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미르·K스포츠 재단 모금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부인한 전국경제인연합(전경련)이 지난달 30일 두 재단을 해체하고 통합재단을 새로 설립키로 했다. ‘꼬리 자르기’라는 지적과 함께 ‘증거 인멸’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전경련은 청와대 개입 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정작 전경련과 가까운 경제지 한국경제신문은 지난해 11월 정부가 대기업의 팔을 비틀어 미르재단 출연금을 모았다는 취지의 칼럼을 실었다. 미르재단이 설립된 직후 보도다.

한국경제 김정호 수석논설위원은 2015년 11월19일 “‘재단법인 미르’라고 들어봤는지 모르겠다. 지난달 문을 연 문화재단이다. 엔터테인먼트 중심의 한류를 넘어 음식과 의류, 라이프 스타일 등 다양한 분야의 한국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겠다며 정부가 주도해 세운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 한국경제신문 2015년 11월19일자.
김 위원은 이어 “당연히 정부 재정이 투입됐어야 하는 일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삼성 현대자동차 LG SK 등 16개 기업이 486억원을 출연했다. 기업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문화융성정책에 화답한 결과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라면서도 “몇몇 기업에 물었다. 미르에 왜 돈을 냈냐고. 답은 ‘내라니까 냈다’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누가 내라고 했느냐고 다시 물었다. ‘다 아시면서’라는 꼬리 없는 답이 돌아왔을 뿐”이라며 “대한민국을 문화국가로 용솟음치게 하겠다는 원대한 포부가 나쁠 리 없다. 그러나 그건 정부가 할 일이다. 그 비용을 왜 기업들에 떠넘기는가”라고 비판했다.

김 위원은 이 칼럼에서 미르재단 외에도 ‘청년희망펀드’, ‘창조경제혁신센터’, ‘평창동계올림픽’ 등 정부가 대기업을 앞에 내세운 뒤 목을 졸라 각종 치적을 쌓는 행태를 비판했다.

지난 7월 TV조선이 청와대의 재단 개입 의혹을 보도하기 한참 전부터 정부가 대기업으로부터 재단 출연금을 긁어모으는 것에 대한 ‘아우성’이 재계에 있었고 그들의 목소리가 전경련 회원사들이 소유한 한국경제신문을 통해 흘러나왔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 한국경제신문의 지배구조.
이 신문의 최대 주주는 현대자동차로 지분의 20.55%를 소유하고 있다. (주)LG 14.03%, SK텔레콤 13.8%, 제일모직 5.97% 등 전경련 회원사들이 주요 주주이며 이들을 포함해 190여개 기업이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현대차는 39억 원을, LG는 48억 원을, SK는 68억 원을, 삼성은 125억 원을 미르재단에 출연했다. 

▲ 미르+K스포츠재단 출자 현황.
 1년여 전과 다르게 최근 한국경제는 청와대의 미르·K스포츠 재단 개입 의혹에 대해 소극적이다. 전경련이 어버이연합에 억대의 자금을 지원한 사실이 드러났을 때도 이 매체는 관련 사안을 외면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관련뉴스 :  어버이연합 기사, 한 건도 없는 이 신문은 어디일까요?)

청와대의 재단 개입 의혹을 여·야 공방 이슈로 치부하거나(9월21일자 “여야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 정면 충돌”) 관련 의혹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작심 발언(9월23일자 朴대통령 “비상시국에 비방·폭로… 사회혼란 가장”), 전경련의 미르·K스포츠 개편안(9월26일자 “‘미르·K스포츠 개편안 내달 발표’”) 등을 다룰 뿐이었다.  

전경련에 쏠리는 의혹 제기에 대해서는 사실상 침묵하고 있는 것이다. K스포츠 재단 설립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박 대통령의 비선 측근 최순실씨에 대해서도 일부 기사에서 언급만 되는 수준이다. 

▲ 한국경제신문 2016년 9월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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