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만 촛불, 새누리 탄핵 회군 이끌었다

역대 최다 인파인 232만 명이 참가한 6차 촛불집회에서 국민은 대통령에게는 즉각 퇴진을, 국회에는 지체 없는 탄핵안 처리를 요구했다. 지난 1일 ‘4월 퇴진’으로 당론을 확정한 새누리당 내 비박계도 들불처럼 번진 촛불집회가 이제 새누리당을 직접 겨냥하자 탄핵소추안에 찬성표를 던지기로 ‘회군’했다.

3일 전국 각지에서 주말 집회엔 주최 측(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 추산 서울 170만 명, 전국 62만 명, 총 연인원 232만 명이 참가했다. 경찰도 서울 32만 명, 전국 11만 명이 운집해 순간 최다 인원 43만 명이 모인 것으로 추산한다고 밝혔다. 헌정 사상 가장 많은 국민이 직접 거리로 나와 ‘대통령 즉각 퇴진’을 외친 것이다.

5일자 한겨레 1면
한겨레는 이처럼 국민의 분노가 더욱 커지고 있는 이유에 대해 “1차 계기는 29일 박 대통령의 3차 담화였고, 두번째는 1일 새누리당의 ‘4월 퇴진’ 당론 확정과 야당의 탄핵안 2일 처리 실패였다”며 “이날 거리엔 수의를 입은 등신대의 박 대통령 사진이 등장하고 ‘박근혜 체포’ ‘박근혜 구속’ 같은 구호가 늘었으며 정치권에 대한 분노도 폭발했다”고 분석했다. 

자신의 진퇴 문제를 ‘여야 합의’로 떠넘긴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담화와 야권의 ‘9일 탄핵안 표결’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던 새누리당 비박계는 4일 탄핵소추안 표결에 참여해 찬성표를 던지기로 뜻을 모았다. 광장과 거리에 쏟아진 230만 촛불 민심이 탄핵 정국의 ‘캐스팅 보터’인 새누리당 비박계의 ‘탄핵 회군’을 끌어낸 것이다.

새누리당 비박계가 주축인 비상시국위원회는 이날 국회에서 대표자·실무위원 연석회의와 총회를 잇따라 열어 난상토론을 벌인 뒤 “마지막 남은 시간까지 여야가 최선을 다해 협상에 임할 것을 다시한번 촉구한다. 그럼에도 여야가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면 비상시국위는 9일 탄핵 표결에 조건 없이 참여해 탄핵안이 가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상시국위 대변인인 황영철 의원은 “정치권 논란과 상관없이 ‘대통령이 즉각 사퇴해야 한다’는 국민의 뜻이 한 치도 변함없다는 게 확인됐다”며 “대통령의 (퇴진 시한) 입장 표명과 관계없이 탄핵에 참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겨레는 “주말 촛불집회 전까지만 해도 새누리당 비박계의 탄핵 참여는 불투명했다. 새누리당이 지난 1일 ‘4월 박 대통령 퇴진, 6월 대선’으로 당론을 정하는 데 동참했고, 김무성 전 대표를 중심으로 ‘박 대통령이 사퇴 일정을 밝히면 탄핵이 필요없다’는 의견이 많았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박 대통령의 3차 담화(11월29일)에 비박계가 동조한 데 대해 분노한 민심을 확인한 뒤 이들의 태도가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이날 비박계의 ‘탄핵 회군’으로 향후 중요 변수가 될 것으로 꼽혔던 박 대통령의 퇴진 일정 발표도 탄핵 표결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유승민 의원은 ‘대통령의 발표가 그 내용에 따라서 여야가 협상하는 데 도움이 될 순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여야 합의이고, 그 합의가 안 되면 탄핵으로 간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5일자 경향신문 3면
경향신문은 “탄핵열차에서 이탈해 좌고우면하는 모습을 보일 경우 촛불의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을 느낀 것”이라며 “이 때문에 당론에 얽매이지 않고 여야 합의가 안 되면 9일 탄핵에 동참한다는 별도 행보를 결정했고 청와대로부터 요청이 온다고 해도 박 대통령과 만나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대기업 총수들 최순실 국정조사 준비에 진땀 “이재용 옆자리 피해라”

6일 국회에서 열릴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엔 재벌 총수 9명이 한꺼번에 출석할 예정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몽구(현대차) 최태원(SK) 구본무(LG) 신동빈(롯데) 김승연(한화) 조양호(한진) 손경식(CJ) 회장,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을 맡고 있는 허창수 GS 회장 등은 이날 증인석에 단체로 앉는다.

한국일보는 “1988년 ‘5공 청문회’ 당시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양정모 전 국제그룹 회장, 최순영 신동아그룹 회장 등이 불려 나왔고 1997년 ‘한보 청문회’ 때는 정태수 한보그룹 회장과 주요 은행장들이 증언대에 선 바 있다”면서 “그러나 재계 서열 10위 안팎 주요 대기업 총수들이 무더기로 생방송 중계 예정인 청문회에 나오는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총수들은 수없이 쏟아진 의혹들에 대한 ‘팩트체킹’부터 청문회장 분위기에 당황하지 않기 위한 ‘예행연습’까지 철저하게 준비하는 모습이다. 4일 재계에 따르면 6일로 예정된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하는 총수들은 대부분 일정을 비워놓고 막바지 질의응답 준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총수들은 기본적으로 미르·K스포츠재단에 기금을 출연하게 된 경위와 각사에 제기된 특혜 의혹들에 대한 사실관계를 집중적으로 공부하고 있다.

