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비리 기사, 조중동에는 없는 이유
사학비리 기사, 조중동에는 없는 이유
사학재단과 직간접적인 이해관계… 일부 언론만 보도해 의제화에 실패, 공론장의 양극화 심각

사학비리는 한국 사회의 고질적 병폐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은 썩은 고리다. 툭하면 터져 나오지만 대중의 관심이 오래 가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박정원 상지대 교수협의회 공동대표는 11일 미디어오늘과 민주화를 위한 전국 교수 협의회(민교협)가 공동으로 주최한 세미나에서 사학비리와 관련 언론의 왜곡 보도를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첫째, 주류 언론의 외면과 침묵, 둘째, 일부 마이너 언론의 편파 보도, 셋째, 중립을 가장한 기계적 형평 보도 등이다.

박 대표의 분석에 따르면 1992∼1993년 1차 상지대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는 민교협과 전국교원노동조합(전교조) 등 교육단체들과 경제정의실천연합 등 중앙의 시민단체들 지원이 큰 도움이 됐고 한겨레와 경향신문 등 진보적 성향의 신문들 뿐만 아니라 KBS와 MBC, SBS,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보수 언론들까지 김문기 재단의 비리를 강한 톤으로 비판해 사학 재단 척결이라는 사회적 여론을 끌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1993년 상지대에 관선이사가 파견된 뒤 보수 진영과 언론의 입장이 일제히 바뀌었다. 보수 언론에서 구 재단을 옹호하는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했고 2014년 김문기씨가 총장으로 복귀한 뒤 사학비리에는 눈감으면서 대학 구조개편을 강조하는 보도가 넘쳐나고 있다.

상지대 교수와 학생, 교직원들이 총장 해임을 요구하면 수업을 거부하고 집회를 계속하고 있지만 언론 보도는 찾아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박 대표가 한국언론재단의 기사 데이터베이스 빅카인즈에서 지난 1월1일부터 6월30일까지 6개월 동안 상지대 사태와 관련한 언론 보도를 분석한 결과 조선일보는 상지대와 관련해 16건을 보도했는데, 주로 입시 관련 보도였으며 학내 분규 관련 보도는 전혀 없었다. 중앙일보는 8건 중 1건만 분규 관련 보도였고 동아일보는 10건 중 3건이 상지대 내부 상황에 대한 보도였다. 박 대표는 한겨레의 경우 상지대와 관련해 총 22건을 다뤘는데 이중 10건이 김문기 재단 비리 관련 보도였으며 경향신문 역시 총 15건 중 10건이 관련 사안을 다뤘다고 밝혔다.

상지대 뿐만이 아니다. 김성재 조선대 교수가 빅카인즈에서 ‘수원대 교수협의회’라는 키워드를 검색했더니 한겨레와 경향신문이 각각 36건과 27건을 보도한 반면,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단 한 건의 기사도 없었다. 2013년 3월부터 올해 6월25일까지 3년 3개월 분량의 기사를 검색한 결과다. 일부 언론만 다루고 대부분의 언론이 관심이 없거나 왜곡 보도하는 현상을 김 교수는 공론장의 양극화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김 교수는 “사학비리와 관련된 공론장의 양극화는 사학을 교육적 공공재산이 아니라 사유재산으로 간주하는 보수정당의 지배를 받거나 사유 재산권을 강조하는 사학과 영합해온 대중매체들의 무보도로 나타나고, 그러한 사학 인식 프레임에 저항하거나 반대하는 매체들의 적극적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단순히 기사 건수를 비교하는 것으로 언론 보도의 유형을 파악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로 기사 건수는 많아도 단순 인용 보도에 그치거나 연합뉴스 등 통신사 전재 기사가 대부분인 경우도 있고 실제로 지면에 어떤 비중으로 편집돼 어떻게 노출됐느냐가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의 딸 부정입학 의혹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성신여대는 총장의 업무상 배임 의혹이 제기되자 교수평의회를 와해시키기 위해 부당 해고를 남발하고 이를 비판하는 학생들을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는 등 극단적인 갈등 상황으로 치달았지만 언론 보도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성신여대 교수협의회는 심화진 총장을 업무상 배임 과 교비 횡령 혐의 등으로 고발했지만 이 역시 일부 언론에만 보도됐다.

