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사한 카드뉴스를 만드는 게 우리의 목표는 아니다. ‘정말 카드뉴스 잘 만들었네?’ 말하면 우린 섭섭하다. 대신 ‘정말 내용 좋다. 이런 기사는 다른 데서는 볼 수 없다’고 했을 때 보람을 느낀다.”

티타임즈(TTimes)는 국내 최초로 카드뉴스로만 뉴스를 내보내는 미디어 스타트업이다. 카드뉴스는 모바일과 SNS로 뉴스를 소비하는 독자들에게 최적화된 뉴스 전달 방식으로 많은 언론이 따라 하고 있지만, 이제 독자들도 이런 형식을 식상해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건국대 새천년관에서 미디어오늘이 주최한 ‘2016년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스토리텔링의 진화’에서 유병률 머니투데이 티타임즈 부장은 어떤 스토리텔링 방식이 ‘대세’냐고 묻는 것은 본질을 비켜난 질문이라고 말했다. 유 부장은 “이는 뉴스 미디어에 대해 ‘바지가 좋냐, 치마가 좋냐, 원피스가 좋냐’라고 묻는 것과 똑같다”며 “바지를 입고 싶을 때도 있고 치마를 입어야 할 때도 있다. 뉴스 미디어가 추구하는 본질과 취할 수 있는 형식을 구분해서 봐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5일 건국대 새천년관에서 열린 미디어어오늘 ‘2016년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에서 유병률 머니투데이 티타임즈 부장이 ‘카드뉴스도 스토리텔링이다’는 주제로 강연했다.
유 부장은 “티타임즈 카드뉴스를 본 독자들은 ‘카드뉴스이기 때문에 보기 좋아서가 아니라 나한테 도움 되는 콘텐츠이기 때문에 본다’고 평가한다”며 “우리가 추구하는 카드뉴스는 한 번 더 곱씹어 생각해보게 하고, 짧은 시간에 핵심만 전달하면서 보고 나면 똑똑해지는 것 같게 만드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티타임즈가 카드뉴스를 만들 때 가장 고민하는 두 가지는 ‘무엇을 버릴 것인가’와 ‘어떻게 한 뎁스(depth·깊이) 더 들어갈 것인가’이다. 결국 뭔가를 버려야 한 뎁스 더 들어갈 수 있다는 건데, 유 부장은 “우린 꼭 필요한 것만 전달하되 다른 뉴스보다 하나만 더 보탠다. 그건 상황에 대한 비판적 인식 또는 통찰일 수 있고, 정보나 감동이 될 수도 있는 데 이 중 하나만 더 담아 전달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여러 해 전에 나는 ‘타임’과 ‘포춘’의 설립자이며 전무후무한 위대한 저널리스트이자 편집자인 헨리 로빈슨 루스 밑에서 일했다. 글을 쓸 때면 아직도 그의 목소리가 어깨너머로 들려오는 듯하고, 그의 연필이 여전히 내 원고에 내려와 글씨를 쓰는 듯하다. 그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 ‘이건 빼게.’ 세부적인 것은 독자를 산란하게 할 뿐만 아니라 의욕을 꺾어놓기까지 한다.”

유 부장은 갤브레이스의 책 ‘경제학의 역사’ 서문을 소개하며 “복잡한 상황에서 저변의 단순성을 파악해내는 것, 이게 우리가 스토리텔링에서 유념을 두는 기본적 문제의식”이라고 말했다. 

티타임즈(TTimes) 카드뉴스
유 부장은 한 뎁스 더 들어가기 위한 방법으로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지점을 간파하고 △다른 언론의 뉴스들과 다르게 접근하면서 각을 세우고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이야기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끄집어내 재구성해보라고 조언했다.  

이를테면 가수 조영남의 그림 대작 논란이 일었을 땐 과연 조영남의 관행과 앤디워홀의 관행이 같은 건지 따져보고, 쿠팡의 영업 손실에 호들갑 떠는 언론 보도에 소셜커머스를 먼저 시작한 미국의 아마존은 6년차 때 어땠는지 들여다보는 식이다. 티타임즈는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먹은 ‘분짜’ 요리가 화제가 됐을 땐 ‘우리나라에도 이런 대통령이 있었는데’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례를 소개해 많은 관심을 끌었다. 

티타임즈의 카드뉴스는 특정 이슈가 생길 때마다 계속 회자되고 공유되는 특징이 있는데 이 같은 관련기사 전환율은 다른 매체의 10배 정도라고 한다. 유 부장은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에서 이제 다윗들이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 널렸기 때문에 골리앗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고 강조했다.

그는 “티타임즈는 큰 언론사의 뷔페식이 아니라 삼겹살이나 횟집처럼 한 분야에서 승부를 걸겠다”며 “내가 잘 팔 수 있는 삼겹살과 횟감이 뭔지 고민해 보는 게 다윗의 가장 큰 과제이고, 골리앗도 이걸 모르면 다윗과 싸우긴 힘들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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