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지상파스럽다고? 같은 칼로 요리, 그릇이 달라졌을 뿐”
“지상파스럽다고? 같은 칼로 요리, 그릇이 달라졌을 뿐”
[MCN 전략 인터뷰②] 박재용 SBS 모바일제작사업팀장, “짧은 호흡과 후킹, 모바일 문법이 TV에서도 먹힌다”

MCN(Multi Channel Network, 다중채널네트워크)은 여전히 생소하다. “MCM 가방 짝퉁?”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시장은 성장하고 있지만 수익성에 대한 의문도 있다. 한 행사에서 “MCN 금이냐 꽝이냐”는 주제로 대담을 연 이유다. 시장이 척박하지만 적극적으로 개척하는 사업자와 크리에이터들이 있고, 성과를 내고 있다. 미디어오늘은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MCN의 콘텐츠·비즈니스 전략에 대한 고민과 노하우를 듣는다. <편집자주>

“지상파가 해봤자 얼마나 하겠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SBS가 론칭한 모바일 브랜드 모비딕은 ‘핫’하다. 모비딕은 모바일(Mobile)과 딕테이터(Dictator, 지배자)의 약자로 ‘모바일 지배자’라는 의미다.

모비딕은 예능 콘텐츠를 쏟아내고 있다. 시사와 예능을 접목한 ‘양세형의 숏터뷰’ 아이돌이 출연하는 공포물 ‘I.O.I(아이오아이) 괴담시티’ 아이돌이 게임 오버워치를 하는 내용의 ‘정대만’ 유재환이 음식을 맛보고 리뷰하는 ‘연예인의 소름돋는 60초 리뷰’는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 콘텐츠들은 TV프로그램처럼 새로운 회차가 나올 때마다 내용을 정리한 기사가 쏟아질 정도다. 

지난 11일 서울 양천구 SBS에서 박재용 SBS 모바일제작사업팀장을 만나 모바일 시장에 뛰어든 SBS의 시행착오와 전략을 들었다.

(관련기사: 들이대는 인터뷰, 모바일이니 좀 더 나가 볼까)

- 론칭하고 4개월이 지났다. 반응은 어땠나.
“6월20일 기자간담회를 하고 콘텐츠 배포를 시작했다. 제작 인력은 PD 5명에 프리랜서까지 포함해 24명 정도의 직원이 있다. 다들 뉴미디어 콘텐츠를 만들어본 경험이 없어서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짧은 기간 동안 좋은 반응이 나타났다. 지난 10월말 기준으로 4000만 조회수를 돌파했다.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 박재용 SBS 모바일제작사업팀장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구체적으로 어떤 콘텐츠가 반응이 좋았나.
“대표적인 콘텐츠는 ‘숏터뷰’다. 시청층이 10대부터 30대 초반까지 잘 나오고 있다. 10대가 좋아하는 코미디 방식에, 20~30대가 관심이 있는 인물들을 섭외하다보니 그렇게 나온 것 같다. 래퍼 도끼와 더콰이엇이 나온 회차는 200만뷰를 넘겼다. 예상 외로 반응이 좋았던 게 연예인의 공포 체험 콘텐츠인 ‘I.O.I(아이오아이) 괴담시티’다. 아이돌이라 그런지 해외에서 시청하는 이들이 많았다.”

- 모든 콘텐츠가 성공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재밌는 건 홍석천씨가 부동산을 알아보고 식당을 개업하는 과정을 담은 ‘경리단길 홍사장’에 젊은 층의 시청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부동산, 식당 개업이라는 콘셉트 특성 때문인 것 같은데 중장년층이 많이 봤다. 이 콘텐츠는 다시 편집을 거쳐 TV에 내보내는 전략을 썼다. 심야시간대에 편성했는데도 2.7%(수도권 기준, 전국 기준 2.4%)로 동시간대 1위를 했다.”

