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MCN(Multi Channel Network, 다중채널네트워크) ‘캐리언니(이하 캐리, 캐리소프트 소속)’의 유튜브 방송에 어린 아이들이 보기 부적절한 내용이 다수 발견됐다. 캐리는 ‘MCN계의 뽀미언니’, ‘캐통령’ 등으로 불리며 급격한 성장을 보이는 크리에이터로 아이들의 장난감을 소개하며 스토리텔링을 가미한 컨셉으로 방송 중이다.

그간 MCN이 산업으로 자리잡는 단계에서 주로 수익성에 주목했다. 콘텐츠가 좋아도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산업이 유지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캐리는 유튜브 플랫폼을 기반으로 1차적 수익모델인 조회 수에 따른 광고수익 외에도 자체 브랜드 개발, 애니메이션 등 원소스멀티유즈, 영어·중국어 등 해외콘텐츠 사업도 진출해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콘텐츠 내용이 아이들에게 보여주기 적절한지에 대한 논의는 부족했다. 유튜브를 통해 쉽게 볼 수 있는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 영상을 몇 개만 보더라도 미취학 아동에게 보여주기 적절하지 않은 모습들이 쉽게 발견된다.

▲ 캐리 유튜브 영상. 주로 여성은 분홍색, 남성은 파란색 옷을 입고 출연하며, 물건을 집어던지는 등 과격한 장면도 등장한다.

고정된 성역할 강조

캐리는 주로 분홍색 옷을 입고, 빨간 리본을 착용한다. 혼자 방송할 때도 있지만 남자 진행자 ‘캐빈’과 함께 나오기도 하는데 이 경우 캐빈은 파란색 계열, 캐리는 분홍색 계열의 옷을 입는다. 의사와 환자 설정이 있을 경우 의사는 남성이 맡는다.

‘캐리의 베렝구어 아기인형 장난감 소꿉놀이’편에 보면 엄마(캐리)는 분홍색 장바구니를 들고 장을 보러 갔다온다. ‘콩순이 믹서기 목욕놀이 장난감 콩콩이 인형 딸기 쥬스 만들기 엄마 놀이’ 편에는 엄마(캐리)가 딸 콩순이(인형)을 목욕시키는 장면이 나온다. 해당 장면의 대화내용이다.

엄마(캐리) “여보 애기보라니까 또 왜 데리고 왔어”
아빠(남자인형) “여보 아가한테 이상한 냄새가 나 도저히 애를 못 보겠어. 난 갈게”
엄마(캐리) “그러고 보니 뭐 꾸리꾸리한 냄새가 나는 거 같은데. 와아! 너 똥쌌지. 너 안 되겠다. 너도 누나처럼 샤워를 하자”

다수 영상에서 엄마는 밥하고 빨래하고 아이를 키우는 존재, 아빠는 보던 아이도 엄마에게 맡기는 등 가사에서 부수적인 역할로 표현된다. 엄마는 밥하고 아빠는 돈 버는 식의 역할분담 자체가 차별이고 현실성도 떨어진다.

육아전문매체 베이비뉴스에 따르면 ‘뽀롱뽀롱 뽀로로’, ‘꼬마버스 타요’, ‘로보카 폴리’ 등 기존 어린이 프로그램에서도 평균 남녀 성비는 3:1 정도로 남성중심적이었다. 남성 캐릭터인 뽀로로나 타요는 씩씩하거나 쾌활한 캐릭터인데 반해 여성 캐릭터인 루피나 엠버는 상냥하고 조신한 캐릭터였다.

오프닝이나 클로징도 문제였다. 베이비뉴스는 “‘딩동댕 유치원-소곤소곤 비밀친구’의 ‘으랏차차 힘세군, 어머어머 어머양’, ‘뽀롱뽀롱 뽀로로’의 ‘듬직한 백곰 포비, 영리한 꼬마 발명가 에디, 상냥한 비버소녀 루피, 장난꾸러기 뽀로로’라는 표현은 여자캐릭터에는 수줍음과 명랑함, 상냥함을 드러내는 수식을 하면서 남자캐릭터에는 힘세고, 영리하고, 듬직한 장난꾸러기라는 수식을 사용하고 있었다”며 “이는 어린 아이들에게 성역할 고정관념을 무의식적으로 학습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MCN이 뉴미디어로 자리잡으려면 이런 악습을 뛰어넘을 필요가 있다.

