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의 인선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건을 수습하기 위해 김기춘 전 비서실장 라인에서 작업한 결과물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재경 민정수석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서울대 법대 선후배 관계로 평소 김 전 실장이 최 수석을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한 전 민정수석이 항명 파동을 일으키고 공석이 된 후임 자리에 최 신임 수석이 당시 물망에 올랐던 전력을 봤을 때도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사정권 안에 있었던 인물로 꼽히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자문 원로그룹인 7인회에 김기춘 전 실장 뿐 아니라 최 수석의 삼촌인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가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최재경 신임 수석의 인사에 김기춘 전 실장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에 설득력을 더한다. 최병렬 전 대표에 이어 김기춘 전 실장으로 연결되는 추천으로 최 수석이 청와대에 입성했다는 것이다. 우연치 않게 최병렬 전 대표의 아들은 TV조선 프로그램 진행자였던 최희준 전 보도본부장이다.

최재경 신임 수석 인사가 김기춘 라인을 통한 것이고, 조선일보와의 관계 회복에 나선 청와대의 메시지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이와 관련해 "대통령이 과거에 판단을 의지했던 인물이 다시 현재의 공백을 치고 들어와 전체적인 조율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현재 상황에서 검찰과 적정하게 조율할 수 있는 여지도 있다고 대통령이 판단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최재경 신임 수석에 대한 조선일보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 조선일보는 "최 수석은 검찰 재직 당시 대표적인 특수통 검사로 뛰어난 수사능력과 강직한 성품으로 검찰 안팎에서 신망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최재경 민정수석의 과거 이력 중에 언론사 사주와의 한판 대결을 벌인 내용도 포함돼 있는 점도 쉬이 간과할 수 없다.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건 수습을 위해 검찰과 조율이 가능하고 정치적 판단을 내릴 수 있고 조선일보에 화해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는 인물로 최재경 민정수석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을 포함한 언론사 사주의 조세 포탈 혐의를 수사했던 최재경 신임 수석의 이력은 그냥 넘기기엔 눈에 띌 수밖에 없다. 참여연대는 지난 2012년 최재경 당시 대검 중수부장 등을 '정치검사'로 선정해 발표하기도 했다.

2001년 7월 국세청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국민일보 사주를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당시 국세청의 고발은 김대중 정부와 언론사 사주의 한판 대결로 비화됐다.

당시 국세청은 조선일보의 포탈혐의 금액만 171억원으로 파악했고, 방상훈 사장의 경우 1997년 12월 54억 상당의 주식을 매각한 것처럼 꾸미고 40억원을 탈루했다고 봤다.

검찰은 특수통으로 수사진을 꾸리고 언론사 사주의 비리 의혹에 초점을 맞춰 사건을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당시 조선일보 수사 실무는 특수 1부 홍만표 변호사(당시 부부장)였고, 동아일보 수사 실무를 맡은 인물이 최재경 신임 수석(당시 부부장)이었다. 최재경 신임수석은 홍만표 변호사와 사법연수원 17기 동기다.

현재 홍만표 변호사는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게이트에 연루돼 구속됐다. 우병우 전 수석은 변호사 시절, 홍만표 변호사와 함께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플릭 대표의 몰래 변론을 맡았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공교롭게도 이들 모두 조선일보와 깊은 관계가 있는 셈이다.

2001년 당시 최재경 수석은 홍만표 변호사와 함께 보수언론을 대표하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사주를 직접 수사하는 검사로 주목을 받았다. 검찰은 당시 세금포탈의 고의성이 있다고 봤고, 이 과정에서 사주의 개인 비리도 포함돼 있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등을 들여다본 자료는 상당히 구체적이었다. 각종 광고 인쇄수입 고의 누락 여부, 주식 부동산 양도이익이나 수입이자 과소신고 및 누락 여부, 취재‧광고활동비‧복리후생비‧접대비 불법 전용 문제, 장부외 비자금 조성 여부, 회계장부 파기 등이다.

▲ 사진은 2012년 대검 중수부장 시절의 최 신임 민정수석이 출근하는 모습. ⓒ 연합뉴스

언론사는 관행적으로 처리해온 방식일 뿐 고의적인 탈세는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회사자금의 개인 유용 사실이 드러날 경우 언론사주의 횡령 혐의도 적용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그리고 2011년 8월 11일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과 김병관 전 동아일보 명예회장은 서울지검 포토라인에 섰고, 이들은 홍만표 변호사와 최재경 신임수석이 있는 조사실로 들어가 조사를 받았다.

영장실질심사에서 김병관 전 명예회장은 "인륜과 국민정서로 볼 때 구속은 원칙에 맞지 않다"면서 "구속 영장을 청구한 것은 부당하며 언론탄압"이라고 맞섰지만 결국 조세 포탈 및 횡령 혐의로 방상훈 사장과 김병관 전 회장,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은 구속됐다.

최 수석의 청와대 인사를 놓고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원만하게 처리할 사태 수습용으로 보는 시각이 많지만, 언론사주를 수사했던 그의 이력은 언제든지 활용될 여지가 남아있다.

조선일보가 우병우 수석의 처가 부동산 매매 의혹을 제기한 게 1라운드였고, 청와대가 송희영 주필을 부정부패인사로 낙인찍은 게 2라운드였다고 하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코너에 내몰린 청와대가 숨을 고르겠지만 최재경 수석을 무기로 조선일보와 3라운드를 벌일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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