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이정현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 해임 과정에 대한 청와대의 인사개입 문제도 그 진위여부가 법적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 전 국장의 징계무효소송 항소심 재판의 주요 쟁점에 대한 논의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고법 민사2부(재판장 권기훈 부장판사)는 6일 오후 김 전 국장이 제기한 징계무효확인소송 항소심 첫 변론준비기일을 속행한다.

이번 재판에서는 청와대로부터 지시를 받고 길환영 당시 KBS 사장이 김시곤 보도국장에 사표를 내라고 했는지가 가장 큰 쟁점이다. 1심 재판부(서울남부지법 민사13부)는 길 전 사장의 부당한 보도개입이 있었다는 점은 인정했으나 청와대가 김 전 국장 해임에 개입했는지는 인정하지 않았다. 

당시 재판부는 “길환영 전 사장이 2014년 5월9일 기자회견 직전 김시곤 전 국장에게 사직하라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한 사실, 당시 박준우 청와대 정무수석이 KBS 측에 ‘사안이 심각하니 노력해 달라’는 취지로 말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위 인정사실만으로는 길 전 사장이 청와대로부터 김 전 국장 사직을 지시받았다거나 사직을 종용하는 압력을 받았다고 보기는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 ⓒ 연합뉴스
재판부는 기자회견에서 폭로한 내용에 대해 “길 전 사장의 부당한 보도 지시·개입 등 KBS의 공익과 관련된 부분이 있고 일부 개입사실이 밝혀졌다 해도 김시곤 전 국장이 제기한 사정 중 일부는 허위이거나 과장되었거나 감정적·충동적 동기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며 “주된 목적은 당시 사퇴의 압박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의도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 때문에 재판부는 김 전 국장의 폭로행위를 사익적 목적에 기초한 악의적 공격이라고 판단해 김 전 국장이 제기한 징계무효 청구를 기각했다.

이를 두고 김시곤 전 국장의 소송대리인은 김선수 변호사(법무법인 시민)는 6일 오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KBS에 노력해달라고 했다’는 박 수석의 발언만으로는 사표 지시로 볼 수 없다는 재판부의 판단과 달리 길환영 사장이 당시 몇 차례 말을 바꿨다”고 반박했다. 

그는 “기자협회 진상보고서를 보면, 5월19일 기자협회 총회에서 길 전 사장은 ‘정무수석이 어떻게 해달라고 한 것을 들은 적 없다, 통화내역을 공개할 수도 있다’고 했다가 1시간 만에 다시 ‘전화통화 한 번 했다, 정무수석이 말하는 스타일이 농성장 상황이 안좋은데 빨리 해결해줬으면 좋겠다는 정도였다’고 말을 바꿨다”며 “다시 길 전 사장은 전화온 것은 그날 11시~12시 사이라고 말이 자꾸 바뀌었다”고 반박했다.

김 변호사는 “길 전 사장의 해명이 바뀐 것과, 박준우 당시 정무수석이 ‘보도국장 사임은 자신이 KBS에 부탁한 결과다’라고 얘기하고 다녔다고 언론에 보도된 것을 비춰볼 때 인사 개입한 것으로 봐야 하는데, 법원은 증거가 없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 때문에 이정현 수석이 전화한 것도 제출한 것”이라며 “이 전 수석이 해경 비판 자제를 부탁해서 안들어주니 결국은 사표 받으라고까지 한 것 아니냐고 추정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법원이 객관적으로 이런 사정에 비춰 판단하면 청와대로부터 사직 압력을 받은 것으로 충분히 인정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 박준우 전 청와대 정무수석. 사진=노컷뉴스
이정현 녹취록이 공개된 것과 관련해 김 변호사는 “1심에서 허위라거나, 증거가 없다고 쉽게 판단한 청와대 인사개입과 관련해 이번 녹취록 파문으로 다시 재판에서 ‘허위내용이 있다’고 한 것을 시정하게 되면, 징계사유 존부도 바뀔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 변호사는 이번 재판의 의미에 대해 “과거 권력 쪽으로부터 굴종해온 언론의 모습에서 벗어나 언론 내부에서 문제제기한 것의 정당성을 법원이 평가하고, 부당한 징계에 대해서도 확실히 판단을 해줘야 이후에도 언론 내부 종사자들이 부당한 압력에 저항하고 잘못된 문제를 시정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이번 재판은 언론 내부에서 이런 판단을 할 수 있는 하나의 준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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