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원인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신상철 전 민군합동조사단 민간조사위원(현 진실의길·서프라이즈 대표)에 대한 항소심 재판이 10개월 만에 열렸다.

24일 오전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윤준 부장판사) 주재로 속행된 항소심 첫 공판에서 검찰측은 신상철 대표에 대해 유죄 취지의 주장을, 변호인측은 무죄이자 1심 판결의 근거인 합동조사단 결론의 재검증을 촉구하는 주장을 폈다.

재판장인 윤준 부장판사는 이 사건에 대해 “참 어려운 사건”이라며 “지난 여름휴가 때 휴가도 못가고 이 사건 기록만 봤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당시 재판장 이흥권 부장판사)는 지난 1월25일 신 대표에 대해 징역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신 대표에 제기된 34건의 공소사실 가운데 32건은 무죄, 2건이 유죄여서 대체로 무죄취지의 판결을 했다. 다만, 천안함 침몰원인에 대해 재판부는 북한 잠수함이 쏜 1번 어뢰(CHT-02D)가 천안함 선저 아래서 폭발했다는 합조단의 결론이 옳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검찰측과 변호인측 모두 항소를 하게 됐다.

이날 첫 공판에서 검사는 항소이유 요지를 통해 1심 재판부가 공소사실 가운데 2건만 유죄, 나머지는 모두 무죄를 선고한 것에 대해 “사실 오인과 법리 오해가 있다”며 “1심 재판부가 무죄 취지의 이유로 (신 대표의 글이) 공익적 목적의 주장이며 비방 목적이 아니라고 했지만, 공익적 목적의 글도 아니고 비방 목적이라는 것이 우리의 항소 이유”라고 밝혔다.

검사는 ‘신 대표의 주장에 비방 목적이 들어갈 경우 공익적 목적이 떨어지며, 조사결과를 발표했는데도 신 대표가 계속 다른 사실을 게시하는 등 허위사실을 인식하고 했기 때문에 비방목적이라는 것이냐’는 재판장의 질의에 “그렇다”고 답변했다.

재판장은 “피고측은 천안함 침몰원인에 대한 사실 입증이 완전하게 되지 않는다면 피고인(신상철 대표)이 이 정도 주장하는 것이 무슨 죄가 되느냐고 반박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참 어려운 사건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 사진=연합뉴스
신 대표의 변호인인 이강훈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피고측 설명을 통해 “1심 재판부가 유죄 판단한 신 대표의 2010년 4월4일자 글과 6월11일자 글에는 인양 당시 있었던 천안함의 스크래치가 나중에 보니 없어져서 검찰에 조사를 촉구하는 내용이며, 사고 원인 조사를 촉구하고 사고 구조 지연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한 의미의 글이었다”고 반박했다.

항소심에서 변호인단에 합류한 권경애 변호사는 “신 대표가 글을 쓴 것은 정부 발표 훨씬 전으로, 피고의 주장이 허위인지 진실인지 가를 기준인 정부 발표가 제시되기 전이었다”며 “정부 의견만이 유일한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해도 (신 대표의 글은) 기준 제시 이전이었다”고 밝혔다.

권 변호사는 정부가 발표한 사고 원인에 대한 입증 책임이 있는 검찰이 재판과정에서 했던 주장을 두고 “설령 그것이 사실이라 해도 (정부조사) 결과에 대해 많은 의혹과 의심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 변호사는 그 사례로 수중폭발 시뮬레이션을 들었다. 그는 “판결문에도 나와있듯이 수중폭발 시뮬레이션이 천안함 선체의 손상 상태를 완전하게 재현하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며 “시뮬레이션이라는 것은 해석에 의한 모델일 뿐 사고원인에 대한 확정된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천안함 선체와 1번어뢰, 모의폭발실험에서 나왔다는 백색물질의 분석에 대해 권 변호사는 “폭발물질과 백색물질이 동일한 물질이라고 하기도 어렵다”며 “그 물질을 모른다고 합조단 스스로 (법정에서) 언급했다”고 반박했다. 또한 그는 “미군측 조사단장인 토머스 에클스 제독의 메일에도 백색물질의 성분이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이라는 것만으로는 (바닷속에) 오래 있었다는 증거는 될 수 있을 지언정, 폭발이라는 증거는 될 수 없다고 언급돼 있다”고 강조했다.

어뢰설계도에 대해 권 변호사는 “어뢰설계도가 북한 것이라는 주장으로 어뢰추진체가 천안함을 폭발시킨 어뢰라고 주장하지만, (판결에서도) 설계도가 원본 그대로가 아니라고 제시했으며, 설령 어뢰설계도가 북한 것이라 해도, 측정치수도 일치하지 않고, 모양도 다르다”고 지적했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증거조사 및 증인 신문은 양측의 신청만 받고 확정하지는 못했다. 다음번 재판에서 결정하겠다고 재판부는 밝혔다. 검찰은 “1심 재판부가 내린 침몰원인 결론에 대해서는 이의가 없다”면서도 증인으로 해군 구조대원과 구조 업무를 했던 분 1명 등 모두 2명에 대해 증인신문을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피고측은 증인 6명과 증거감정 3건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감정신청 대상의 경우 흡착물(백색물질) 분석 내지 실험, 폭발을 통한 시뮬레이션 해석 프로그램에 대한 감정, 천안함 함미 우현의 프로펠러 변형에 대한 감정 등 3가지이다. 피고인측은 다음 기일 전까지 추가 증인과 증거감정을 더 제출할 예정이다.

이 같은 피고측 변호사의 주장에 대해 윤 재판장은 “여름휴가 내내 휴가도 못가고 이것만 봤다”며 “메모도 충실하게 했다. 서로 무슨 주장하는지 알고 있다. (증거감정에 대해) 합의부에서 결정해서 다음 기일에 알려드리겠다”고 밝혔다. 다음 기일은 12월22일 오전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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