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가 또 산업재해로 사망했다. 올해만 열한 번째 사망이다. 현대중공업 그룹 차원으로는 열세 번째 산재사망으로, 이 중 열 명이 사내하청 노동자로 확인돼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처한 ‘위험의 외주화’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도장2부 사내하청업체 금농산업 소속 정아무개씨(49)는 10일 오후 18시56분경 3도크 2843호선 엔진룸에서 소지작업을 하던 중 작업장 하부로 이동하기 위해 내려가면서 해치커버(보통 톤 단위 무게의 선박 내 덮개)에 끼이는 사고를 당했다.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된 정씨는 발견 즉시 울산대학병원으로 후송돼 심폐소생술을 받았으나 오후 19시47분 사망진단을 받았다.

▲ 지난 10월12일까지 현대중공업 2016년 산재사망 실태. 디자인=이우림 기자

현대중공업은 산재사망사고가 10건이 잇따르자 지난달 19일부터 2주 간 고용노동부로부터 인력 50여 명이 투입된 규모의 특별근로감독을 받았다. 특별감독이 끝난 지 10여 일 후 만에 사망사고가 다시 발생한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4월 일주일 새 산재사망사고가 3건이 잇달아 발생하자 4월20일 하루 동안 작업을 전면 중단하고 안전대책을 발표한 바 있으나, 이후에도 노동자 5명이 근무 중 산재로 목숨을 잃었다.

현대중공업노동조합은 고용노동부의 ‘솜방망이 처벌’을 규탄하며 대표이사를 조사·처벌하는 등의 엄중한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현대중공업노조는 “그동안 단 한 번도 대표이사를 불러 조사하지 않은 고용노동부의 책임이 너무나 크다”면서 “권오갑 대표이사를 당장 구속 수사하라”고 주장했다.

▲ 피해자가 협착된 스몰 해치커버. 사진=현대중공업노동조합

노조는 이어 “현대중공업은 한 달에 한 명 꼴로 올 들어 열한 번째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으로 사람잡는 죽음의 공장이 돼버린지 오래”라 비판했다.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은 11일 오전 사고현장에서 피해자 정씨를 위한 추모집회를 열 예정이다.

이번 사고는 지난 10월12일 12번째 사망사고가 발생한 지 한 달여 만이다. 현대중공업 가공소조립부 선별팀 소속 장아무개씨(34)는 12일 오전 8시20분 경 20톤 펜던트 리모컨 크레인으로 5톤 규모 앵글(선박 자재)을 대차(조선소 운반차 중 하나)에 하차하던 중, 해당 크레인이 다른 작업자가 운전하던 크레인과 충돌함에 따라 앵글과 대차 사이에 끼여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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