외모 비하

캐리 방송에는 외모를 비하하는 표현도 등장한다. ‘캐리의 베렝구어 아기인형 장난감 소꿉놀이’편을 계속 보자. 엄마(캐리)가 콩순이(언니인형)와 콩콩이(동생인형)에게 음식을 나눠준다. 엄마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콩순이가 콩콩이에게 자신의 음식을 다 먹게 했고, 음식을 먹은 콩콩이의 몸집이 커졌다. (콩콩이 인형을 치우고 큰 인형을 갖다 놓았다.)

그러자 캐리가 “으아! 이게 누구야. 이 옷은 콩콩이 옷 아니야? 콩콩이가 이렇게 커졌어. 이게 다 뭐야. 콩순이 너! 나눠먹으라니까 콩콩이 줘버린거야?” 다 먹어서 콩콩이가 이렇게 됐나봐”라고 말하며 웃는다. 보는 이에 따라선 충분히 비웃는 표현으로도 해석할 여지가 있다. 이어 “옷이 다 작아졌다고, 다리 한 짝도 안 들어간다고!”라고 말한 뒤 혼잣말로 “옷이 얼굴만해”라며 웃는다. 엄마가 아이에게 하기엔 적절하지 않은 표현들이다.

뚱뚱한 사람에 대한 비하도 노골적으로 이어진다. “콩순이 잘 봐요. 이렇게 혼자 많이 먹으면 이렇게 살이 ‘둥둥둥’ 찐다고”라고 말하며 손으로 살이 불어나는 모습을 과장되게 표현했다. “이를 어쩌면 좋아”, “다이어트, 너는 이제 운동을 해야겠다”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인형을 체조시키거나, 작은 요람에 큰 인형을 집어넣으며 혼자 웃기도 했다. 뚱뚱한 아이에게 수치심을 주기에 충분했다.

▲ 캐리 방송 유튜브 영상. 아이를 혼내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과격한 행동·조롱하는 말투

콩순이와 콩콩이를 목욕시키는 장면의 대화다.

“엄마 얘 똥냄새 나요”
“똥 쌌거든”
“엄마 똥물인가요”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을 희화화해 수치심을 갖게 할 수 있는 표현이다.

아직 젖살이 빠지지 않은 아이들은 당연히 통통하다. 이에 대해 캐리가 “얼마나 잘 먹었으면 둘다 이렇게 토실토실하니”라고 말하는 등 뚱뚱한 사람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은 곳곳에 등장했다.

아기(콩콩이 인형)의 머리 냄새를 맡으며 소리를 질러 머리냄새가 심하다는 걸 표현하기도 했다.

‘캐리의 콩순이 플레이 침대 장난감 엄마놀이’ 편에서는 과한 행동도 발견된다.

콩순이를 재우는 내용의 역할극 중 이불을 깔고 베개를 놓은 뒤 콩순이 신발을 벗긴 뒤 휙 집어 던지며 “콩순이 신발 벗어야지. 집에 들어온지가 언젠다 신발 아직도 안벗었니?”라고 말했다. 이어 “가방은 왜 들고 있는거야! 어디 나갈거야?”라며 혼내듯 인형의 가방을 벗겨 던졌다.

아이를 놀리는 표현도 있었다. 인형을 눕힌 뒤 “우와 엄마 별이 보여요”라고 했는데 엄마(캐리)가 “별? 천장인데?”라고 말하며 웃는다.

▲ 육아커뮤니티 맘스홀릭베이비 게시판 일부

육아 커뮤니티 ‘맘스홀릭베이비’에는 엄마들이 아이가 노는 모습을 찍은 영상도 올라온다. 올라온 영상을 보면 어린 아이가 캐리의 말투, 의성어까지 똑같이 따라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아직 판단력이 부족하고 보이는 그대로 따라하는 아이들에게 캐리의 방송이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캐리의 행동과 말투를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그대로 사용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언어 선택이 저급한 것 같다”, “오버로는 1등이다” 등의 평가를 이유로 캐리의 방송을 아이들에게 보여주지 않는다는 의견을 남겼다. 육아비법을 공유하는 게시판에서는 “캐리보다 이왕이면 교육적인 걸” 추천하겠다며 다른 영상을 추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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