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백남기를 죽였나’ 언론은 질문을 포기했다
‘누가 백남기를 죽였나’ 언론은 질문을 포기했다
사경 헤맬 땐 철저히 외면, 종편은 시위대 불법성만 강조… ‘경찰 받아쓰기’도 심각

지난 10개월간 국내 주요 방송사는 고 백남기 농민을 외면했다. 백씨의 사망 전까지 지상파 가 백씨와 관련된 사안을 다룬 보도는 3사 평균 16건이다. 이마저도 대부분 민중총궐기 관련 사실관계나 수사기관 입장과 관련된 보도다. 왜 백씨가 상경해 죽음에까지 이르게 됐는지, 백씨 유족이 어떤 요구를 해왔는지는 보도된 바가 없다. 이 가운데 일부 종합편성채널은 민중총궐기의 불법성만 부각하며 백씨 죽음의 책임을 물타기하는 보도를 보였다.

‘백남기 투쟁본부’의 발족을 알린 지난달 26일 기자회견에서 김금옥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는 “백남기 농민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언론과 방송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기를 간곡히 호소 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은 백씨가 진상규명없이 사망에 이르게 된 이유가 언론에서 제대로 다루지 않고 왜곡보도해기 때문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미디어오늘은 지난해 11월14일부터 지난 3일까지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와 JTBC, TV조선, 채널A 등 종합편성채널 3사의 보도를 전수조사해 분석했다. 조사대상은 각 방송사의 저녁 뉴스 프로그램인 ‘뉴스9(KBS)’, ‘뉴스데스크(MBC)’, ‘8뉴스(SBS)’, ‘뉴스룸(JTBC)’, ‘뉴스쇼판(TV조선)’, ‘종합뉴스(채널A)’ 등 6개 프로그램이다.

죽음 후에야 주목받는 백남기 농민

백씨가 언급된 보도량은 방송사 간 차이가 컸다. 지상파는 20여 건 수준으로 대동소이했지만 채널A 47건, JTBC는 82건, TV조선은 87건이었다.

▲ 디자인=이우림 기자.

보도의 상당수는 민중총궐기 집회가 세 차례 열렸던 지난해 11월~12월에 집중됐다. 상당한 보도량을 보이는 채널A, TV조선의 경우 두 달 동안 각각 38건(80.9%), 73건(83.9%)을 보도했다. KBS는 전체 보도량의 75%인 15건, MBC는 13건(65%), SBS는 10건(41.7%)이었다. 보도량이 82건에 달하는 JTBC는 42건(51.2%)이 이 기간에 집중됐다.

지난 1월부터 사망 전까지 9개월여 간, JTBC를 제외한 방송사 5곳의 보도량은 방송사당 평균 4.4건다. 총 보도 건수 22건 중 백남기 농민을 중점적으로 다룬 보도는 3건 뿐이다. 19건은 여야 추경처리안 갈등 보도 등에 부분적으로 언급되는 정도다.

사건의 국면이 전환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기간을 네 부분으로 나누어 기사를 비교해보았다. 1기는 민중총궐기 국면인 지난해 11월~12월, 2기는 ‘백남기 농민 쾌유 기원 16박17일 도보순례’ 등 대국민 캠페인이 진행되고 유족은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했던 지난 1월~5월이다. ‘백남기 농민 사건 관련 국회 청문회’가 본격적으로 추진돼 열렸던 6월부터 사망전 9월24일까지가 3기, 지난 9월25일 사망 당일부터는 4기로 구분했다.

▲ 디자인=이우림 기자.

전체 추이를 보면 JTBC의 꾸준한 보도가 눈에 띈다. 2기에는 JTBC를 제외한 모든 방송사가 백씨 사건을 외면했다. TV조선의 1건은 ‘野 3당, 세월호특별법 개정 등 5개 현안 공동 대응하기로’라는 5월31일자 기사로 부분적으로 ‘백남기 청문회’가 언급된다. 이 시기 JTBC는 ‘백남기씨 측, 사고 당시 경찰 살수차 CCTV 첫 공개(3월22일)’, ‘백남기 씨 의식불명 200일…"국회 차원 청문회" 목청(5월30일)’ 등의 보도를 통해 진상 규명 이슈를 주요하게 다뤘다.

