일보 기자의 칼럼에 대해서는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언론 탄압은 물론 외신에 대한 차별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그러나 미국 뉴욕에 있던 반 전 총장은 고국의 언론 자유에 대한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않았다.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비영리기관 이너시티프레스는 2014년 10월26일 반기문 전 총장이 “명백하게 언론자유에 대해 전반적으로 침묵했다”며 “이번엔 놀랍게도 한국 사례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에게선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언론의 보도를 꺼리거나 적극 활용하는 행태가 두드러진다.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사진=포커스뉴스
지난해 5월25일 관훈클럽은 반 전 총장 측의 비보도 요청을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초청 토론회를 열었다. 그런데 반 전 총장이 “내년(2017년) 1월1일 결심을 하겠다”고 폭탄 발언을 내놓자 관훈클럽 관계자들은 비보도 합의를 깨고 보도를 하기로 했다. 일순 ‘유력 대선 주자’로 분류되자 반 전 총장은 이후 발언이 확대 해석됐다며 진화에 나섰다.

언론 역할에 대한 인식을 유추해 볼 수 있는 발언도 토론회에서 나왔다. 반 전 총장은 “세계 속에서 한국은 레벨이 낮다”며 “언론의 역할, 국민을 계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을 가르침과 훈육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도 문제지만 언론을 도구로 사용하겠다거나 언론을 통제할 가능성을 담고 있는 발언도 문제라는 비판을 받았다. 

미국 특파원을 지낸 한 기자는 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반 전 총장은 언론 앞에 설 일이 많아 언론 프렌들리한 축에 속한다”면서도 “언론을 통해 소신을 밝히는 자리에 선 적은 별로 없어 검증 시간이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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