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세월호 참사 초기 세월호 피해 가족들의 정치성향까지 분석하며 동향 파악에 나섰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내부 보고서에 “가족 대표 중 강성 시위전담자가 있다”거나 “사고 현장은 야권의 텃밭”이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9월 2일 열린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청문회의 첫 번째 주제는 ‘참사 피해자들에 대한 경찰의 역할은 무엇인가’였다. 특조위는 세월호 참사 당시 경찰의 활동과 관련된 내부 보고서를 공개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현장에는 피해자 지원 목적으로 100여명의 사복 경찰이 있었다.

서해지방해양경찰청 정보과가 2014년 4월20일 17시에 작성한 경찰 내부 보고서 제목은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 관련 실종자 가족 동향 등’이다. 이 문서에는 “(가족대표 구성) 가족 대표 13명(학부모, 일반, 교사)이 구성되었으며 이중 ‘밀양송전탑’ 강성 시위전담자도 있는 것으로 추정”이라는 대목이 나온다. 그 뒤에는 “향후 보상 등 협상에서 주도적 발언권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한다.

▲ 세월호 특조위 자료 갈무리.
이틀 뒤인 4월22일 13시 서양지방해양경찰청 정보과는 실종자 가족에 대한 ‘동향 보고’를 작성했다. 이 보고서에는 “(안산시내 병원 유가족) 각 장례식장에서 애도 분위기 속에서 차문히 조문객을 맞고 있으며 사고 관련 정부 비방 발언 등 특이동향 없음”이라는 내용이 등장한다.

경찰은 세월호 참사가 정치화되는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날인 4월23일 서양지방해양경찰청 정보과가 작성한 ‘세월호 관련 동향’ 보고서에는 “경찰청에서는 경비‧정보‧수사 등 경찰 전 기능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견지, 한편 사고 현장이 야권의 텃밭으로 이번 사고를 선거에 이용하려는 SNS 의견개진 등을 차단해 민심동요 없도록 대처”라는 대목이 나온다.

▲ 세월호 특조위 자료 갈무리.
특조위가 공개한 경찰청 문건(4월22일 작성)에는 “경기지방청은 향후 경기‧안산지역에서 장례‧보상으로 인한 대정부 반발‧유가족간 갈등이 초래될 것을 대비”한다며 “사망‧실종자 가족들의 성향 분석을 위해 직‧간접 접촉선 확보 및 강성단체‧불순세력과의 연계를 차단하기 위해 예방정보활동을 강화”한다는 내용까지 등장한다.

▲ 세월호 특조위 자료 갈무리.
청문위원을 맡은 권영빈 상임위원은 2일 열린 청문회에서 “경찰 파견의 목적이 피해자 보호와 지원이 있었지만, 당시 경찰은 이런 임무를 무시하고 유가족 사찰과 정부 비판 관련 정보를 파악하는데만 집중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유가족들도 경찰의 감시를 느꼈다고 증언했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유가족 권미화씨는 “유가족들이 안산분향소에서 돌아가면서 당직을 서는데 (경찰이) 주차장에서 차량 번호를 확인하고 무전기로 (번호를) 읽어주는 모습을 목격했다”며 “가족들은 참사 초기부터 지금까지 계속적으로 사찰과 감시를 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유가족 감시에 대해 증언해야 할 증인들은 출석하지 않았다. 특조위가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한 (직함은 세월호 참사 당시 기준) 전순도 전남지방경찰청장, 김석균 해양경찰청장, 김영모 해양경찰청 정보숫과 정보과장, 구관호 서해지방경찰청 정보수사과장, 최동해 경기지방경찰청장 등은 청문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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