방송사 5사의 소극적 보도는 지속됐다. 3기에 접어들며 MBC 4건, TV조선 6건 등 보도량은 증가했지만 TV조선 6월25일 보도 ‘최저임금 1만원·백남기 청문회…대립하는 양측 주장’을 제외하면 모두 여야 추경합의안 보도에 ‘백남기 청문회’라는 단어가 언급되는 정도다.

반면 JTBC는 6월17일 유엔 평화적 집회 및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말한 “물대포와 차벽이 갈등을 증폭시킨다” 발언을 보도했다. 청문회가 결정된 8월25일엔 ‘백남기 씨 의식불명 9개월…가족들 청문회 입장은?’, 9월9일 ‘백남기씨 쏜 물대포 시연…3초도 못 버틴 표적’, 9월11일 ‘"백남기씨 병원이송까지 44분 걸려"…청문회 격돌 예고’ 등의 보도를 통해 사건의 진상을 조명했다. 공영방송 KBS는 8월25일 ‘여야, 30일 추경 처리·구조조정 청문회 형식 합의’ 기사 1건이 전부다.

언론은 백씨의 사망을 기점으로 사건을 보도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25일부터 10월3일까지 9일 간 KBS, MBC, SBS는 각각 4건, 3건, 9건을, JTBC, TV조선, 채널A는 27건, 7건, 4건을 보도했다. 모두 백씨 사건 중심의 보도다. 이 수치는 사망 전에 언론의 외면을 받은 백씨가 사망 후 관심을 받았음을 보여준다.

방송을 봐도 백남기 농민이 어떻게 왜 사망했는지 모른다

‘백씨는 왜 사망했고 유족은 왜 싸우고 있느냐’ 이 말에 답할 수 있는 뉴스 시청자는 JTBC 시청자밖에 없다. 방송사 6곳의 보도 내용을 검토한 결과 내릴 수 있는 결론이다. JTBC를 제외한 5개 방송사 저녁뉴스 프로그램은 한 곳도 백씨가 입은 치명상의 원인과 문제점을 충실히 보도하지 않았다.


지상파의 외면은 심각한 수준이다. 1기 동안 KBS는 백씨의 위중한 상태를 조명한 적이 없다. 사고 당일 백씨의 치명상을 언급하지 않은 KBS는 다음날 두 문장으로 백씨를 다뤘다. KBS는 ‘폭력 시위 엄벌 vs 살수차 물 맞은 농민 위독’ 보도에서 “어제 시위 참가자 수십명이 다쳤고, 살수차로 쏜 물에 맞아 쓰러진 68살 백 모 씨는 수술 후에도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백 씨가 쓰러진 이후에도 살수를 계속했다면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미수 혐의로 형사 고발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백씨의 위중함은 저녁 뉴스로 다뤄지지 않았다.

사고 시점에 백씨의 위중함을 부각한 지상파는 SBS가 유일하다. SBS는 11월15일 ‘물대포 맞은 농민 중태… 경찰 ’과잉진압‘ 논란’이라는 기사에서 이를 다뤘다. MBC는 15일 ‘물대포 60대 위독 등 부상자 속출, 정부 “엄중 처벌”’ 기사 말미에 “집회 투쟁본부는 이에 대해 경찰이 평화 집회를 방해한 것이며 물대포 과잉진압으로 농민 69살 백 모 씨가 생명이 위독한 상태라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오히려 TV조선이 백씨 상황을 더 충실히 보도했다. TV조선은 11월15일~16일 및 24일, 12월4일 및 5일 등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는 백씨 상황을 수차례 보도했다.

물대포 살수와 차벽 설치의 위헌성 논란은 지상파 저녁뉴스에서 10개월 동안 다뤄지지 않았다. 지상파 3사에서 대동소이하게 발견되는 기사형식은 ‘불법시위 엄단하겠다’는 검경의 입장과 이에 반박하는 집회 주최 측 주장을 대등하게 싣는 보도였다. 그 외는 2차, 3차 민중총궐기 개최 관련 사실관계를 보도하는 단순보도였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 공간을 중심으로 경찰 과잉진압에 대한 비판이 활발히 제기되던 때 지상파는 이를 외면했다.

반면 사고 당일 10꼭지 모두를 ‘불법·폭력 시위’ 비판에 할애한 TV조선은 11월17일 당시 여당의 하태경 의원, 야당의 진성준 의원을 불러 ‘물대포 조준 직사… 경찰 규칙 위반 아닌가’라는 주제로 토론을 진행했다.