- 예상과 다르게 시행착오를 겪은 게 또 있나.
“아이돌 콘텐츠에 대한 반응도 굉장히 독특했다. 아이돌이 나오면 무조건 많이 볼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요즘 젊은 세대는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 외에는 전혀 관심이 없더라. 취향이 전문적이면서도 제한적인 느낌이다. 그래서 구독이 빨리 늘긴 하는데 한계가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아시다시피 지상파는 방송 타겟층을 최대한 넓게 잡고 기획을 하다보니 유난히 10대를 위한 콘텐츠를 만드는 게 어렵더라.”

- 성공한 콘텐츠의 공통점을 꼽는다면 무엇일까.
“진솔해야 하더라. TV에서 하는 것처럼 꾸미거나 포장되는 건 잘 안 통한다. ‘경리단길 홍사장’에서 홍석천씨가 과거 커밍아웃을 회상하는 내용이 담긴 편이 100만 뷰를 넘겼다. 일반인들의 의뢰를 받아서 가수가 사랑고백을 대신해주는 콘텐츠도 제작했었는데, 군대 갔다 온 친구에게 고백하는 게 150만뷰 정도 나왔다.”

- 모바일과 TV의 결정적인 차이점이 뭐라고 생각하나. 제작과 편집 과정에서 기존 콘텐츠 제작과 어떤 면이 다른가.
“오히려 콘텐츠라는 점에서는 같다는 생각도 든다. 해외 프로그램 포맷 행사를 보면 모바일 콘텐츠가 TV에서도 나오는 경우도 많더라. 다만 시청하는 방식이 다르고 매체가 다르기 때문에 접근법이 달라야 한다. 모바일은 호흡이 굉장히 짧고, 스마트폰 등 디바이스가 굉장히 작아서 클로즈업이 많아야 되고, 자막도 커야하고, ‘후킹’이라고 하는데, 앞부분에 재미있고 자극적 요소를 배치해야 한다. 심의를 안 받으니까 장르적으로 TV에서 하기 어려운 것들도 할 수 있다. ‘숏터뷰’도 TV라면 불가능했을 거다.”

▲ 숏터뷰 화면 갈무리.
▲ 숏터뷰 화면 갈무리.

- 기존 MCN 업체들의 사례를 공부했다고 들었는데, 인상적이었던 점은 무엇인가.
“4달 동안 준비했고 이 과정에서 우상범 메이크어스 대표, 72초TV 관계자들 등을 만나 업계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기존 MCN 업체들은 스낵커블한 콘텐츠를 정말 잘 만들더라. 또, 데이터분석을 기반으로 세세한 타겟까지 섬세하게 잘 파고든다. 메이크어스의 브랜드 딩고는 타겟팅을 1살 단위로까지 끊어서 채널을 만들 정도다. 스타트업은 투자를 받고 이런 식으로 비전을 보이는 게 이상적이지만 우리는 현행법상 투자를 받을 수 없다. 따라서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한 타겟팅을 제한된 예산으로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 모비딕은 연예인 중심의 방송이라든가, 제작방식이나 문법이 여전히 지상파스럽다는 지적도 있다.
“그게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상파스러운 스타일은 우리가 가야 할 길이다. 우리는 연예인이 나올 수 있고, 영상도 더 고급스러운 느낌을 줄 수 있다. 가볍게 하는 스타트업의 방향과는 다르다. TV라는 매체가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퀄리티가 보장되는 콘텐츠를 만들면 모바일에서 쓰고, 편집을 거쳐 TV에도 내보낼 수 있는 접점이 생긴다. 물론, 우리의 방식이 외면을 받으면 문제겠지만 어느 정도 반응이 있다는 게 증명됐다. 사실 모바일 콘텐츠는 ‘이렇다’고 누가 정의를 내릴 수 있겠나. 우리는 우리가 능숙하고 잘 다루는 칼로 요리하면 되는 거다.”