뉴스타파가 보도한 나경원 의원 딸 부정입학 의혹은 한겨레와 경향신문 등만 추가 보도를 했고 다른 언론은 나경원 의원의 해명에 무게를 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뉴스타파에 경고 조치를 했다는 소식을 KBS를 비롯한 대부분 언론이 다룬 것과도 대조된다. 심지어 TV조선은 뉴스타파 인터뷰를 거부하고 있는 나경원 의원을 직접 스튜디오에 불러 해명할 기회를 주기도 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이정환 미디어오늘 편집국장은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족벌 언론은 사학재단과 직간접적으로 이해관계를 같이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 방우영 조선일보 명예회장은 연세대 이사장을 지냈고 김병관 전 동아일보 회장은 고려대 이사장을 지냈다. 김 전 회장은 서울중앙고 이사장도 지냈다. 언론 사주가 학교 이사장이라는 게 자랑스럽게 여겨지던 시절도 있었다. 중앙일보는 삼성과 계열 분리했지만 여전히 성균관대와 관계가 의심 받는 상황이다. 나경원 의원이나 홍문종 의원처럼 직접 사학 재단을 운영했거나 친인척이 이사장으로 있는 학교에서 이사 등을 맡고 있는 경우도 있다. 숭문중고는 방응오 방우영 전 사장에 이어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이 숭문중고 이사장을 지냈다. 김학준 전 동아일보 사장은 고려대 이사를 지낸 바 있다. 권오기 전 동아일보 사장은 국민대와 울산대에서 이사를 맡은 적 있다.

▲ 뉴스타파 1층 세미나실에서 열린 11일 '사학비리에 눈감은 언론' 민교협 쟁점토론에서 발제를 맡은 김성재 조선대 신문방송학 교수(민교협 공동의장, 좌측).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직접 사학을 소유 경영하는 경우보다 친인척이 관련돼 있는 경우가 더 많다. 수원대 이인수 총장의 딸이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의 며느리다. 수원대가 조선일보의 종합편성채널 TV조선에 50억원을 투자한 것이 이들의 친족관계와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방우영 전 사장의 딸이 성덕고 이사를 지냈다는 사실도 눈길을 끈다. 숭실대 전 김창호 총장이 방일영 방우영 전 회장의 매제라는 사실도 흥미롭다. 임철순 전 중앙대 총장은 방우영 전 회장과 동서지간이다. 이 둘의 장인인 이영조 전 서울대 교수는 조선일보 감사를 지내기도 했다.

이 국장은 “조중동이 사학재단과 이해관계를 같이 한다”는 건 지나치게 단편적인 접근이고 그보다는 사학재단이 이미 우리 사회 로열 패밀리들과 친족 관계로 묶여 이너서클을 형성하고 있다고 보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사학비리라는 이슈의 특징에서 기인하는 측면도 없지 않다. 대학 담당 기자들이 사회부 경찰팀 소속이거나 교육부 출입 기자들인데 경찰팀의 경우 경찰서 중심의 발생사건에 집중할 수밖에 없고 교육부 출입 역시 기자실을 떠나기 어려운 게 한국 언론의 취재 환경이다. 사학비리 같은 집중 취재가 필요한 사안은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지역의 경우 주재기자가 정치 경제 사회 이슈를 모두 다루기 때문에 특정 학교의 문제를 깊이 파고들지 못하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특히 해결은 되지 않고 계속 반복되는 이슈인데다 기사를 써도 비중을 키우기 어렵기 때문에 취재 인력을 투입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날 청중으로 참석한 한 대학 교수는 “상지대와 수원대 뿐만 아니라 지역으로 가면 참담한 지경에 놓인 학교들이 많은데 언론의 관심이 너무 없다”면서 “특정 대학의 문제로 볼 게 아니라 사학비리의 구조적 요인을 고민하고 사회적으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역시 청중으로 참석한 황일송 뉴스타파 기자는 “개별 사안을 부각시키는 것으로 사학비리를 근절하기는 어렵지만 이미 많이 나왔던 이슈라고 포기할 수는 없고 계속해서 문제제기하면서 대중의 관심을 끌어낼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사학비리를 포함해 한국 사회의 구조적 병폐를 깊이 있게 다루는 언론의 추가 취재와 지속가능한 탐사보도,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사회적 후원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중요한 이슈를 집요하게 파고들면서 대안을 모색하고 의제를 설정하고 유지하는 언론이 필요하다. 필요하다면 직접 언론을 조직하거나 크라우드 펀딩을 하는 등 새로운 형태의 언론을 조직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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