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청 앞은 해방구, 청와대 앞은 견고한 성벽
서울 시청 앞은 해방구, 청와대 앞은 견고한 성벽
[민중총궐기 현장] 수만명 인파 시청 앞으로 쏟아져 박근혜 퇴진…청와대 앞 인근 경찰버스 성벽

11월 12일 오후 4시 민중총궐기 대회를 앞두고 서울시청 앞 일대가 벌써부터 인파로 가득찼다.

민중총궐기에 앞서 열리는 노동자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노동자들은 서울시청 광장을 메웠다.

시청 광장이 수용할 정도의 인원을 넘어서면서 시청 앞 12차선 도로와 이순신 동상 광화문 일대 도로는 차선이 개방됐다.

교통경찰은 "동서도로(종각방향)는 차량 소통을 하고 있고 남북도로(시청-광화문)는 교통을 통제했다. 시민들이 늘어나면 동서도로도 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인근엔 경찰버스가 줄을 지어 성벽과 같이 막고 있다.

제보영상에 따르면 청와대로 향하는 길목인 종구 팔판동은 수십대의 차량이 일차선 도로를 메워 아예 차량이 지나갈 수 없는 상태다. 

영상을 찍은 김아무개씨(43)는 "청와대 근처에 사는데 쇠고기 파동 때 수많은 집회를 했어도 우리 동네에 이중 삼중으로 바리게이트를 친 것을 보지 못했는데 지난주부터 박근혜 퇴진 촛불 집회때부터 바이게이트를 세번 지나쳐 검문검색을 당했다"고 전했다.

최대 100만명까지 운집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시청 앞 광장 일대는 '박근혜 퇴진' 구호가 울려퍼지고 있다.

민중총궐기 현장에는 외국인들도 눈에 띄었다. 일본 우정국(우체국) 노동자들과 함께 한국을 찾은 AWC(Asia Wide Campaign, 아시아공동행동) 소속 사코다 히데흐미(54)씨는 "한국 사람은 아니지만 같은 노동자로서 탄압에 맞서기 위해 연대하러 왔다"고 말했다.

▲ 사진=김도연 기자

그는 최순실 사태와 관련해 "한국인들이 분노하는 게 당연하다. 일본 민중의 분노가 부족한데 한국인들은 세상을 바꾼 투쟁의 역사가 있다"면서 "4월 총선도 그렇고 이번 최순실 문제도 그렇고 한국 민중들의 분노가 축적돼 분출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고 있는 방송인 김제동씨의 ‘만민공동회’ 현장 토크를 지켜보는 시민들은 김씨의 연설에 때론 웃음과 한숨을 짓기도 했다.

▲ 사진=김도연 기자

김씨를 멀찌감치 스크린으로 지켜보던 오승현(43·남)씨는 아들 오현우(14)군의 손을 잡고 거리 행렬에 동참했다. 오씨는 “아이가 이런 집회에 참석해보고 싶다고 해서 참여하게 됐다”며 “저녁 시간대는 어렵지만 낮 시간대에는 괜찮을 것 같아서 아들과 함께 나왔다”고 말했다.

현우군은 “학교에서 친구들과 뉴스를 함께 보면서 ‘나라 상황이 정말 말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곤 한다”며 “친구들도 욕을 하며 대통령이 문제가 많다고 말하는데 정치인이라면 국민 모두가 평등하게 생활할 수 있게 해주는 데 신경을 써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 사진=김도연 기자

세월호 광장에서 “대한민국 권력은 국민에게 있는가? 순실에게 있는가”라는 손피켓을 들고 1인 시위에 나선 정재형(17·남)군도 “비극적인 역사가 남겨지는 게 싫어서 나오게 됐다”며 “어른들은 공부나 하라고 하시지만, 공부 못한면 시위해선 안 된다는 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답답해서 이렇게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 사진=김도연 기자

고령의 시민들이 군집하는 노동단체에 박수를 보내는 풍경도 인상깊다. 수천여 명의 전국건설노동조합 조합원들이 태평로1가로 집결하자 김근수(익명·80·남)씨는 “참 잘하는 것 같다”며 “나는 문재인이 싫어서 박근혜를 뽑았는데, 이렇게 능력없는 사람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비판했다.

김씨는 “김종필과 같은 젊은 장교들이 나와서 박근혜를 포함해 기존 정치인들을 쓸어버려야 한다”며 “너무나 답답해서 여기에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 사진=김도연 기자

김씨와 함께 있던 최종수(익명·80·남)씨도 “박근혜를 뽑은 걸 백만 번도 후회했다”며 “문재인이 싫어서 박근혜를 뽑았는데 후회한다. 박근혜는 빨리 하야 해야 한다. 나랑 비슷한 또래의 친구들도 다 같은 생각”이라고 밝혔다.

시민들이 집결해있는 광화문광장 인근에는 한국응급구조협회 등 자발적으로 모인 단체들이 앰뷸런스 10여대를 모아놓고 긴급 상황을 대비하고 있다.

최미성 한국응급구조협회 사무총장은 “지난해 백남기 농민의 중태 사태 때 너무 안타까웠다”며 “현재 10대 정도 배치돼 있고 후발대까지 포함하면 20대의 앰뷸런스가 비상 사태를 대비해 대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청광장 시민청 입구 앞에선 대한민국수호국민연합 등 보수성향 단체가 '대한민국 살리기 애국시민 총궐기 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들은 '애국시민 총궐기하여 자유민주주의 수호자'라는 구호를 외쳤다.

▲ 사진=김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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