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녀린 50대 남 의원’ 들어본 적 있나
‘가녀린 50대 남 의원’ 들어본 적 있나
여성에게만 성적 잣대 들이대는 언론… 박근혜 대통령도 유독 패션보도 많아

여성에 대한 가부장적인 시선은 범죄보도에 한정되지 않는다. CEO나 정치인 보도에서도 외모나 가족관계, 가정에서의 역할 등이 언급되고 강조된다. 이런 식의 보도는 여성의 사회 활동의 폭을 제한하고 능력 발휘의 기회 역시 제한하는 결과를 만들어왔다.

1. 주변인물로 보도한다

미디어,젠더&문화 제23호에 발표된 ‘언론에 재현된 여성 경제리더의 모습’ 연구에 따르면 1990년 1월1일부터 2011년 12월31일까지 20년 동안 조선일보와 매일경제에 고위기업직 여성이 등장하는 인터뷰 및 인물중심 기사는 총 241건이 고작이다. 

특이한 점은 조선일보는 2007, 2009년에, 매일경제는 2001, 2002, 2009, 2011년에 전체기사의 70%가 집중돼 있다는 사실이다. 연구자들은 “게재 년도의 간헐 집중행태는 여성 경제인구의 증가에 따른 보도량 증가가 아니라 한 번쯤 다뤄야 할 주제라는 시의적인 판단으로 다룬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는 기획기사의 제목에서도 드러난다. 2010년 조선일보 ‘한국경제를 빛낸 90인’ 시리즈는 90인의 기업인을 업종과 전략별로 분류해 소개했다. 하지만 여성 기업인들은 ‘여성 스타 CEO’라는 하나의 소제목에 묶여 등장했다. 구색을 맞추는 ‘주변인’으로 등장한 것이다. 

▲ 2009년 3월5일 조선일보 기사
2. 강조되고 또 강조되는 ‘여성’

CEO나 정치인을 다루는 보도의 경우 대부분 기사에 사진이 함께 들어간다. 그럼에도 제목에는 늘 여성임을 강조하는 수식어가 붙는다. ‘Ms 불도저’ ‘여성 부행장’ ‘여왕’ ‘꽃’ 등이 대표적이다. 수행하는 역할이나 업적보다는 여성을 부각하는 보도다. 

소위 여성성으로 취급되는 특징을 부각하는 제목도 쉽게 볼 수 있다. 신문과방송이 2006년 전국일간지 10개를 분석한 결과 한명숙 당시 총리 지명자에 많이 사용된 단어는 안정감, 온화, 대모였고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 보도에 사용된 단어는 애인, 남다른, 쿨함, 호호호 등이었다. 

문화일보는 강 전 법무부 장관의 웃음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보도를 하기도 했다. “오늘은 그런 얘기 하는 날 아니에요. 제 일하고 연관 안 시켰으면 좋겠네요. 호호호. 많이 드시고 편히 쉬시다 가세요. 지금 장사에 방해가 되고 있어요. 호호호.” 

올해 2월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의 필리버스터 보도에서도 국민일보는 “가녀린 50대 여 의원의 미친체력” “정청래, 여성 은수미 필리버스터 기록 꼭 깨야했을까” 라는 등의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후자의 경우 여성은 ‘보호받아야 할 연약한 존재’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 국민일보의 은수미 의원 필리버스터 관련 보도
3. 남편은 뭐하세요?

가정에 대한 질문도 빠지지 않는다.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해 경향신문은 “첫 여 총리 눈앞 한명숙 지명자, 긴 연애 짧은 신혼 ‘옥중 순애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고 국민일보는 “남편 뒷바라지가 정치보다 더 중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고 한다”고 보도했다. 이른바 ‘내조’다. 

공적 역할과 더불어 가정에서의 역할, 즉 어머니 또는 아내로서의 역할을 부각하는 보도도 많은데 ‘슈퍼우먼’형 보도가 대표적이다. “지난 16년간 단 한번도 하루에 4시간 이상 잔 적이 없다. 아내, 엄마로서의 역할도 소홀히 할 수 없기 때문에 더욱 바쁘다”(매일경제 2010년 4월22일) 

한 지역 광역의회 부의장에 당선된 정치인은 신문과방송에 “의정활동 계획이나 해결해야 할 지역 현안에 대한 질문을 기대했는데 남편의 이해와 지원, 남편의 직업, 선거를 위한 경제적인 비용 마련 방법(여성은 경제력이 없다는 가정 하에) 등의 질문이어서 상당히 곤혹스러웠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기자의 질문으로 유도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인터뷰에 응하는 고위직 여성이 스스로 현모양처, 슈퍼우먼의 역할에 순응하거나 자부심을 드러내는 경우 여성의 입을 통해 다른 여성들에게 가부장적 굴레를 받아들일 것을 요구하는 것”처럼 들린다고 지적했다. 

양정혜 계명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도 “일하는 아내, 일하는 엄마로서의 접근은 이들을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의 충돌 속에서 딜레마에 빠진 존재로 보이게 한다”며 “이는 결국 여성의 업무수행 능력에 대한 회의나 신뢰감 침식으로 이어지게 한다”고 비판했다. 

▲ 박근혜 대통령 패션에 대한 기사 목록
4. 이명박 148건, 박근혜 681건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언론이 가장 적극적으로 보도했던 것 중 하나가 대통령의 ‘패션’이다. 물론 여기에는 박 대통령이 그간 패션 정치를 해왔다는 점 역시 고려돼야 한다. 하지만 역대 대통령들과 비교해봐도 그 정도가 심하다. 

임기 초반 3년을 기준으로 ‘OOO 대통령 패션’으로 검색했을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은 58건, 이명박 전 대통령은 148건인 반면 박 대통령은 681건이다. 그마저도 남성 대통령은 배우자의 옷차림이나 패션쇼에 참석했다는 내용 등이 상당한 부분을 차지한 반면 박 대통령은 귀걸이나 목걸이까지 보도됐다. 

박찬숙 전 한나라당 의원은 신문과방송에 “가끔 머리띠 대용으로 안경을 머리 위에 얹는 경우가 있는데 본회의장에서 새로운 패션을 주도해가는 의원으로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며 “국회에서 한 노력들은 본회의장에서의 머리띠만큼도 주목을 받지 못했다”고 썼다. 

이같은 보도행태에 대해 연구자들은 “리더로서의 공적 위치 이전에 여성임을 우선시 해 이들은 사적 영역으로 이끌어 내리고 대상화했다”고 지적했다. 양 교수도 “외모나 가족관계 등을 부각시킴으로써 활동의 폭을 제한하고 능력의 발휘 기회 역시 제한하는 결과를 생산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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