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KBS 사장 선임 과정에서 이인호 KBS 이사장이 김성수 청와대 홍보수석, 손병두 박정희기념재단 이사장(전 KBS 이사장)과 사장 선임을 두고 논의했던 것은 사실로 밝혔다.

감사원이 지난 9일 국민감사청구 기각 결정을 밝히면서 언론노조에 통보한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다.

▲ 감사원이 지난 9일 국민감사청구 기각 결정을 밝히면서 언론노조에 통보한 내용.
“이인호 KBS 이사장은 KBS 사장 임명제청과 관련해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는 과정에서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과 전임 KBS 이사장인 손병두의 조언도 들었으나 특정인을 임명제청하는 것을 논의한 적은 없었고 KBS 이사 추천은 방송통신위원회의 권한이고 자신조차 이사 재선임 여부가 문제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이사 추천에 관해 누구와도 논의한 적 없다고 답변하고 있다.”

감사원은 당사자들의 답변이 엇갈린다면서 녹취 등의 추가 자료가 없다면 사실관계를 증명하기 어렵다고 밝히고 있으나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과 전임 KBS 이사장인 손병두의 조언도 들었다”는 대목은 ‘청와대의 고대영 사장 후보 낙점설’ 불씨가 꺼지지 않았음을 드러낸다.

청와대의 인사 개입설의 발단은 사장 후보에 공모했던 강동순 전 KBS 감사의 폭로에서 비롯됐다. 그는 지난해 11월 경향신문과 뉴스타파 등에 “추석 연휴 때 청와대 수석이 KBS 이사 2명에게 전화를 걸어 고대영씨를 후보로 검토해달라고 했다”는 취지로 청와대 낙점설을 터뜨렸다.

▲ 지난해 11월13일자 뉴스타파 보도. 강동순 전 KBS 감사는 청와대의 고대영 사장 낙점설을 제기했다. (사진=뉴스타파)
관련 내용은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이 이인호 KBS 이사장과 아무개 이사에게 전화를 걸어 당시 고대영 전 KBS 보도본부장을 청와대 지명 후보로 검토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는 주장이었다.

강 전 감사는 지난해 11월16일자 언론노조 KBS본부 노보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폭로했는데, 그는 “KBS 이사회를 새로 구성하기 전에 거의 매일 이인호 이사장과 김성우 홍보수석이 전화 통화를 해서 이사회를 새로 구성했다”며 “그래서 이번 이사들을 뽑을 때 각서 비슷하게 개별적으로 김성우 홍보수석한테 다짐을 하다시피 했고 무슨 체크리스트 같이 각서에 버금가는 다짐을 하고 (이사회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사실상 KBS 이사 후보들까지 ‘청와대 면접’을 봤다는 것으로서 여당 추천 이사들의 반란표로 지난 2014년 야당 추천 이사가 밀었던 조대현 전 KBS 사장이 당선되는 사례를 재연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가 엿보인다는 해석이 당시 지배적이었다.

또 강 전 감사 폭로 이후 이 이사장이 손병두 박정희기념재단 이사장과의 통화에서 “(청와대의 사장 선임 개입설은) 그따위 일은 없다고 딱 잡아뗐다”고 발언한 사실을 미디어오늘이 보도해 의혹은 증폭됐다.

이번 감사원 조사 결과는 이 이사장이 사장 선임을 놓고 KBS 이사가 아닌 외부와 의견 수렴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다가오는 국정감사에서 ‘청와대 낙점설’은 또다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이인호 KBS 이사장(왼쪽)과 고대영 KBS 사장. (사진=노컷뉴스, 미디어오늘)
뿐만 아니라 감사원 조사 자체가 부실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청와대와 이 이사장이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은 “감사원 공문을 보면 김 수석에 대해 제대로 조사했는지 불분명하다”며 “이 이사장이 어떤 자문을 구했다는 것인지 밝혀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 사안을 그냥 넘어가는 것은 감사원의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KBS 이사장은 대통령이 임명한다”며 “홍보수석과 논의를 했다는 것 자체가 KBS 이사회의 독립성을 저해하는 처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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