5일자 한국일보 8면
한 대기업 관계자는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검찰조사를 받은 적이 있는 만큼 답변내용이 크게 달라질 것은 없지 않겠느냐”면서도 “사안이 워낙 엄중하고, 잘못 대답할 경우 위증의 책임을 지게 될 수도 있는 만큼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확실하게 파악하고 숙지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는 “총수들이 특히 부담을 느끼는 건 청문회가 생중계된다는 점”이라며 “얼마나 성실하게 답변하는지 여부뿐 아니라 표정과 행동 등 일거수일투족이 현 사태에 분노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그대로 전달돼 마지막에 진술조서를 읽어보면서 잘못 답변한 부분에 대해 다시 진술하겠다고 요구할 수 있는 검찰조사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한국일보는 “온 국민의 시선이 집중되는 청문회의 특성 상 총수들의 말실수 하나도 기업 이미지의 추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 기업들은 신경이 곤두선 상태”라며 “특히 집중 포화가 예상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옆자리를 피하려는 물밑 로비와 힘겨루기도 막판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일보는 “삼성은 이 부회장을 비롯 그룹 미래전략실 임원들이 주말에도 모두 정상 출근, 청문회에 대비했다”며 “삼성은 따로 대책반을 꾸리지는 않았지만 법무, 대관, 홍보 등 주요 부서에서 국정조사에서 나올 만한 질문과 적절한 답변, 참고 자료 등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삼성 관계자는 “질문에 성실하고 정직하게 답변하겠다는 것이 일관된 입장”이라고 말했다.

5일자 한국일보 8면
박영수 특검팀에 노무현 정부 사정비서관 등 추천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할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서울 강남에 사무실을 마련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 채비에 들어갔다. 특검은 주초부터 검찰의 수사기록을 검토해 수사 밑그림 그리기에 돌입했고 이번 주 중으로 파견검사 인선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박 특검은 4일 “사명감과 수사능력을 기준으로 파견 검사를 요청해 5일 쯤 파견 발령이 날 것으로 생각한다”며 “가급적 이번 주 중반까지 (나머지 10명의 검사 파견 요청도) 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일보는 “법조계 일각에서는 수사팀장으로 내정된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와 국정원 댓글 사건을 함께 수사했던 이복현·단성한 검사도 파견 검사로 거론되고 있지만 박 특검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며 “박 특검은 주초 청와대가 특검보 4인을 임명하고 및 1차 파견 검사들이 출근을 시작하면 우선 검찰로부터 넘겨받은 수사기록부터 살펴볼 예정”이라고 전했다. 

특검팀의 수사 대상은 크게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등 대기업들이 낸 돈과 관련한 뇌물 혐의 수사,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직무유기 등 비리 혐의 수사, 최순실씨와 문고리 3인방의 국정 농단 수사,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의 7시간’ 수사 등이다.

박 특검이 앞서 최순실씨 등 주요 피의자들에게 법리적으로 논란이 많은 직권남용 혐의 대신 뇌물수수 혐의 입증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과 관련해 한국일보는 “불거진 의혹이 방대한 상황에서 제한된 수사 인력을 모든 혐의에 다 투입하기보다는 기존 검찰 수사 내용 중 먼저 살펴볼 부분을 추려내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한국일보는 “일단은 박 특검이 기업 수사 경험이 풍부한 특수부 경력의 수사 인력 확보에 공을 들인 만큼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및 자금 지원 기업들에 대한 수사 자료를 정밀하게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며 “기존 특검과 달리 참고인에 대한 강제 소환 권한이 없고 박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도 장담할 수만은 없어 효율적인 수사 전략이 요구된다”고 내다봤다. 

5일자 조선일보 12면
조선일보는 “박 특검은 4명의 특별검사보 후보로 검사 출신 6명과 판사 출신 2명을 청와대에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사 출신으로는 이재순(사법연수원 16기), 박충근(17기), 이용복(18기), 임수빈(19기), 양재식(21기), 최운식(22기) 변호사가 추천됐다. 이들은 박 특검과 과거 검찰에서 손발을 맞췄거나, 로펌에서 함께 근무한 경력이 있는 인물들”이라고 보도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이재순 변호사는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에서 사정비서관을 지냈고, 박충근 변호사는 검사 시절 조폭·마약 등 강력 사건 수사통으로 손꼽혔다. 박 특검이 대표로 있는 법무법인 ‘강남’ 소속인 양재식 변호사는 검사 시절부터 20년 가까이 박 특검과 호흡을 맞춰 박 특검의 뜻을 가장 잘 아는 인물로 꼽힌다. 이용복 변호사는 2012년 디도스 특검 때 특검보를 했다. 최운식 변호사는 검사 시절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장을 맡았고, 임수빈 변호사는 이명박 정권 때 ‘PD수첩 사건’을 수사하다가 지휘부와 마찰을 빚자 검찰을 떠났다.

조선일보는 “법조계에선 특검팀이 상당 기간 ‘대기업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청와대와 특검, 대기업들과 특검 간에 ‘장외 신경전’이 시작됐다는 것”이라며 “검찰 관계자는 ‘지난 2일 박 특검이 대통령에게 뇌물 혐의를 적용할지가 수사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는 대통령은 물론 미르·K스포츠재단에 774억원을 낸 대기업들을 향한 경고 메시지로 보인다’고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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