▲ TV조선 방송 갈무리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해 12월2일 ‘민중총궐기 방송보도 모니터 보고서’를 발간하며 지상파가 권력기관의 발언을 “비판적 시각없이 그대로 받아적었다”고 평가했다. ‘받아쓰기’ 보도를 가장 많이 한 지상파 방송사는 MBC였다. MBC는 사고 발생 사흘 후인 11월19일 김수남 검찰총장의 “불법집회 철저수사” 발언을, 24일엔 박근혜대통령의 “불법 폭력 시위, 엄중한 법 집행”이란 발언, 27일엔 “폭력 시위꾼들 엄단할 것, 타협없다”는 김현웅 당시 법무부 장관의 발언을 보도했다. MBC가 백씨 상태나 피해 유족의 입장은 충실히 다루지 않은 가운데, 민언련은 이에 대해 “정부 나팔수 역할에 치중해 공영방송의 가치는 땅에 추락했다”고 비판했다.

‘쇠파이프·각목에 경찰차 산산조각’, ‘폭력으로 얼룩… 광화문 아수라장’ 등 TV조선, 채널A는 보도의 80% 이상을 민중총궐기의 폭력성 부각에 할애했다. 보도량은 2기로 넘어가면서 73건에서 1건(TV조선), 38건에서 0건(채널A)으로 급격히 줄었다. 이들 종편의 보도에서 경찰의 살수차와 차벽은 불법시위로 인한 방어수단으로 정당화됐다. 즉 두 방송사에서도 백씨를 죽음으로 몰고 간 가해 수단의 적절성은 제대로 논의된 바 없다.

사망 후 비로소 언론 관심, 공영방송 ‘축소보도’ 여전해

6개 방송사 모두 백씨의 사망 국면에서 보도비중을 늘렸다. JTBC를 제외한 5개 방송사 저녁 뉴스 프로그램은 사망 이후 비로소 백씨를 주요하게 다룬 기사를 하루 2건 이상 보도했다. KBS 및 MBC는 처음으로 백씨 사건을 정면으로 다뤘다. JTBC가 27건으로 최고 보도량을 보였고 SBS는 9건으로 후순위를 차지했다.

▲ ⓒ민중의 소리

나머지 4개 방송사의 경우 보도비중을 상대적으로 늘린 것이지 사안의 중대성과 주목도에 비례할 만큼이라 보기 어려웠다. 언론은 독자·시청자의 알 권리 충족을 위해 사회적 논란에 개입할 책임을 가진다. 경찰에게 물대포 직사살수로 백씨의 사망을 유발했다는 혐의가 있는 점, 백씨가 사망하기 전부터 경찰 병력이 병원에 배치된 점, 유족 및 의학 전문가들의 비판과 법원의 영장기각에도 검경이 부검을 시도한다는 점, 백씨 사망진단서에 오류가 있는 점 등은 현재 거세게 논란이 일고 있는 현안이다. KBS 4건, MBC 3건 등의 보도량은 논란의 중대성에 비춰 미흡한 수준이다.

백씨가 사망한 날 MBC는 단 두 문장으로 구성된 26초 길이의 ‘물대포 농민 백남기 씨 사망, 부검 여부 논란’ 보도를 14번째 꼭지로 내보냈다. KBS는 ‘경찰 물대포 백남기 씨 끝내 숨져…부검 놓고 대립’ 기사에서 백씨의 사망소식 및 유족과 검경의 대립 사실을 보도했다. 민동기 미디어평론가는 지난달 26일 피디저널에 기고한 글에서 “‘검경책임론’ ‘정부책임론’과 ‘진상규명’은 외면한 채 ‘부검 공방’에 방점을 찍었다. 전형적인 ‘물타기 보도’"라고 비판한 바 있다.

KBS와 MBC는 공영방송임에도 백씨 사망과 관련된 논란에 개입하지 않았다. KBS는 9월28일 법원이 검경이 재청구한 부검영장을 발부했다고 단신보도했다. KBS는 이어 29일 유족과의 협의가 조건으로 달린 영장이 그 자체로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요지의 보도를, 지난 3일엔 서울대 병원 특별조사위원회의 보고서를 다룬 “서울대병원 ‘故 백남기 씨 사망진단서 문제없다’”기사를 보도했다. 모두 대립되는 양 측의 입장을 대등히 전달한 단순보도다. 왜 사망진단서와 부검이 논란인지를 검증하는 보도는 없었다. MBC 보도 3건도 KBS와 대동소이했다. MBC, KBS 저녁 뉴스 시청자로선 백씨 사안을 정확히 파악할 기회가 차단된 것과 같다.

