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를 비판하는 기사를 써왔던 국민일보가 이번엔 10일자 신문 1면 톱기사로 동성애 혐오성 내용을 보도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일보는 조용기 순복음교회 원로목사가 이사로 있는 국민문화재단 소유로 반 동성애 기사를 꾸준히 써왔다. 하지만 별다른 특종이나 새로운 폭로 내용이 없음에도 “동성애는 사랑이 아닙니다. 혼자 늙고 결국엔 비참해집니다”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종합면 톱기사로 내보낸 것에 대해 국민일보 내부에서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일보는 이날 국내 초기 트랜스젠더로 알려진 김유복씨(75)가 패혈증 등 건강이 악화돼 사경에 헤매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그가 지난해 탈동성애단체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에 출연해 했던 증언을 기사화했다. 

국민일보는 이 다큐멘터리에서 김씨가 “동성애의 말로는 비참하다. 결혼도 못 하고 늙고 추해진다. 주변 친구들도 에이즈와 자살로 죽음을 맞았다. 동성애의 끝은 아무도 없는 외로움뿐이다. 그것이 실수였다는 것을 그 당시에는 몰랐다”고 고백했다고 전했다. 

▲ 국민일보 10일자 1면 머리기사.
국민일보는 온라인에도 해당 기사를 ‘단독’을 붙여 내보냈지만, 사실 김씨의 사례는 동성애에 반대하는 보수·종교매체 등에서 자주 거론됐다. 김씨가 이요나 목사(홀리라이프 대표)와 함께 홀리라이프(탈동성애인권포럼)가 제작한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사실도 이미 지난해 알려진 얘기다. 국민일보의 논조를 고려하더라도 미션 섹션이 아닌 종합 1면 톱기사로 올리는 건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 국민일보 기자는 “동성애에 비판적인 기사를 싣는 게 회사의 편집 방향이란 건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찬반이 첨예하게 갈리는 동성애 이슈가 1면 톱에 배치되고 비판적인 어조도 강해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1면 기사가 팩트 발생 기사라기보다는 동성애에 반대하는 단체의 주장이 편향적으로 나갔고 제목도 지극히 자극적이었다”며 “종교면에 가야 할 게 종합면에서 부각되면서 편집방향이 일방향적이지 않았나 싶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기자는 “우리가 그동안 동성애 관련 이슈에 대해 계속 비판적으로 보도해 왔고, 오늘 기사는 편집국 지면회의에서 판단했다고 들었다”면서 “편집국 회의에서 판단한 부분은 존중할 수밖에 없지만, 동성애 주제 자체가 접근하거나 건드리기 민감한 건 사실인데 대놓고 1면에 나가서 논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현동 국민일보 편집국장은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1면 기사는 종교적·성경적으로 바라보고 접근한 게 아니라 사회적 측면에서 동성애가 가지는 사회적 문제점이 분명히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다”며 “동성애자 자체에 대한 비난이 아니라, 동성애와 동성애자를 구분해 동성애자에 대한 관심과 사회적 돌봄이 필요하다는 차원이었다”고 설명했다.

박 국장은 기사 내용상 1면 배치는 부적절했다는 지적에 대해 “이 기사를 1면으로 선택하면서 담당 부서(이 기사는 종교부가 아닌 온라인팀 소속 기자가 작성했다)에 절대 성경적으로 접근하지 말고 사회적으로 접근하라고 당부했다”며 “동성애가 과연 사랑인가 사회적 화두를 던지자는 측면이 없지 않아 있었고, 이미 사회적으로 많이 거론된 사안이지만 다시한번 화두를 던짐으로써 (독자들이) 이 문제를 더 많이 생각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성소수자단체 관계자들은 국민일보 기사가 동성애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선동·조장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종걸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사무국장은 “국민일보 기사는 동성애에 대해 다분히 감정적으로 흐를 수밖에 없게끔 만들거나 잘못된 편견과 낙인을 찍으려는 기사지 사회 변화를 위해 어떻게 하겠다, 어떤 것들이 필요할 것인지를 공론화하거나 논의하게끔 하는 기사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 국장은 “어떤 한 사람이 아프고 죽음에 이르게 된 상황이라고 해서 삶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그의 불행이 마치 성 정체성의 문제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건 너무 비열한 방법”이라며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 인식 변화와 관심이 모이는 상황에서 ‘탈동성애’라는 주장으로 계속해서 공격하는 건 성적 지향을 바꾸려는 강제적 시도로 폭력과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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