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가 지나간 자리, ‘질문’이 남았다
혐오가 지나간 자리, ‘질문’이 남았다
[이슈&스토리] 한국 사회의 '여성혐오'에 대답하는 다섯 권의 책

5월 17일 새벽에 일어난 ’강남역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도심 번화가 한복판에서 불특정 여성을 상대로 벌인 범죄였기에 충격은 더 컸다. 뉴스가 전파된 후 사건 장소 근처의 강남역 10번 출구에는 불의의 희생자를 추모하는 조문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들은 추모의 뜻을 담은 포스트잇으로 벽을 한가득 채워나갔다.

메모 내용 중엔 "미안합니다", "편히 쉬세요"처럼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을 전하는 것들도 있었지만 "여자라서 살해당했다", "그 술집 화장실에 있던 게 나였다면 죽은 여자는 내가 되었을 수 있다"와 같이 불안을 호소하거나 ’여성혐오(Misogyny)’ 범죄였다는 문제제기도 있었다. 이에 대항해 일부 남성과 온라인 커뮤니티 회원들은 "왜 남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모느냐", "과도한 일반화다"란 반론을 제기해 추모 장소에서는 양측 간 물리적인 충돌이 일기도 했다.

이와 같은 사건들과 함께 SNS에서는 작년 팝칼럼니스트 김태훈이 쓴 ’IS보다 무뇌아적 페미니스트가 더 위험하다’라는 내용의 칼럼이 촉발시킨 쟁점의 연장선에서, 다시금 ’여성혐오’ ’페미니즘’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지금 이 상황에서 한국 사회의 ’여성혐오’에 대답하는 페미니즘 책들엔 무엇이 있는지 함께 만나보자.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

저 : 우에노 지즈코/ 역 : 나일등/ 출판사 : 은행나무/ 발행 : 2012년 5월 2일

이 책을 읽고 나면 세상 도처에 여성혐오가 공기처럼 만연해 있음을 또렷이 깨닫게 된다. 우리가 찬양해 마지 않는 고전에서부터, ’여성을 사랑한다’고 외치는 카사노바, 우리 여성 자신들마저도 말이다. 이 책의 저자인 사회학자 우에노 지즈코의 책이 한국에 번역출판되기까지 20년이 흘렀다고 한다. 그동안 한국사회는 많은 변화를 겪었지만 젠더문제에서도 그러할까? 이 불편하게 후련한(?) 책을 통해 돌아볼 차례다.

<여성 혐오가 어쨌다구?>

저 : 윤보라, 임옥희, 정희진, 시우, 루인, 나라/ 출판사 : 현실문화/ 발행 : 2015년 7월 6일

언제부터인가 뉴스에 단골처럼 등장하기 시작한 ’여성혐오’라는 단어. 한국사회에서 그 현상의 근원과 작동 방식을 알고 싶다면 참고하기에 좋은 책이다. 한국 여성혐오의 아이콘이 ’된장녀’에서 ’김치녀’로 이행한 까닭, 이 사회가 ’나쁜 여자’를 만들어내는 이유, 혐오라는 행위가 이 사회에서 갖는 기능, 혐오에서 벗어날 가능성 등 우리 안에 숨어 있기에 더욱 까다롭고 복잡한 여성 혐오에 관한 문제들에 주요 여성학자 다섯 명이 답한다.

<싸우는 여자가 이긴다>

저 : 에멀린 팽크허스트/ 역 : 김진아, 권승혁/ 출판사 : 현실문화/ 발행 : 2016년 3월 8일

지금 현대 여성들에게 당연한 투표권이 과거엔 당연하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다. 1910년대까지 영국 여성들은 정당 가입은 가능한 데 반해 투표권은 없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에멀린 팽크허스트는 ’서프러제트(suffragette)’로 불리는 전투적 여성참정권 운동을 이끈다. 이 책은 오늘날 전투적 여성운동가의 원형이 된 에멀린 팽크허스트의 자서전이다. 그 어떤 권리도 저절로 주어지지 않기에 ’당사자’들의 운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운다.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저 : 치마만다 은고지 아디치에/ 역 : 김명남/ 출판사 : 창비/ 발행 : 2016년 1월 20일

우리는 현실에서 자신의 입장을 밝힐 때 "나는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이라는 단서를 달기에 바쁘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저자는 페미니스트를 "모든 성별이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으로 평등하다고 믿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저자는 ’페미니스트’라는 단어에 딸린 부정적인 인식을 떨쳐내고 본래의 의미를 되찾자고 말한다. TED 강의로 시작해 스웨덴에서는 성평등 교육 교재로까지 배포된 책이다.

<나쁜 페미니스트>

저 : 록산 게이 / 역 : 노지양 / 출판사 : 사이행성 / 발행 : 2016년 3월 14일

"당신은 페미니스트입니까?"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당당히 "네"라고 대답하기를 주저하는 이유는 페미니즘에 대한 지향은 있으나 현실에서 그것을 100% 실천하기가 어려운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나는 페미니스트가 되지 않기보다는, 나쁜 페미니스트를 택하겠습니다"라고 말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이론적이고 학술적인 내용보다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속시원하고 재치 있는 문체로 페미니즘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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