보도비중을 통해 해당 언론사의 보도가치 판단할 수 있음을 고려하면, 공영방송 KBS와 MBC는 국가폭력 희생자로 불리는 백씨 사망 국면보다 ‘불법집회’ 주동자로 지목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구속 국면에 훨씬 큰 가치를 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위원장 체포 국면인 지난해 12월7일~18일 간 KBS는 관련보도를 17건 냈다. 9일엔 4건, 10일엔 6건 등 대대적인 집중보도도 보였다. 반면 지난 9월25일부터 지난 3일, KBS는 세 차례 하루에 한 건씩 단순보도로 백씨의 사망 논란을 다뤘다.

▲ 디자인=이우림 기자.

MBC는 한상균 위원장 체포 국면에 11건을 보도했다. MBC 또한 12월9일에 2건, 10일에 4건 보도 등 한 위원장 사안을 적극적으로 다뤘다. 백씨 사망에 대한 보도와는 상이한 모습이다.

JTBC, 논란에 적극 개입·입체적 보도… 지상파 외면 주제도 다뤄 와

JTBC는 ‘백씨는 어떻게 치명상을 입었나’, ‘가해 수단은 정당했나’, ‘왜 부검을 반대하는가’ 등의 질문에 ‘답을 내리는’ 보도를 이끌어왔다. JTBC는 1기 동안 과잉 진압 비판에 보도 초점을 맞췄다. 사건이 발생한 지난해 11월14일부터 11월30일까지 보도량 총 22건 중 9건이 경찰의 과잉진압 및 검찰의 과잉 수사 비판보도였다.

JTBC는 11월17일 ‘위헌 차벽 누구 말이 맞나’ 분석 보도를 통해 경찰의 정당성 주장을 검증했고 ‘물대포 위력 어느 정도일까? 취재팀 직접 맞아보니…’ 보도를 통해 살수차 위력을 확인했다. 독일 법원이 물대포로 시위대를 강제 해산한 것에 위법 판결을 내린 사실을 보도하며 경찰 진압의 부당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지상파 3사가 11월17일 기자를 상대로 한 경찰의 ‘물대포 시연’을 보도하지 않은 가운데 JTBC는 ‘집회 당일과 위력 차이가 컸다’며 경찰을 비판하는 보도를 냈다.

▲ 고 백남기 농민 영정 사진.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이외에도 5개 방송사가 외면했던 유족의 정부 대응 움직임을 보도했다. 법원은 지난해 12월10일 유족측이 신청한 ‘(백씨를 겨냥한) 살수차에서 직접 촬영한 영상’과 물대포 수압기록 증거보전을 받아들였다. 지난 3월22일 유족측은 이 자료를 언론과 시민사회에 최초로 공개했다. 5월30일엔 백남기 대책위(현 투쟁본부)와 유족이 직접 국회에서 청문회 개최를 요구했다. JTBC 뉴스룸을 통해 보도된 소식이다.

4기에서 KBS 4건, MBC 3건, SBS 9건, TV조선 7건, 채널A 4건을 보도하는 동안 JTBC는 27건을 보도했다. 대부분 부검 영장 발부 여부를 점검하는 보도거나 부검 영장 정당성 논란을 다루는 보도였다. 논란이 되는 백씨의 사망진단서의 ‘병사’ 기재 논란에 대해서 유족 입장, 전문의 인터뷰, 의대생·현직 전문의 등의 비판 성명서, 진단서 지침 검수 등 다각도로 접근하는 보도를 보였다.

6개 방송사는 ‘백씨는 왜 상경했나’란 질문을 외면했다. 지난해 11월14일 백씨를 포함한 전국의 농민들은 ‘쌀 및 농산물 가격 적정 수준 보장’ 및 ‘밥쌀 수입 저지’ 등을 주장하며 민중총궐기에 모였다. 10개월 보도를 살펴 본 결과 이를 주요하게 다룬 방송사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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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던곰 2016-10-06 12:43:57
점점 세월호처럼 되어 가는 군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