- 역으로 기존 방송사업자이기 때문에 모바일 콘텐츠 제작에 유리했던 점도 있지 않나.
“우리는 계속 콘텐츠를 만들었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준비는 돼 있었다. 음식을 만드는 건 우리가 해오던 일이니까 자신은 있었다. 어느 그릇에 담느냐 정도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또, 다른 업체와 달리 제작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는 게 장점이다. 제작 노하우를 갖고 있고 작가도 있고, 연예기획사들과 관계도 잘 맺어져 있다.”

▲ '연예인의 소름돋는 60초 리뷰' 화면 갈무리.
- 출연료, 제작비를 감안하면 수익성이 취약하다는 생각도 든다.
“수익성은 모든 모바일 콘텐츠 제작사들이 갖고 있는 고민이다. 영상 나오기 전에 틀어주는 광고만으로 돈을 벌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우선, 협찬과 브랜디드 콘텐츠 등을 시도해봤다. 숏터뷰 프링글스편을 비롯해 몇 개 했었는데 우리가 TV에서는 적극적으로 광고 노출을 안하다보니 서투르다. 콘텐츠 판매 등도 생각하고 있다. 다만 수익을 내려면 콘텐츠가 우선 활성화돼야 한다. 아직까지는 채널을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 글로벌 시장이 화두인데, 진출 계획이 있나.
“따로 진출하는 개념이 아니라 모바일 자체가 글로벌화 돼 있다. 예상치 못하게 해외에서도 반응이 나오는 콘텐츠가 있다. 아이돌이 출연하는 공포물 ‘I.O.I 괴담시티’나 게임장르 ‘정대만’ 콘텐츠는 따로 외국어 자막도 만들어 올린다. 프로그램 판매 시장은 준비하고 있다.”

- “가뜩이나 시장이 좁은데 지상파가 굳이 MCN 사업을 할 필요가 있냐”는 지적도 있다.
“지상파 경영환경이 약화되고 있다. 콘텐츠 기업으로서 모바일에 진출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됐다. 지상파의 진출에 대해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우리가 MCN 업체들의 경쟁자가 아닌 동료라고 생각한다. 한 곳에 서점이 많아지면 서점거리가 생기고 상권이 전국으로 확산된다. 그런 개념으로 이해를 했으면 좋겠다. 우리가 고퀄리티 콘텐츠를 만들면 스타트업 업체들도 자극을 받을 수 있고, 광고주의 관심을 더 끌어올 수 있다.”

- 앞으로 어떤 시도를 할 계획인가. 기획 중인 아이템이 있나.
“계속 시도할 거다. 어제 기획안 회의를 통해 2~3개 콘텐츠를 연말에 론칭하기로 결정했다. 지금 하지 않는 장르에 대한 도전이다. 특히 음악이나 뷰티 쪽 콘텐츠를 만들 것이다. 모바일에 적합한 장르고, 뷰티의 경우 해외 진출에도 유리하다.”

이 기사를 후원합니다.



이 기사는 논쟁 중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아침노을 2016-11-28 10:08:46
지상파나 CJ E&M의 MPP사업이 대형 백화점이라면 인터넷에 기반을 둔 MCN은 전형적인 골목상권이다.
크리에이터 개개인의 창의성과 독창성을 무기로 그들이 쌓아놓은 골목상권이 돈이 된다 싶으니 지상파나 CJ가 자본을 앞세워 인기 크리에이터들을 영입하고 프로그램 퀄리티를 높여 MCN에 참여한다면 그들에게 선택받지 못한 지금까지 1인 방송국을 운영했던 대다수의 크리에이터들이 거대자본과의 싸움에서 밀려나면서 몰락의 길을 걷게 될것은 불을보듯 뻔하다.
따라서 대기업이 골목상권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는것과 마찬가지로 지상파나 대기업은 MCN 사업에서 손을뗴고 1인 방송 본래의 골목상권을 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